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해우소

나의 다단계 회사 탈출기

황비홍에게 감사하며...

by 도연아빠

철이 들다.


흔히 세상 풍파를 겪고 마음이 강해진 사람들을 칭하는 문장이지요.

제가 철이든 중요한 사건이 다단계였습니다.

지금은 거마 대학생이라는 단어로 불린다고 합니다만 2000년대 초반에는 다단계 또는 피라미드로 불렸습니다.

요즘도 패턴은 동일하더군요.

대학교 후배, 또는 고향 친구에게 일자리를 소개한다고 불러내 300만 원이 있으면 취직이 가능하다는 유인책...


제가 당시에 다단계 회사를 빠져나올 수 있던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영화 '황비홍'이었습니다.

청나라 말기, 미국가면 부자가 된다며 중국인들을 노예로 팔아먹는 악당을 황비홍이 처단하는 내용입니다.

영화 마지막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저들이 말하는 곳이 천국이라면 이 먼 타국까지 와서 사람들을 데려가려 하겠는가?"

다단계 회사에서 교육을 받는 내내 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그곳에 저 보다 2주 먼저 와 있던 동기와 함께 기회를 봐서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작전 날짜는 1월 1일...


그곳에 있었던 1달 간의 시간은 지금 돌아보면 서늘하고 짜릿합니다.

300만 원 빚을 내서 사업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 문제가 아닙니다.

그때 탈출하지 못했다면 사람을 이윤 추구의 도구로 대하며 살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단계 회사가 노리는 대상은 가난하고 가정환경도 불우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입니다.

다단계 회사는 이 청년들에게 사람을 속이기 위한 목표를 갖게 하고 열정 페이를 지불하게 합니다.

오직 피해자가 되는 구조랍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거마대학생들이 있다면 하루속히 탈출하길 바랍니다.


2017년 새 해 이니까요.


글을 쓰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드네요.

청년들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하는 이윤을 위해 열정 페이를 지불하게 하는 회사라면 그게 다단계 회사 아닌가 하는...

다단계 회사들...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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