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

책 10권을 동시에 읽어라.

by 이형주 David Lee

어떻게 하면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 독서 노트를 작성하라, 감동적인 부분에 밑줄을 그어라, 다시 읽고 싶은 페이지를 접어놓아라 등 많은 조언들이 있지만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숙제하는 기분으로 노트를 작성하기도 싫고 항상 펜을 준비하여 밑줄을 그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책갈피를 접어 놓아도 책을 덮어두면 잊고 있기 십상이다. 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읽은 책을 오래 음미하며 간직할 수 있을까?


기억에 관하여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기억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보통 학습 바로 직후에 망각이 매우 급격하게 일어나며 1시간 내에 약 50%을 잊어버리고 한 달 뒤면 약 80%를 망각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방금 읽은 책이나 조금 전에 들은 강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망각의 원리이니 기억이 안 난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 (출처: 박상배, 한국 도서지도 연구회)

에빙하우스는 망각의 원리를 극복하려면 반복학습과 시간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여러 번 수행하는 것이 학습된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반복적으로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면 더 강하게 머릿속에 남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책 10권을 동시에 읽어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게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책을 탐색한다. 당장 읽을 것도 아니면서 저도 모르게 책을 사고 있거나 도서관에서 대출을 받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 읽지 않은 책은 쌓여가고 책상 위는 점점 물류창고처럼 변해가지만, 책임감 때문에라도 언젠가는 그 책들을 읽게 된다.


독서가들의 책 읽는 패턴은 대게 이런 식으로 한 번에 한 권이 아니라 10권씩을 동시에 읽는다. 물론 한 번에 한 권씩 읽을 때보다 당연히 10권을 읽을 때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한 권이라면 적어도 일주일 이내에 독파가 가능하지만 10권이라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아니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잠시 덮어 두었던 다른 책들은 어느새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잊혔던 책을 다시 집어 들면 지난 내용을 기억하려 앞부분을 훑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지난 기억들이 떠올라 책에 몰입하게 되고, 그 기억은 더욱 강하게 머릿속에 책의 내용을 고착시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에빙하우스가 말한 망각 곡선의 원리이다.


한 권의 책을 일주일 만에 끝내려 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읽고 덮기를 반복하면 오히려 반복 학습의 효과로 인해 더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그러니 읽은 책을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책 10권을 곁에 두고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집어 들면 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5년 전 열 달에 걸쳐 읽었던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생생히 기억한다. 마치 영화의 장면들처럼 몰입했던 독서 경험은 대작의 위세에 눌려 읽고 덮기를 반복했던 지난한 반복적 읽기의 산물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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