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에세이
슈테만 볼만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를 읽게 되면 책을 읽는 인간, 그중에서도 여성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지난 300년의 그림 속 책 읽는 여성들의 작품과 함께 설명을 하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이 왜 위험한가? 저자는 책에서 '책을 읽으면 깊이 생각을 하게 되고, 깊이 생각을 하면 독자적 주관을 갖게 되며, 주관을 갖게 되면 대오에서 벗어나게 되고, 대오를 벗어나면 적이 된다.'라고 하였다.
특히 독서에 몰입된 여성은, 현대사회도 그렇지만 지난 18~19세기 여성의 사회참여가 한정되어 있던 시대에 책을 읽게 되면 기존의 가부장적 제도와 기존 관념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책 읽기를 오직 성경에 국한시키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 때문에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는 반어법적 표현을 쓴 것이다.
콘서트 딜리버리 서비스 홈콘서트를 시작하기 위하여, 그리고 시작하고서도 줄곧 국내에 있는 연주자(팀)를 만나고 상담하고, 설득하며 시간을 보냈다. 못해도 어림잡아 약 5~60명의 연주자들을 만나며 느낀 첫 번째는 90% 이상이 모두 여성이었다는 점이었다.
나 역시 첼로를 좋아하여 6-7년간을 연습과 레슨을 받아가며 보냈지만, 막상 전문 연주자들을 만나보니 내가 알던 피상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악보 하나하나에 자신의 손으로 표현방법과 주법, 쉼표를 바꿔가며 악보를 오롯이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지 않으면 그 곡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남의 것으로 남아있게 된다. 그래서 온전히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기록된 자기 악보가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은 자기만의 '비창'이고, '사랑의 인사'고 'G선상의 아리아'가 된다. 따라서 이런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가진 연주자는 책을 읽는 여자와 같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게 되고, 이런 여성 연주자는 너무도 '위험한' 또는 '경외스러운' 예술의 세계에 올라가는 것이리라.
위의 여성은 책을 읽으며 일종의 작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책을 쓴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가 자신과 완전히 동화되어가며 느끼는 그 정신적 쾌락에 얼떨결에 자기 가슴에 손을 얹어놓고 만다.
우리는 연주하는 여자에게서도 똑같은 현상을 발견한다. 연주자는 곡을 쓴 작곡가와 악보를 통해 끊임없이 대화한다. 자신의 환상과 작곡가의 환상이 만나게 되었을 때 생기는 기쁨은, 그야말로 연주자의 표정과 호흡과 악기가 뿜어내는 진폭에 의해 몰입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자신의 표정이 일그러지건 말건 상관없이 그 순간만큼은 환상 속에서 작곡가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홈콘서트의 여러 연주자들이 같은 곡을 연주하여도 음 하나, 호흡하나가 다 다른 것을 보며 연주자 모두 자신만의 아우라와 세계를 내뿜고 있음을 느낀다. 그 경탄할 만한 연주의 세계에 있다 보면 어느새 내가 관객인지 연주 서비스를 관리하는 운영자인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고 만다.
그래서, 연주하는 여자는 조심하시라. 그 세계에 빠져들면 문지방을 넘어 예술이 곧 현실이 되는 순간에 도달하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