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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Oct 07. 2021

그들은 어떻게 전시회를 활용했을까?

[월간 신용사회 '21년 10월호 기고문] 

전시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부스에서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전시회는 그것이 갖고 있는 모든 마케팅 플랫폼-전시, 포럼, 어워드, 이벤트 등-과 더불어 그 도시를 활용한 입체적인 참가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략은 우리 기업의 참가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참가 목적에 따라 모든 전시 마케팅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통해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어떻게 전시회를 활용했을까? 전시회의 참가 목적에 따라 성과를 거둔 기업들의 6가지 성공 사례들을 알아보자.      


참가목적 1. 새로운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싶다면     


#1. 오로라 월드 뉴렌버그 완구 전시회에서 현지 유통회사가 '팔 수 있는 물건'을 보여주다     

지금 5세 이하 유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를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핑크퐁이다. 핑크퐁이 만든 상어송은 심지어 빌보드 차트 32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이 핑크퐁의 캐릭터 인형을 만드는 회사가 국내 굴지의 완구 기업인 오로라 월드이다. 오로라 월드는 1981년 설립된 오로라 무역상사를 전신으로 1999년 법인명을 변경, 약 30여 년간 캐릭터 완구 생산 및 라이센싱, 콘텐츠 제작 등으로 확장 중인 강소 기업이다. 토종기업이지만 국내보다 해외에서 활약이 두드러진 글로벌 기업인데, '유후와 친구들'이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이다. 

     

오로라 월드는 해외에서 판매를 책임질 유능한 유통망(Wholesaler)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매년 미국 및 유럽 주요 전시회에 참가하는데, 특히 독일 뉴렌버그(Nurenberg) 완구 전시회에는 20년 전부터 참가하여 현지 바이어-Wholesaler에게 지속적으로 '팔 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오로라 월드는 전시회에 온 바이어에게 '우리 부스에 오면 늘 가져갈 게 있다'라고 인식되게 만듦으로써 해외 시장 공략에 전시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 유키정밀 파리 에어쇼를 통해 공중전화 부품 회사에서 항공우주 기업으로 변신하다.       

유키정밀(由紀精密)은 1951년 창업한 일본 회사로서 대기업에서 공중전화 부품을 주문받아 하청 생산을 하던 작은 부품 공장이었다. 그러나 점차 공중전화 사용이 줄어들면서 유키정밀은 위기를 맞게 된다. 이후 자사의 핵심 경쟁력이 제품 완성도가 높고 불량률이 낮아 품질면에서 우수한 정밀부품 가공에 있음을 고객들의 평가로 알게 된다. 결국 유키정밀은 사업 분야를  기존의 전화 부품 제조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항공 우주 분야로 전환한다.      


유키정밀이 항공우주 분야로의 진출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기존 산업 전시회를 탈피하여 새로운 항공 우주 전시회에 참가한 것이었다. 2008년 파리 항공우주쇼에 참가하여 회사의 기술을 공개하자 부스를 찾은 바이어가 전시된 정밀 부품을 보고 '이런 항공부품을 만들 수 있냐'라고 문의해 온 것이다. 이것이 유키정밀이 항공우주 분야로 첫 발을 내딛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후 불과 1년 만에 JISQ9100(항공우주 품질경영시스템)을 취득하고 관련 분야 전시회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사업 타당성을 고민하기보다 일단 미래 시장의 전시회에서 기술을 선보이고 관련 업계 사람들의 반응을 파악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3. 오큘러스 부스 하나 없이 CES를 점령하다     

가상공간이 현실과 융합되는 메타버스의 시대, 그 시작을 연 것은 오큘러스이다. 오큘러스는 19세의 팔머 럭키가 2012년 창업한 VR 기기 회사이다. 여느 스타트업의 창업 스토리와 비슷하게 오큘러스 역시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한 작은 트레일러에서 조잡한 렌즈와 플라스틱을 조립하여 VR기기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2014년 오큘러스는 20억 달러에 페이스북에 인수되었다. 그리고 그 성공의 시작을 알린 것은 부스 하나 얻지 못해 전시장을 서성거렸던 2013년 CES에서부터였다.      


2013년 1월, 오큘러스의 창업자 팔머 럭키는 CES에 참가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다. 하지만 이미 수개월 전에 모든 부스가 마감되고, 오큘러스는 단 한 부스도 CES에서 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그나마 얻을 수 있던 공간이 전시장에서 수 km 떨어진 베네시안 호텔룸뿐이었다. 전시장이 아니라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지만 오큘러스는 오히려 CES의 미디어 리스트를 입수하여 주요 기자들을 베네시안 호텔로 초대한다. CES의 가장 유명한 매체 중 하나가 '더 버지(the verge)'인데 오큘러스는 '더 버지'와의 인터뷰와 제품 시연을 통해 미디어가 선정한 Best of CES 2013에 선정되고, 전시회 기간뿐 아니라 전시회가 끝난 이후에도 '엔가젯(engadget)' 등 수많은 언론 매체를 통해 2013년 가장 주목해야 할 IT 기기로 선정되었다. 전시장을 벗어나 도시의 인프라를 활용해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이다.      


