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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Jul 12. 2020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전시회에서 혁신을 발견했을까?

때로 좋은 아이디어는 어슬렁거리다가 불쑥 튀어나온다. 

우리는 길을 걷다가 평생의 인연과 어깨를 부딪히는 경우, 한적한 시골 서점에서 운명의 책을 집게 되는 경우, 그리고 전시장에서 마침내 찾고 있던 제품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를 가끔씩 경험하게 된다. 우연은 이런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를 가져다 주는데, 때로 좋은 아이디어 역시 이렇게 우연한 만남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 우연한 발견의 기회-Serendipity-를 혁신의 발판으로 삼은 기업이 바로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DON'T BUY THIS JACKET'이란 광고로 유명한 세계 최고의 아웃도어 기업이다. 한번 사면 평생을 입고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이란 철학을 갖고 있는 친환경 기업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의 '이 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

1980년대, 파타고니아는 추운 겨울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면 속옷 때문에 땀이 옷에 얼어붙어 체온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파악하고 난 뒤, 가볍고 물을 흡수하지 않고 외피로 날려버리는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속옷을 개발했다. 이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속옷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 소재는 물을 밀어내는 발수성 때문에 깨끗하게 세탁을 할 수가 없어 냄새가 나고 옷이 금방 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파타고니아가 이 폴리프로필렌의 대체품을 찾고자 끊임없이 연구와 개발을 거듭했지만, 정작 이 대체품의 아이디어는 개발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1984년 파타고니아의 CEO 이본 쉬나드는 시카고의 스포츠용품 전시회를 돌아다니다가 폴리에스테르 소재 축구 유니폼의 풀 얼룩을 없애는 시연을 보게 되었다.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축구 유니폼은 녹는점이 높아 건조기에서 손상될 염려가 없었고, 특수 공정으로 습기는 빨리 흡수하지만 섬유가 내부로 물을 빨아들이지 않아 빠른 건조가 가능했다. 이본 쉬나드는 이 새로운 옷감이 축구 유니폼에 한정될 소재가 아니라, 파타고니아의 베이스 레이어로 완벽하다는 생각을 했다. 

축구 유니폼에 쓰이는 폴리에스테르 소재

그는 곧바로 파타고니아 베이스레이어 라인 전체를 이 새로운 폴리에스테르 옷감으로 바꾸어 나갔다. 충성도가 높은 핵심 고객들은 이 옷감의 장점을 바로 알아보았고 매출은 급증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파타고니아는 경쟁업체보다 소재의 혁신에 있어 최소 10년 가까이 앞서 나가게 된다. 

파타고니아의 베이스레이어 - 폴리에스테르로 대체하여 소재의 혁신을 가져왔다. 

때로 좋은 아이디어는 이렇게 뜻하지 않은 기회에 문득 찾아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우연한 기회를 자기의 사업적 아이디어로 변환하는 능력일 것이다. 


전시회는 수많은 기업들이 가장 최신의 기술과 제품을 가지고 나오는 곳이기에 이런 우연한 발견의 기회를 찾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그러니 새로운 혁신의 모멘텀을 찾고 싶은 기업은 모니터 앞에 앉아 화상회의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이런 Serendipity의 기회를 찾아보라. 온라인에서는 이런 우연한 발견의 기회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참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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