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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Apr 25. 2022

대기업이 국내 전시회 참가를 꺼리는 4가지 이유

대기업이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라. 

전시회가 주로 중소기업을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지만, 업계를 리드하는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전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넓은 공간에서 화려한 조명 아래 매력적인 제품을 뽐내는 대기업 부스가 없다면 주최자와 관람객 모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이다. 주최자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시회에서 대기업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전시회에 참가하더라도 예전처럼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기보다는 부스 규모를 축소하고 협력사와 공동관을 구성하는 등 효율을 추구하는 모양새다. 


CES나 MWC 같은 해외 전시회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기업들이 유독 국내 전시회 참가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기업의 전시 담당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4가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대기업이 국내 전시회 참가를 꺼리는 4가지 이유


1. 영업과 전시 조직 간 성과 평가가 불명확하다.


대기업 전시 담당자들이 전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 전시 참가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것이다. 대기업은 전시회 업무를 보통 마케팅 조직에서 담당하는데, 결국 전시회에서 발굴한 Sales Lead를 Sales로 바꾸는 것은 전시 담당자가 아닌 영업 조직의 몫이기 때문에 전시 성과를 전시회 담당자가 아닌 영업 조직의 성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전시 담당자는 전시회 성과에 대한 평가를 온전히 받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전시회에서 Sales 달성이 부족한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비판을 받게 되며, 이는 결국 전시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만드는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전시회는 Sales를 달성하는 곳이 아니다. 아무리 인지도 있는 대기업이라지만 어느 바이어가 전시 현장에서 처음 만난 기업과 계약을 하겠는가? 전시회는 신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향후 세일즈로 연결될 수 있는 것(Sales Lead)들을 발굴하는 자리이며 이것이 바로 전시회의 참가 목적이다. 그래서 해외 전시 주최자들은 참가업체의 성과평가를 할 때 현장 상담액이나 계약액이 아니라 Sales Lead를 성과 평가의 기준을 삼는 것이다. 오히려 전시 현장에 영업 사원들을 데리고 나가면 Sales Lead 발굴을 위한 전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 부스를 비우고 개별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마케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대기업 전시 참가의 성과는 전시 담당 조직이 전시회에서 얼마나 많은 Sales Lead를 발굴했는가에 대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Sales Lead에 대한 최종적인 Sales 연결은 영업조직이 담당함으로써 마케팅 조직과 영업 조직 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2. CEO가 국내 전시 마케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기업의 CEO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지사 및 고객사들과의 협력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동일 산업 또는 미래 산업을 위한 네트워킹은 결국 C-Level 간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CEO, CTO, CMO 등을 아우르는 C-Level 간의 미팅은 비단 전시회 현장뿐 아니라 전시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해당 도시의 인프라를 함께 둘러보며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전시회는 글로벌 전시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참가기업 마케팅 프로그램이나 도시 마케팅을 위한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C-Level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부족하다. CEO는 전시회 기간 중 부스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를 통해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무대를 원한다. 그것이 Keynote Speech이건 Exhibitor forum이건, 또는 Award 수상을 통한 Media conference이건 아니면 Corporate event를 통한 고객과의 파트너십 체결이건 부스 그 이상을 뛰어넘는 역동적인 마케팅의 기회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전시회는 대기업 CEO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CEO가 전시회 활동 참가를 꺼리게 되고, 이는 결국 타 그룹의 CEO들도 불참하여 결과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CEO가 오지 않는 동네잔치로 전락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구나 전시회는 해당 도시의 인프라를 활용한 마케팅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전시회가 도시 마케팅과 연결된 차별적인 기회를 갖추지 못하는 것도 국내 전시회 참가를 꺼리는 한 요인이다. 전시회가 열리는 전시장이 메인 허브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도시의 다양한 공간들은 전시회와 연결된 다양한 소그룹 미팅이나 제품 발표회, 경영 전략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될 수 있다. 소위 유니크함을 갖춘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연장 등은 전시 기간 중 사교와 문화를 활용한 네트워킹의 공간으로 대기업의 다양한 기업 행사에 활용될 수 있다. 시카고 뮤지엄 캠퍼스가 맥코믹 전시장과 연계하고 루브르 박물관이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장과 연결한 베뉴 마케팅을 하는 것은 도시에서 대기업이 잊을 수 없는 고객 경험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탁월한 전략이다. 


3. 부스 크기가 전시 성과를 만들지 못한다.  


전시 주최자는 대기업이 전시회에 그냥 참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마치 체스판의 왕 자리를 차지하듯 전시장 안쪽에 '가장 크게' 참가하기를 원한다. 가장 크게 참가한다는 것은 주최자 입장에서 다른 기업들을 전시회에 유치하기에 필요한 앵커 효과를 만든다. 대기업이 참가해야 다른 기업들이 참가하도록 설득하는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큰 부스는 대기업의 전시 성과에 도움이 될까? 물론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나 체험 공간으로서 운영하기에 큰 부스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그저 일반 관람객을 위한 것일 뿐 오히려 해외 전시회에서는 작은 규모로도 내실 있게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 국내 모 대기업의 한 전시 담당자는 "단 1 부스 참가로 테슬라를 고객으로 유치하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등 해외 전시회 참가 경험이 국내 전시회의 대형 부스 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1 부스 참가로 10 부스 이상의 참가 효과를 누리는 가성비가 국내 전시회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인 것이다.    


4. 업계 리더로서 어쩔 수 없이 참여한다. 


특정 협회나 단체가 주관하는 전시회들의 특징은 대부분 회장사가 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이고, 이런 대기업들은 전시회 성과는 차치하고 회장사로서의 체면과 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협회장 입장에서 자기 회사가 불참하는 전시회를 주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전시회 자체의 질이나 역량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회장사인 대기업 CEO가 직접 나서 전시회에 글로벌 CEO를 초청하기도 하고 관련 국제회의를 동시 개최하기도 하는 등 전시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회장사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협단체의 특성상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전시회가 특정 회장사의 역량이나 의지만으로는 꾸준히 발전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이것은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아니라 어느샌가 전시회를 부담으로 느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과거에도 대기업이나 정부가 한국의 전시회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보였지만 늘 그때뿐이었던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전시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릴 만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라. 


대기업은 부스 안에 머물지 않는다. 전시회라는 모멘텀을 활용해 그 기간 동안 도시의 인프라를 활용해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하기 원한다. 전 세계의 C-Level들이 한 곳에 모이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영향력 있는 무대와 미디어를 통해 전파하기를 원한다. 유니크한 공간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하여 브랜드에 대한 충성 고객을 만들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이 미래의 성과를 위한 잠재적인 Sales Lead로 연결되기를 원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할 때 국내 전시회는 대기업 CEO들이 반드시 참가해야 할 마케팅의 무대가 될 것이다. 부스를 벗어나 대기업이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국이 글로벌 전시 마케팅의 허브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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