10일간의 차팅 - episode 3 -

[뇌경색 치료 기록 노트 3] 프로로그 2 | 두려움과 불안의 시간

by ㅅㄷㄱ


사실 이 날의 일들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조차 남아 있지 않다.

전날처럼 자꾸 깜빡였고, 익숙해야 할 출퇴근길의 풍경과 길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출근 후에도 기억이 자주 끊겨, 일의 속도는 자연스레 느려졌다.




2025년 4월 11일 (금)


증상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한 순행성 기억상실 (Anterograde Amnesia)

어제와 동일함.


통증

현재는 통증 없음.


투약

출근 후 타일레놀 복용.


마음 상태

자꾸 깜빡해서 속상함.


출근 후 상태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근무 시간 내내 기억이 잘 안남.

어제와 동일함.


향후 계획

내일 오전 9시 50분, 집 근처 검단탑병원 신경과 내원 예정.




사실 이 날 일들은 거의 기억이 안나요.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어제와 비슷하게 자꾸 깜빡하고, 출퇴근 시 풍경도 길도 어색하고...

출근 후에도 자꾸 깜빡해서 업무가 늦어지기도 하고...


유일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점심에 설렁탕을 먹었다는 것..

왜 기억이 나는지는...

사진을 찍어놨기 때문!

(국밥을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는 습관 때문에..)

이런 상태지만..다 먹긴 먹었구나.

다 먹은 기억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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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원하는 날이에요.

이 때는 100% 불안감, 두려움만 있었어요.

내과나.. 외과 등을 여러번 가봐서 알지만...

머리가 이상해져서 병원에 간다는 것 자체가

생전 처음 일이고..

신경과... 라는 생전 처음 가는 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든 것 같아요.




내원 전 날을 되돌아보면..


인간에게 있어 머리라는 부위는

심장 만큼 중요한 부위고...

그 부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에

큰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진단도 받기 전이라...

왜 이런 증상이 일어났는지 이유도 모르고...

진단명이 뭔지도 모르고...

기억이 안난다는 사실밖에 몰라서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도 하고...


혹시나 내일 병원 가서

검사 받고...

뇌에 종양이나 뇌출혈 같은게 발견되고..

만약 머리 수술도 하게 되면 어떡하나..


수술하게 되면

드라마나 영화처럼..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가족들 봐도 기억이 안나면 어떡하나..

일본어를 잊어버리면 어떡하나..

한국어를 잊어버리면 어떡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머리가 하얘진 순간은 기억이 나긴 해요.

눈 앞이 하얘지고, 머리 안쪽에서 구름이 솟아나는 느낌이랄까.

그 순간 모든 것이 구름속에 가려지고 사라지는 느낌..

머리로 생각한다는 것 조차 안되고.

아예 아무것도 생각할 수도 없었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는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