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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Jan 22. 2021

유니크 베뉴의 미래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라.

베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 평상시 베뉴란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주말 오후 누군가의 결혼식에 초대되어 방문한 웨딩 베뉴를 떠올렸을 것이다. 또는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혼라이프카, 베뉴이거나.


베뉴(Venue)는 인간이 과거에 어떻게 살았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를 말한다. 그래서 베뉴는 과거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모두 존재한다. 루브르 박물관이 과거를 경험하게 하고 스타필드 몰이 현재를 즐겁게 하며, DDP가 미래를 먼저 보여주기에 이 모든 공간은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 베뉴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행사 기획자들이 유니크한 공간을 찾아 나서자, 코엑스는 심지어 2-3층에 있던 유휴화 된 상설 전시장 자리에 별도의 유니크 베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MICE 행사 이외 또 다른 수요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로 유니크 베뉴를 추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행사 기획자들은 왜 컨벤션센터나 호텔을 놔두고 행사하기 불편한 베뉴를 찾아 나설까?


행사 기획자들이 유니크 베뉴가 필요한 2가지 이유


행사 기획자들은 이제 행사 장소를 선택할 때 단순히 임대료가 싸거나 교통이 편한 곳만 찾지 않는다. 모든 컨벤션이나 이벤트 등의 행사는 그 자체로 특수한 콘셉트와 목적을 지닌다. 그것이 기업의 비전 발표회이건, 또는 국가의 역사적 사건을 기리는 기념식이건 모든 행사는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행사들이 열리는 장소는 행사의 목적을 은연중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메타포인 셈이다. 다시 말해 베뉴는 단순히 행사 장소가 아니라 행사의 목적을 반영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점점 더 전형적인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벗어나 독특한 스토리를 지닌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성북동 대사관로에 위치한 한국가구박물관은 대관 규정이 워낙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배너를 걸 수도 없고 박물관내의 그 어떤 기둥 하나, 잔디 하나 훼손되어서도 안된다. 이렇게 행사하기 어려운 공간이라 행사 주최자들 사이에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곳으로 소문이 났지만, 오히려 루이비통은 쇼케이스의 장소로 이 한국가구박물관을 애용하는 단골 고객이다. 가구박물관이 지닌 한옥의 품격과 헤리지티를 지키고 보전하고자 하는 정신이 루이비통의 브랜드 가치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루이비통과 한국가구박물관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브랜드 스토리를 공유하며 오브제와 베뉴로 공존한다.

둘째, 베뉴가 행사 참가자들에게 어떤 정서적 느낌을 주는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도시 공간건축 전문가 유현준 교수는 새로운 세대는 공간을 소유하기보다 소비한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돋보이게 하는 욕망이 독특한 느낌의 공간을 지속적으로 소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MICE 행사 기획자에게도 적용되는데,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자 오프라인의 개최 장소가 어떤 정서적 영감과 체험을 줄 수 있는 곳이냐가 매우 중요한 MICE의 참가 결정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QLED TV 런칭쇼를 루브르 박물관에서 진행했는데, TV를 공산품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루브르라는 인류 최고의 예술작품들이 모여있는 공간을 통해 삼성은 참가자들에게 삼성의 TV를 예술작품과 동일시하는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삼성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TV 런칭쇼를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제품의 예술적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디지털 베뉴의 등장 - CES 2021


지금까지 베뉴가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물리적 공간이라는 전제하에 있었다. 그런데 이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디지털 베뉴(Digital Venue)의 개념을 들고 나온 행사가 있는데, 바로 얼마 전에 끝난 CES 2021이다. 올해 CES는 코로나로 100%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디지털 베뉴라는 콘셉 하에 CES는 행사의 모든 콘퍼런스 세션과 전시 참가업체를 온라인상에서 검색하고 개별 참가자에 맞게 추천해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참가자의 정보를 기반으로 AI와 결합하여 My Show라는 개념을 도입한 CES 2021은 디지털 베뉴가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CES 2021은 디지털 베뉴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CES는 AI를 통해 개인별로 콘퍼런스와 전시업체를 추천해주는 My Show 기능을 도입했다.

베뉴는 아이디어를 담는 그릇이다.


베뉴가 시대를 초월하고, 물리적 공간을 초월하게 되면 베뉴의 형태 역시 어느 한 단어로 국한시킬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베뉴는 더 이상 건물도 아니고, 전시제품을 보여주는 장소도 아니다. 베뉴는 이제 특별한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물리적 공간일 수 도 있고, 어떨 때는 디지털 콘텐츠로 존재할 수 도 있게 될 것이다. 형태와 기능을 기획자의 의도대로 변형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뉴는 아이디어 그 자체이자, 그 아이디어를 담는 그릇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Travis Scott이란 래퍼가 포트나이트란 게임 속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들을 관객으로 콘서트를 펼친 영상을 유튜브에서 목격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가?     

Travis Scott의 포트나이트 게임 속 콘서트와 유튜버 반응 영상

 Venue Sells Experience :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라


유니크 베뉴가 각광을 받는다면, 그것은 결코 행사하기에 편리함 때문이 아닐 것이다. 유니크 베뉴는 오히려 행사하기 불편하고, 비싸고, 먼 곳이다. 그러나 이런 공간이 행사 장소로 빛이 나는 이유는 그 자체로서의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뉴의 마케터들은 그 공간의 오리지널리티, 즉 본질적 가치에 더 몰입하여 그것을 드러내고 노출할 수 있는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나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에 MICE 참가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정보 습득만을 위해 오지 않는다.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 장소에 와야만 하는 이유, 그 이유가 베뉴에 있어야 하고 행사 기획자들이 그 이야기를 참가자들에게 투영시켜야 한다. 그것은 건물일 수도, 전시품일 수도, 또는 콘텐츠 일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건 이제 사람들은 그것을 실제로 체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베뉴는 장소를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팔아야 한다.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 말이다. 그것이 바로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2021. 1. 21 서울 희망마이스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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