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경제와 AI가 바꿀 마이스 산업

다빈치가 예언한 21세기의 마이스

by 이형주 David Lee
좋은 경험은 좋은 기억을 낳고, 좋은 기억은 과거를 현재로 만든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우리는 어떤 현상이 일정하게 발생하는 것을 볼 때 패턴을 읽을 수 있다. 그 패턴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신호가 될 수 있고, 그 신호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을 통찰이라고 한다. 통찰은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현상> 통찰> 전략, 이것이 바로 미래를 대비하는 프로세스이다. 이 프로세스를 마이스 산업에 대입하면 코로나 이후 발생한 현상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이스 행사 포맷과 구성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현상 >


현상 1 > Non-traditional venue의 부상 : 특별한 경험

불과 1-2년 전만 해도 유니크 베뉴란 말이 이렇게 익숙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더구나 유니크 베뉴가 기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던 마이스 행사들을 하나둘씩 가져오게 될 줄이야 더더욱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마이스 산업에서 벌어지는 현상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Non-traditional venue, 즉 유니크 베뉴의 부상이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3월 서울패션위크를 유치하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와 함께 개최했다. 배우 배두나가 국립중앙박물관의 1층 로비에서 워킹하는 홍보 영상은 그야말로 전율을 불러온다.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에서 모델들이 워킹을 하다니, 그것도 가장 보수적일 것 같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올 9월에 개최될 서울국제도서전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국출판협회는 올 9월 도서전을 코엑스를 떠나 성수동 복합 문화공간인 '에스팩토리'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시민과 작가, 출판인들이 좀 더 가까이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몇 해 전 QLED TV 런칭쇼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최했다. 삼성은 TV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 베뉴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서 행사의 정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상 2 > MICE + Contents의 결합 : 정보 그 이상

마이스는 기본적으로 정보 습득과 비즈니스 거래 창출이 목적이다. 그러나 마이스 산업에서 벌어지는 현상 두 번째는 바로 마이스가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 체험과 교류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스는 콘텐츠와 결합하여 참가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코엑스에서 열렸던 2021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협력하여 '풍화, 아세안의 빛'이라는 미디어 아트 전시를 코엑스 D홀에서 개최했다. 사람들은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둘러보다 느닷없이 펼쳐지는 이 아름다운 아트 전시를 보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기업행사 유치를 위해 요가, 전시 도슨트 투어 등 차별적 콘텐츠를 기획한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 역시 기존의 미술 콘텐츠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기업회의 등 마이스 행사를 유치한다. 마이스 참가자를 위한 유니크한 콘텐츠를 기획하여 단순히 정보 전달을 위한 마이스를 뛰어넘고 있다. 온라인으로 모든 정보 습득이 가능한 시대에, 오프라인의 마이스는 정보 그 이상을 제공해야만 하는 것이다.


현상 3 > 온라인 마이스의 등장 : 쇼는 미디어다.

2021년 1월 새해 벽두에 열린 CES는 100% 디지털로 개최되었다. 나는 온라인으로 CES에 접속했다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전시회인지 CNN 방송인지 헷갈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CES는 콘퍼런스 세션 사이사이 비는 시간을 빈 화면으로 채우지 않고 앵커들이 출연하여 기업들의 스피치 내용, 어워드 제품 소개, 미디어 이벤트 내용 등 CES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를 편집하여 뉴스처럼 전달했다. 온라인 마이스의 가장 큰 단점은 사람들이 접속했다가 중간에 한번 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No Show의 방지를 위해 CES는 미디어로서의 온라인 마이스를 기획한 것이었고, 이 기획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체류시간을 늘리게 만들어 디지털 CES를 빛나게 했다. CES는 이제 전시회가 아니라 미디어로 진화한 것이다. 온라인 마이스는 오프라인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우리는 온라인 마이스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


현상 4 > 마이스 + 데이터 : 큐레이션의 시대

왜 우리는 늘 광활한 전시장을 방황하는가? 마이스 참가자들은 언제나 전시회나 컨벤션 참가를 위해 개인 정보를 제공했다. 직급, 나이, 직종, 관심 품목, 관심 콘텐츠 등 마이스의 고객들은 늘 행사 주최자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데이터를 보내야만 등록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 정보는 그저 '입장료 무료'의 혜택 말고는 그 어떤 가치로도 돌아오지 않았다.

