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마케팅 전쟁을 대비하라.
코로나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전시회가 멈춰 섰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체험 마케팅을 대체하고 있지만, 얼굴을 직접 맞대고 이야기하는 전시회의 중요성은 다시 대두될 것이다. 결국 지나간 역사가 증명했듯이 시간은 흘러가고, 상처는 아물 것이며, 경제는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전시회도 다시 시동을 걸어 기업들의 억눌렸던 시장 진출 욕구를 북돋을 것이기에, 지금은 때를 기다리며 다가올 기회를 선점하려는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1위 기업인 도요타에게 있어서도 전시회는 미래의 사업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이자 고객과의 접점을 찾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이다. 그중에서도 4대 전시회 - LA와 시카고 오토쇼, CES, 그리고 SEMA - 는 도요타의 주요 마케팅 무대로 활용되어 왔다. 도요타는 전시회를 어떻게 활용할까? 기업의 경쟁 전략에 따른 차별적 전시 마케팅, 이것이 도요타의 스마트한 전시회 활용 노하우이다.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방법은 간단하게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과 제품으로 차별적 우위를 점하는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 대량생산과 원가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가 우위 전략(Cost leadership Strategy), 니치마켓을 파고들어 시장을 공략하는 집중화 전략(Focus Strategy)이 그것이다. 기업들이 전시회를 활용하는 목적 역시도 기업의 경쟁 전략에 따라 달라지는데, 도요타는 현재와 미래, 대형시장과 소형시장에 맞춘 경쟁전략에 따라 탁월하게 전시회를 활용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시점과 시장 규모에 따른 도요타의 경쟁전략 및 관련 전시회와 전시회별 제품들을 정리한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들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차종이 라브 4와 캠리 같은 대중 소비자를 위한 자동차들이다. 라브 4는 미국 픽업시장을 제외한 자동차 판매 1위를, 캠리는 미국 세단 시장 판매 1위를 달성할 정도로 도요타의 주력 상품들이다. 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품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원가 경쟁력이다. 대량 생산에 따른 기술 안정화와 원가 우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미래 시장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원천이다. 도요타는 LA와 시카고 오토쇼같은 전통적인 모터쇼를 통해 현재 주력 제품의 경쟁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전시 마케팅에 집중한다.
얼마 전 도요타 코리아가 한국에서 GR Supra를 론칭했다. BMW의 Z4와 비슷한 모델로 한국 스포츠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시장이 크지 않음에도 자동차 브랜드마다 이런 스포츠카를 출시하고 레이싱 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와 기술 우위를 통한 시장 공략이 목적일 것이다. 도요타는 GR Supra의 시장 공략을 위해 SEMA쇼를 선택했다. SEMA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튜닝, 애프터마켓 쇼이다. 일반 대중보다는 튜닝, 정비, 스포츠카 등 마니아와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를 위한 전시회로 포지셔닝에 성공한 전시회이다. 도요타는 여기서 Supra의 일반형 모델부터 레이싱 전용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전시하여 스포츠카 시장에 집중된 전략을 구사하였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도요타가 심심하고 재미없는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혁신적 기업으로서 마니아 층을 대상으로 한 브랜딩 수단으로 SEMA를 활용한 것이다.
차별화 전략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다. 차별화란 것은 타기업과 초격차를 만들기 위한 경쟁전략이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 없는 원가 우위나 집중화는 장기전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 도요타의 차별화 전략은 현재가 아닌 미래시장, 그리고 자동차가 아닌 도시와 차세대 모빌리티에 있음을 CES를 통해 보여줬다.
도요타는 CES를 통해서 Woven City라는 새로운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그것은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시티로서 도시의 샵이나 건물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모빌리티와 결합하여 사람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인간 중심의 미래 도시이다. 도요타가 보여줄 도시는 Woven City라는 단어에서 보여주듯 옷감을 짜듯이 도시와 사람, 기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더 이상 자동차 기업으로 머무르지 않고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차별화를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를 CES를 통해 전 세계 기업과 고객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도요타는 차별화 전략을 보여줄 무대로 모터쇼가 아니라 CES를 선택했을까? CES는 더 이상 가전쇼가 아니다. 과거에는 가전의 미래를 주제로 했지만 이제는 모든 미래의 미래를 보여주는 무대가 CES이다. 도요타는 현재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어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차별화 전략을 성공시킬 파트너를 CES에서 만나고 그들에게 미래 비전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은 기업 내부의 전략으로 그치지 않고 외부 고객과 그 비전을 함께 할 때 더욱 구체화되는 것이다.
나의 링크드인 친구들, 특히 전시를 기획하는 중국과 미국 친구들은 벌써부터 코로나 이후의 전시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지를 고민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전시가 불편하지만 쓸만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코로나 이후에는 오프라인 전시회와 온라인이 결합된 보다 진보된 전시회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 역시도 억눌렸던 마케팅 욕구가 코로나가 끝남과 동시에 분출될 것이고, 전시회는 온라인과의 결합으로 이런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펼쳐 보이기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전시회는 이제 단순한 판매 수단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멀티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단순히 전시회를 홍보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전략에 기반한 전시회 참가 전략을 구사할 때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마케팅 경쟁에서 보다 자신 있게 기업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