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를 벗어나라.
CES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1월 예정대로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CES 2021은 크게 3가지 관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째, 오프라인 전시회는 예전보다 축소될 것이다. 이미 MWC나 IFA 쇼에 글로벌 기업들의 참가 취소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코로나 팬데믹이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시아와 유럽 등의 해외 기업들이 라스베이거스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전시회의 물리적 공간이 축소된 만큼 디지털 마케팅의 공간은 늘어날 것이다. 매년 최신의 기술 트렌드를 발표하는 콘퍼런스 세션과 키노트 스피치는 대부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진행될 것이다. 전시 참가 기업들의 제품 전시나 기술 데모 역시도 전시회 부스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도록 할 것이다. 셋째, 전시회 현장에서의 진출입 및 보안 체크 등의 통제가 더 심해질 것이다. CES 2020에는 한국인만 1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전시장 진출입구에서의 발열체크 등을 비롯한 통제 시스템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뿐 아니라 한국관 등 단체관을 준비하는 지자체와 협단체도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의 한가운데 속에 열리는 CES 2021이 기존보다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에서 열릴 것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ES를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많다. CES 2021에서 글로벌 마케팅의 기회를 잡으려는 한국의 중소기업들,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전시회를 준비할 것인가?
스타트업은 부스 크기로 삼성을 이길 수 없다. 스타트업은 기껏해야 1-2개의 부스를 차릴 뿐이지만 삼성이나 LG,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기본이 100 부스 이상이다. 따라서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CES에서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은 부스 크기가 아니다. 오히려 부스를 벗어나야만 수많은 대기업과 경쟁자들 사이에서 돋보일 수 있는 마케팅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아웃보딩이란 자동차나 모터보트의 엔진을 보닛 안이 아니라 바깥으로 끄집어내어 엔진의 출력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컨트롤하는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전시 마케팅에서의 아웃보딩이란 부스를 벗어나, 전시회의 모든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전시회와 컨벤션센터, 그리고 개최 도시가 제공하는 마케팅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부스 크기나 화려한 부스 장치가 전시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1. 연사가 돼라 (Becoming a CES Speaker)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첫 번째 아웃보딩의 방법은 바로 스피커, 즉 무대에서의 연사가 되는 것이다. 무대에서는 기업 규모가 작건 크건 오로지 1명만 설 수 있다. 스타트업은 무대에서의 연설을 통해 비록 회사 크기는 작을 지라도 우리 회사가 이 분야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또한 전시회의 수많은 부스들 속에 우리 부스를 찾기는 힘들어도, 무대에 서면 수많은 기자와 바이어, 정부 관계자들이 나의 스피치를 들은 후 찾아온다. 스피치는 스타트업이 글로벌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 기회이다.
CES 2021은 참가기업들에게 무대에서 스피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레카 파크와 수많은 세션들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무대를 통해 전 세계의 바이어들과 기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021년 CES에서 Speaker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신청하라. (신청 마감: 2020. 7. 22까지)
2. Award Winner가 돼라. (CES Innovation Award)
두 번째 아웃보딩의 방법은 바로 전시회에서 상을 받는 것이다. 전시회에서 상을 받게 되면 전시 주최자가 부스가 아니라 그 전시회의 가장 좋은 공간에 별도로 수상작들을 전시한다. Award Winning Zone이란 이름의 이 공간은 바이어와 기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전시회 규모가 커질수록 기자와 바이어들은 효율적으로 전시회를 방문하길 원한다.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기업이 어디 있는지를 보려면 자연스레 올해 수상기업들을 먼저 찾기 마련인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 우리 기업을 드러내고 싶다면 무조건 Award에 신청하라. 특히 IT, 바이오, 뷰티, 헬스케어 등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Award Marketing은 글로벌 무대에서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밖에 없다.
CES는 아래 페이지에서 2021년 전시회의 Award 지원 기업 접수를 준비 중이다. 늦어도 올 11월까지 각 분야별로 Award 선정 기업들이 CES를 통해 발표된다. 선정된 기업들은 Award 인증 로고 및 트로피와 부스의 사이니지 부착, 웹사이트 및 Innovation Award Showcase 전시 등 많은 혜택들을 제공한다. 비록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제품과 기술 경쟁력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기업들은 지금 당장 신청하라.
