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같은, 손님 같은, 친구 같은 주최자가 돼라.
박물관, 미술관, 공원 같은 공간들이 마이스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의 많은 유니크 베뉴 운영자들을 만나면서 찾은 해답은 결국 2가지다. 베뉴의 품격을 올리기 위한 홍보와 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로서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마이스 행사를 받지도 않고, 또 무조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시설 대관을 하지도 않는다. 우리 베뉴의 격(格)에 맞는가, 그리고 동시에 추가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가를 함께 검토하고 마이스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니크 베뉴는 마이스 행사 주최자 역시 자체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분류한다. 물론 컨벤션센터나 호텔도 마이스 주최자를 관리하지만, 유니크 베뉴는 본질적으로 마이스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더 엄격하게 마이스 주최자를 스스로 필터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유니크 베뉴 사업자들은 어떻게 마이스 주최자를 바라볼까? VM 컨설팅이 전국의 40개 이상 베뉴 사업자들과 만나며 인터뷰한 결과 유니크 베뉴는 마이스 주최자를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객 같은 주최자 (Customer-like Organizer)
고객이란 말은 일상에서 너무도 쉽게 쓰이는 단어이지만 그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고객이란 누구인가? 고객이 되려면 일단 내가 무엇인가를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판매자가 나를 고객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 같지도 않은 사람’이란 제품을 사고도 물건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 사람이다. 물건값을 자꾸 깎거나, 제품 구매 후 한참이 지나서야 비용을 내는 사람, 또는 아예 돈을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유니크 베뉴가 선호하는 첫 번째 유형은 바로 ‘고객 같은 주최자’이다. 즉 유니크 베뉴는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고객을 선호한다. 베뉴가 말하는 고객다운 주최자란 단순히 대관료만 제대로 지급하는 주최자가 아니다. 베뉴의 독특하고도 소중한 문화 시설을 보호하고 파손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또 행사 전후 소통이 원활한 주최자를 베뉴들은 선호한다. 더구나 유니크 베뉴는 컨벤션센터처럼 제대로 된 대관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행사 주최자가 알아서 시설 보호와 행사의 마무리를 잘해주길 원한다. 또한 비용 지급 역시 정해진 기간 내에 정확하게 내는 것이 유니크 베뉴 입장에선 제일 중요한 것이다.
한국가구박물관은 행사하기 까다로운 공간으로 유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기업이나 국가 VIP 행사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관의 까다로움은 품격 있는 한옥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이고, 또 그래야만 지속적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가구박물관이 제일 선호하는 주최자는 베뉴의 시설을 아끼고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고객이다.
이렇듯 유니크 베뉴가 좋아하는 첫 번째 주최자는 바로 고객 같은 주최자이다.
손님 같은 주최자 (Guest-like Organizer)
손님이란 말은 고객보다는 좀 더 친근한 이미지를 준다. 고객은 그저 경제적 거래 관계에서 형성되는 말이지만 손님은 단순히 돈을 떠나 그 이상의 친밀함이 형성되었을 때 부르는 말이다. 그래서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방문한 사람들을 손님이라 하지 고객님이라 하지 않는 것이다.
유니크 베뉴가 좋아하는 두 번째 유형의 주최자는 바로 이런 손님 같은 주최자이다. 베뉴에게 손님 같은 주최자란 누구일까? 기본적으로 고객 관계를 뛰어넘어 보다 인간적으로 친근한 관계가 형성되었음을 뜻한다. 즉 베뉴에서 행사를 마치고 베뉴에 대한 감사와 함께 다른 행사를 추천해 주거나, 또는 베뉴에 대한 존경과 지속적 관심을 표시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손님 같은 주최자에 해당한다. 더구나 베뉴가 속한 지역 관광을 연계하여 그 지역에 대한 호감도까지 올리는 경우도 더 친밀한 손님 같은 관계가 생겨나는 원인이다.
제주도의 환상숲 곶자왈은 제주 자연의 날 것 그대로를 간직한 원시림인데, 이곳 역시 마이스 주최자들이 선호하는 유니크 베뉴이다. 이곳은 아버지가 가꾸기 시작한 숲을 딸이 물려받아 2대가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인생 스토리와 그 친절함에 반해 재방문과 타 행사의 추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 중 방송 작가나 연예인들의 입소문으로 끊임없이 방송, 언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유명해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그 어떤 광고비를 지급한 것도 아니었고 오로지 이곳의 아름다움과 곶자왈을 운영하는 부녀(父女)에게 감동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를 한 것이었다. 그래서 환상숲 곶자왈은 고객을 넘어선 손님 같은 주최자가 매우 많다.
친구 같은 주최자 (Friend-like Organizer)
친구란 가족 말고 가장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친구 같은 주최자란 고객과 손님의 범주를 넘어선 가장 친밀하고 애착 관계가 형성된 주최자를 말한다. 물론 이러한 친구 관계가 형성되려면 기본적으로 고객으로서의 자세와 손님 같은 마인드를 갖추고 이에 더해 베뉴의 대표나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고민을 함께 터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계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베뉴의 시설이나 서비스에 반해 지속적으로 행사가 개최되고, 또한 방문의 경험을 잊지 않고 주변에 알리며 재방문이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친구 같은 주최자가 과연 존재할까? 제주 생각하는 정원이 바로 이런 주최자를 보유한 베뉴이다. 생각하는 정원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코리아유니크베뉴이자 제주 유니크베뉴이다. 이곳 역시 곶자왈처럼 기업이 아니라 한 개인이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야외 정원인데, 외국의 국가 정상이나 고위 정치인, 기업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꼭 한 번은 들려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늘 국빈만찬이나 기업 행사가 끊이지 않고 이 생각하는 정원을 찾는다. 그중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고객을 넘어 친구 관계로까지 발전하였는데 1995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한 뒤 “한 농부가 정부 지원 없이 혼자서 세계적 공원을 일궜는데 그 개척 정신을 배우라”라고 지시했고 그 이후 후진타오, 시진핑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며 현재까지 약 6만 명 이상 중국 인사들이 방문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생각하는 정원은 한중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한중간 민간 교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유니크 베뉴는 행사하기 불편하다. 마이스를 목적으로 처음부터 설계한 컨벤션센터와 달리 유니크 베뉴는 본질적으로 마이스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사 주최자들이 시설의 불편함을 먼저 따질 게 아니라 베뉴의 스토리와 정서에 공감하고 존경을 보이는 태도가 우선이다. 박물관이건, 미술관이건, 또는 시골의 작은 목장이건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행사 참가자들은 그 이야기에 취해 마치 다른 시공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유니크 베뉴는 그래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경험 경제 시대에 주최자들이 ‘연출’ 해야 하는 그것이다. 그래서 주최자들은 고객 같은, 손님 같은, 그리고 친구 같은 주최자가 될 때 베뉴들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결국 좋은 주최자가 좋은 베뉴를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