참가목적 2. 신제품 출시를 통해 고객의 반응을 알고 싶다면      


#4. 선일금고 신제품 전시를 통해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다     

1972년 창립된 선일금고는 사무용, 가정용 내화금고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금고제작 회사다. 이 회사의 금고는 '이글 세이프'와 '루셀'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다. 특히 가정용 인테리어 금고인 '루셀'은  금고를 '내 인생의 보석상자'라는 콘셉트로 바꿔 금고에 대한 이미지를 값비싼 보석이나 돈뿐만 아니라 일기나 사진 등 개인의 소품까지 보관할 수 있는 것으로 재 포지셔닝하였다. 최근에는 와이파이와 연동되는 스마트 루셀 금고를 출시하여 해외 바이어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선일금고는 '루셀' 금고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국가의 전시회에 참가하는데, 2008년 처음으로 인테리어 개념의 루셀 금고를 해외 전시회에 내놓았을 때 바이어들은 대부분 '환상적이다', '아름답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바이어들이 원했던 것은 '루셀'이 아니라 이 제품에 자기들의 브랜드를 부착하는 ODM 방식이었다. 현지 소비자들의 '루셀'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현지 바이어들의 투자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자체 브랜드 마케팅의 중요성을 절감한 선일금고는 ODM이나 OEM의 경우에도 독수리 상표는 꼭 부착하도록 고집해 브랜드는 달라도 독수리 상표를 보면 선일금고에서 제작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전시회에서 만난 바이어의 반응을 통해 제품 출시 전략을 전환한 사례이다.      


참가목적 3. 전시회를 통해 제대로 된 바이어를 발굴하고 싶다면     


#5. 해피콜 제품 판매보다 바이어의 검증이 더 중요하다     

해피콜은 양면 프라이팬으로 TV 홈쇼핑에서 소위 대박을 친 회사이다. 해피콜을 이끌고 온 원동력은 단연 독특한 특허기술과 성공적인 해외 시장 진출이었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은 1999년 설립 이후 2년 만에 시작되었다. 독일 Ambiente 전시회와 미국 최대 주방용품 전시회인 IHHS(Int'l Home and Houseware Show)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데, 특히 Ambiente의 메인 전시회는 평균 10년 정도를 기다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입성해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받기도 하였다.      

해피콜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해외 진출 초기 에이전트에 많이 의존했다. 그러나 에이전트가 자금력 등의 문제로 오히려 현지 마케팅에 방해가 생기게 되자, 2012년부터는 오래 같이 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래서 전시회를 통해 수많은 에이전트의 제안을 받지만 무조건 판매하거나 OEM 생산을 배제하였고, 전시회에서 만난 바이어를 회사의 규모나 판매 전략이 있는지를 따져 1단계 Screening, 2단계 직접 회사 방문으로 추후 에이전트를 선별하였다. 무조건 전시회 현장에서 계약을 할 것이 아니라 전시회가 끝난 이후 바이어 검증에 집중한 사례로서, 전시회는 계약의 완성이 아니라 계약의 시작임을 보여준 것이다.      


참가목적 4. 전시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가 필요하다면     


#6. 우루시 사카모토 메세 프랑크푸르트에서 디자인 플러스 상을 수상하다.     

한국에 나전칠기가 있듯이, 일본도 옻칠 공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에서 일본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전통문화가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일본 전통 공예 전문 기업 '우루시 사카모토(坂本乙造商店)'를 주목하자. 전통 공예 기업의 고민은 모두 비슷하다. 더 이상 현세대에서는 관심을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루시 사카모토 역시 그릇 등의 공예품 위주로 사업을 벌이다가 1970년 이후 급속하게 쇠락했는데, 세계 유수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전통 공예 세계에 갇혀 쇠퇴하던 옻칠 기술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냈다. 특히 고급 만년필 세트, SLR 카메라와 한정판 시계 모델, 고급 헤드폰 등 지금까지 500점 이상의 협업 제품을 만들어왔다. 이에 자신을 얻은 우루시 사카모토는 1989년 메세 프랑크푸르트의 Ambiente 전시회를 통해 디자인 플러스 상에 도전하여 수상 기업으로 선정되고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영구 전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전통 공예 기술을 인정받으면서 해외에서 옻칠 가공에 관심이 있다며 회사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 지금은 자동차 실내공간,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 좌석 등의 도장 작업에도 참여한다. 전통 공예 기술의 현대적 해석으로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 전략이 전시회의 어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인정받은 경우이다.      


전시 참가 목적은 성과를 좌우한다.      


위의 6가지 사례는 전시회 참가 목적에 따라 기업의 전시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전시회를 막연히 홍보나 판매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그저 부스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 전시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전시회에 참가하라. 목적에 따라 현장 마케팅 전략이 바뀌고, 결국 성과 역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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