2021년 CES는 내가 제공한 등록 정보를 활용하여 나에게 맞는 세션과 방문 기업을 추천해 주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나의 관심사를 파악하여 영화와 책을 추천하듯이, CES는 자동차나 디지털 헬스케어 등 내가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AI를 활용해 전시회를 효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 역시 온라인 전시회에서 2천 개가 넘는 예술 작품 거래 지원을 위해 큐레이터가 1:1로 작품 설명과 구매를 도와줬다. 빅데이터와 결합한 AI는 개인화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에 앞으로의 데이터 마케팅에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마이스는 매년 같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AI 활용의 최적 플랫폼이다. 마이스와 데이터가 결합하여 제공하는 1:1 맞춤형 정보는 이제 마이스가 큐레이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 더 이상 수많은 참가업체들을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통찰 >


위에서 설명한 4가지 현상, 즉 Non-traditional venue의 부상, MICE와 Contents의 결합, 온라인 마이스의 등장, 그리고 마이스와 데이터의 결합은 공통적으로 이제 마이스가 2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마이스의 미래는 경험 비즈니스와 AI에 기반한 1:1 마케팅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에 오프라인의 마이스는 왜 필요한가? 정보 그 이상의 경험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마이스만이 앞으로의 시대에 제대로 된 품격을 갖춘 행사가 될 것이다. 이러한 키워드에 대비한 구체적인 마이스 기획의 전략은 무엇인가?


그림1.png 마이스의 미래


> 전략


전략 1 > 경험 비즈니스 :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라.

아무것도 필요 없는 시대의 마이스는 정보 습득이나 판매에서 이제 교류와 체험의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고객의 경험을 어떻게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마이스 참가자는 개최지에 머무는 3-4일 동안 마치 카멜레온처럼 그 성격이 바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바이어로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그 지역의 기업 공장, 지자체 지원 인프라를 방문하며 비즈니스 투자를 위한 투어리스트가 된다. 그리고 저녁 7시 이후 그는 그 지역의 문화, 역사, 음식 등을 즐기는 문화 여행자로 또다시 변신하는 것이다. 미국 올란도 CVB의 VP인 Fred Shea는 마이스 참가자의 로컬 문화 체험이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마이스 참가자는 그 행사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를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곳에 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질문이다. 전시회라면 어워드와 미디어 이벤트 등 기업들을 드러내고 노출할 수 있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컨벤션이라면 다양한 참가자들의 스피치와 인터뷰 등을 콘텐츠화하여 확산할 수 있는 기획을, 또한 바이어들이 그 지역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비즈니스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체류시간을 늘리는 경험 마케팅이 필요하다. 온라인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전략 2 > 1:1 마케팅 : 나를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라.

모든 마이스 방문자는 흔적을 남긴다. 마이스 방문자이건 참가업체건 모든 참가자는 행사 주최자에게 개인정보와 해당 산업의 관심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것도 매년 같은 패턴으로 말이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빅데이터는 AI가 가장 좋아하는 분석 재료이다. AI는 마이스 참가자의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읽을 수 있으며 이것을 활용해 참가자에게 최적화된 세션이나 방문기업, 제품 등을 추천해줄 수 있다. 미래의 마이스는 AI 기반의 1:1 마케팅을 이해하지 못하고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디지털 CES가 선보인 1:1 큐레이션 시스템은 내년 라스베이거스에서 CES가 오프라인으로 개최되더라도 더욱 강력한 툴로 돌아올 것이다. 디지털 CES의 총괄 기획자였던 Bob Bejan(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이벤트 담당 VP)는 온라인 이벤트 기획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 간의 연결과 지식을 습득하는 경험이라고 했다. 가상공간에 VR로 화려한 로비를 만들거나 부스 공간을 만드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빈치가 예언한 21세기의 마이스


인간의 욕구를 단계별로 분석했던 매슬로우는 인간의 가장 기본 욕구인 배고픔이나 경제활동, 안전에 대한 걱정이 해결되면 그다음 단계로 사회적 소속감과 사랑을 원하고, 그것이 충족되면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의 욕구 단계로 넘어간다고 했다. 이를 마이스 참가자의 욕구로 치환해보면, 마이스 참가자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최신 정보 습득과 판매 또는 홍보의 기회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 단계는 온라인으로 대체가 가능해졌다. 온라인이 기본 욕구를 충족해주는 시대에 마이스는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이다음 단계가 위에서 언급한 독특한 경험 제공과 1:1 기반의 맞춤형 콘텐츠가 될 것이다. 그곳에 머물며 온라인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을 얻고, 오직 나를 위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마이스는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이 단계를 넘어서게 되는 마이스는 궁극적으로 참가자들에게 변화의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영감을 주는 행사일 것이다. 이러한 마이스는 기존 마이스보다 몇 배의 비싼 등록비를 책정해도 올 수밖에 없는 행사이다.


그림2.png 마이스 참가자의 단계별 욕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5세기에 이미 마이스의 미래를 예언했다. "좋은 경험은 좋은 기억을 낳고, 좋은 기억은 과거를 현재로 만든다."는 그의 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마이스 기획자들이 반드시 품고 있어야 할 명제이다. 좋은 경험을 한 마이스 방문객은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갔다가 다시 내년에도 이 행사에 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앞으로의 마이스는 경험 경제와 AI 기반의 1:1 마케팅 플랫폼으로 새롭게 바뀌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아래 KTO 마이스 인텔리전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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