3. 독자적인 기업행사를 개최하라. (Planning Corporate Events)
전시회를 통해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발표하는 기업 중 경쟁사에 노출되고 싶지 않거나 우리 고객들과의 전략 마케팅이 필요한 경우에는 부스가 아니라 별도의 오픈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시회의 참가 목적이 판매보다는 현지 딜러나 바이어들과의 네트워킹과 교류가 우선인 경우에도 부스가 아니라 Private 한 공간을 활용하여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훨씬 효과 측면에서 좋다. CES는 이렇게 기업 이벤트가 필요한 기업들을 위해 라스베이거스의 전시장과 호텔 등 다양한 공간을 참가기업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특히 CEO, CTO, CMO 등 C-Level의 미팅일수록 이러한 공간을 활용하여 친밀한 분위기를 만든다면 훨씬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독자적인 기업행사를 통해 전시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아래의 활용 가능한 공간들을 찾아보라.
4. 온라인 마케팅을 준비하라. (Expaning the CES Platform Digitally)
서두에서도 말했듯, CES 2021은 보다 진보된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다. 수많은 콘퍼런스 세션과 키노트 스피치들은 온라인 라이브를 통해 중계될 것이고, 현장에 오지 못하는 전 세계의 바이어들과 기업인들을 위해 원격 중계를 진행할 것이다. 전시회에 출시된 제품들도 온라인에서 노출될 수 있도록 영상과 이미지, VR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공개될 것이다. 따라서 CES 2021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아래의 4가지 사항을 준비하여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하이브리드 전시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 동영상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라
최근 디지털 콘텐츠의 흐름은 영상이 주도하고 있다. CES에서도 기업소개나 제품 홍보를 위한 동영상 자료는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특히 프레젠테이션 영상 콘텐츠는 마케터들이 가상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콘텐츠임이 VMOR(Virtual Market Outlook Research)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온라인 영상자료는 오프라인의 부스와도 같다. 동영상 콘텐츠로 온라인상에서 우리 페이지의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2) 다운로드할 수 있는 문서 자료를 준비하라.
온라인 전시회는 콘텐츠가 쉽게 휘발된다. 온라인 채널 특성상 오프라인 전시회처럼 깊이 있는 체험 마케팅과 콘텐츠를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CES의 온라인 접속자들이 다운로드할 수 있는 문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제품 안내자료나 기업 소개 자료 등 문서로 다운을 받아 고객이 시간을 두고 읽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면 오프라인상에서 체류 시간을 높이는 효과를 온라인에서도 달성할 수 있다.
(3) 고객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SNS 마케팅을 준비하라.
온라인 전시회상에서 우리 부스는 우리 기업 콘텐츠가 저장된 페이지이다. 오프라인 전시회의 최종 목적지가 우리 부스이듯, 온라인 전시회의 방문객의 최종 랜딩페이지는 우리 기업의 콘텐츠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페이스북 광고, 인스타그램 기프티콘 증정 같은 SNS 마케팅을 통해 우리 기업의 랜딩페이지로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4) 고객 데이터 확보 시스템을 확인하라.
CES의 온라인상에서 방문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온라인 전시회는 오프라인처럼 명함을 받거나 고객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얻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온라인 상에서 고객과의 접점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는지 CES 주최자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방문 고객의 프로필이나 페이지에 머물렀던 시간, 채팅창에서 질문했던 내용 등 고객의 모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전시회 이후 마케팅까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힘들어지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이루어질 것이고, 대부분의 마케팅은 온라인과의 결합으로 진행될 것이다. 전시회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마케팅 수단이기에 그 역시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지금 우리는 시대의 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그 점을 지난 후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어떤 경우에서도 기회를 잡는 자와 놓치는 자는 나타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시 마케팅은 잊어야 한다. 변화하는 이 시점에 새롭게 다가올 기회를 잡는 한국 기업들이 많아져 오히려 이 위기를 글로벌 마케팅의 깃발을 꽂는 기회로 삼기를 희망한다.
* 이 글은 에이빙 뉴스 [이형주의 전시 마케팅]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