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과 온라인 전시회의 접점은 어디인가?
아트 바젤은 아트쇼인가? 무역쇼인가? 예술 작품을 대상으로 전시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예술쇼이지만, 쇼의 목적이 예술 작품을 사고파는 것이고, 개최 장소가 갤러리가 아니라 대형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무역쇼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바젤, 마이애미, 홍콩 등의 도시에서 아트 바젤은 비단 작품의 거래뿐 아니라, 작가와의 대화, 바이어 미팅, 세미나 등 복합적인 비즈니스 이벤트로서 성장해 왔다. 그리고 아트 바젤은 이제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시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아트 바젤은 2020년 3월 18일에 Online Viewing Room(이하 OVR)이란 디지털 플랫폼을 발표했다. 235개의 갤러리가 2,000개 이상의 작품을 전시하는 이 디지털 마켓은 오프라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여기에서는 갤러리뿐 아니라 작가들도 직접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거래할 수 있다. 아트 바젤의 이 디지털 플랫폼은 다른 전시회의 가상공간과 어떻게 다를까? 나는 크게 3가지 관점에서 다른 전시회와 다른 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트 바젤의 OVR에서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개최 기간이 상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온라인 마켓은 2020년 3월 18일에 VIP 대상 프리뷰를 시작으로 일반회원을 대상으로 3월 25일까지, 딱 7일간만 개최한다. 마치 오프라인 전시회의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개막하는 것과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왜 상설이 아니라 한정된 기간에만 온라인 전시회를 열까? 플랫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이트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려 했지만 이에 대한 답은 없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비상설 전시가 가지고 있는 특징, 특히 예술 작품을 거래하는 쇼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추측할 수 있는 답이 나온다.
첫째, 한정된 기간에만 작품을 거래함으로써 작품과 작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1년 내내 살 수 있는 작품이라면 작품의 희소성과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작품 특성상 공산품처럼 계속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이 팔리면 사이트에서 내릴 수밖에 없다.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전시함으로써 작가와 작품, 갤러리의 예술적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
둘째, 오프라인 전시회와의 연계성을 고려했다. OVR에 올리는 작품은 모두 아트 바젤의 오프라인 전시회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대상이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보이는 작품들을 오프라인 전시회와 연계함으로써 OVR의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고자 하는 관람객의 욕구를 연결한다. 다시 말해 디지털이 오프라인과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이 오프라인 전시회의 방문 욕구를 불러일으키도록 연결한다는 뜻이다. 최근 아마존 같은 온라인샵이 오프라인에 상점을 내고, 오프라인 상점이 온라인몰을 내는 것 역시 모두 단절된 플랫폼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통한 시너지를 내기 위함인 것처럼, 온라인 전시도 오프라인과 연결될 때 그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2,000개 이상의 작품을 오프라인 전시회에서 보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온라인 상에서 검색을 통해 작품을 보더라도 2,000개의 작품을 일일이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트 바젤의 OVR은 작품을 선택하고 분류한 큐레이터의 해설을 각 작품마다 첨부함으로써 디지털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렇게 작품과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면 온라인 방문객들이 작품을 구매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OVR은 단순 감상 플랫폼이 아니라, 구매를 중개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고, 그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에 있어 큐레이터들의 역할을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트 바젤은 세계 최고의 예술 작품들이 거래되는 전시회이다. 작게는 1천만원부터 크게는 몇십억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과 가치의 작품들이 거래된다. 따라서 아트 바젤의 OVR은 단순히 오프라인 마켓을 온라인으로 전환시키는 목적 이외에도 아트 바젤이 지니는 품격과 가치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전시회나 베뉴의 브랜딩은 관람객이 방문하는 그 순간부터 퇴장할 때까지 일관된 스토리와 느낌을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트 바젤의 OVR에 입장하면 관람객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갤러리에 온 것처럼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관람객은 온라인에 있지만 작품의 가치와 예술성을 최대한 오프라인에서 감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되며,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은 바로 Sales Inquiry를 누르고 구매 절차로 진행할 수 있다. 나는 이 플랫폼을 설계한 기획자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이 OVR을 구현했을지 느낄 수 있다. 아트 바젤의 OVR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트 바젤만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종말'의 저자 바이난트 용건은 온라인이 오프라인과 하나로 융합되는 '온라이프'가 리테일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될 때 방문객은 좋은 경험을 하게 되고, 좋은 경험은 다시 좋은 기억을 낳게 된다. 좋은 기억은 결국 재방문의 선순환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아트 바젤은 디지털 플랫폼이 어떻게 오프라인 전시회와 연결되어야 하는 가에 대한 좋은 해답을 보여주었다.
* 아트 바젤 Online Viewing Room 바로 가기(3월 25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