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기침체. 미-중 무역 전쟁의 희생양.
상해에서 매년 열리던 CES Asia가 중단되었다. CES는 최근 CES Asia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부로 CES Asia 전시회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CES가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2015년 중국과의 협업으로 시작한 전시회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CES Asia가 중단된 이유는 명확하다. CES가 직접 밝혔듯이 코로나로 인한 개최 불확실성이 첫 번째 이유였다. 이미 2020년 전시회는 3월 중순 예정이었다가 6월 초로 미뤄진 상태였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리스크가 커지자 전시회 개최를 강행할 경우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장기화된 경기침체이다. 이미 수많은 경제 분석가들이 오일 파동 이후 세계 최대, 최장 기간의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 감소를 예상하고 있고, 기업 구조조정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전시회 참가 기업 역시 감소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전시회 개최와 운영의 투자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세 번째-어쩌면 가장 핵심일 수도 있는-이유는 바로 미국과 중국 간의 계속되는 무역 갈등이 전시회의 완전한 중단을 선언케 한 원인이었다. 이미 중국의 언론들은 CES Asia의 중단 원인으로 미중간의 무역갈등과 그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중국 철수, 중국 기업들의 미국 수출 중단 등을 꼽고 있다. 2018년부터 가시화된 이런 무역 갈등으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IT 기업들이 수출 규제를 받고 있고, 최근에는 틱톡 등 중국 앱들의 개인정보 유출 등의 의혹과 관련해 미국이 중국 앱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무역 감시단은 미국 CES 전시회에서 미국 경찰들이 중국 제품을 지적 재산권 침해 목적으로 압류할 경우를 대비해 중국 수출기업들을 위한 현지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미국 가전협회(CEA) 전시회가 중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분명 갈등을 더 확대시키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CES와 같은 글로벌 전시회들이 해외에 프랜차이즈 전시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대게 비슷하다. 해외 전시회를 개최함으로써 자국 기업들의 동반 진출을 꾀하고,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파트너 물색 등 다분히 자국 비즈니스 기회의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CES Asia 역시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목적으로 했고, 이를 위해 중국 전자 상공회의소(China Elecotronic Chamber of Commerce)와 중국 기계 수출입 상공 회의소(China Chamber of Commerce for Import and Export of Machinery) 등과 공동 개최를 해왔다. 중국 파트너들은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고, 또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로의 진출을 원하는 목적이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상해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갈등이 해소될 기미는커녕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CES Asia는 더 이상 양국 간의 무역 플랫폼으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전시회가 국가 간 무역 확대를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지만, 지정학적 위기와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에는 가장 먼저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전시회 중단이 보여준 역설적 모습이었다. 씁쓸하게도 CES Asia는 결국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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