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보다 AI가 먼저 당신을 찾는다
얼마 전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강의 요청 메일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교육 의뢰라고 생각하며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가 한 문장에서 시선이 멈췄다.
“AI 기반 전문가 조사 과정에서 대표님이 추천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소개도 아니었고, 이전에 함께 일했던 기관도 아니었다.
AI가 나를 찾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흔히 쓰는 말일 수도 있다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문장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지금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가 발견되는 방식은 단순했다. 지인의 소개, 업계 평판, 행사장에서의 인맥이 기회의 출발점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알고 있어야 다음 기회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기관과 기업 담당자들의 행동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먼저 검색하고, 비교하고, 확인한다. 그리고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이 이제 AI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분야에서 실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행사를 단순 운영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는 누구인가?”
AI는 사람처럼 감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남아 있는 글, 기사, 강의 기록, 인터뷰, 그리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를 통해 한 사람의 전문 영역을 구조적으로 정리한다.
그 결과, 전문가는 더 이상 소개되는 존재가 아니라 검색을 통해 발견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평가하는 기준이다. AI는 연차나 직함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신 한 가지를 본다.
이 사람이 무엇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가, 이 사람이 특정 분야를 언어로 설명하고 있는가.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전시와 베뉴, 도시 마케팅에 대해 꾸준히 글을 써왔다. 현장에서 느낀 고민을 정리했고, 강의 내용을 기록했고, 사례를 분석해 남겼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기사로 남기고, 링크드인에 영어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때는 단지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I에게 그것은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전문성을 정의하는 데이터였던 셈이다.
아마 AI는 이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이 사람은 전시 전략과 베뉴 경쟁력을 설명하는 사람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영어 콘텐츠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은 해외 진출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조금 다르다. AI의 지식 구조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언어 위에서 연결된다.
같은 내용이라도 영어로 한 번 정의되는 순간, 그 사람의 활동은 지역 정보가 아니라 글로벌 개념 안으로 편입된다.
영어 콘텐츠는 외국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AI가 그 사람을 세계 좌표 위에 배치할 수 있게 만드는 언어에 가깝다.
앞으로는 이런 말을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검색하다가 연락드렸습니다.”
“AI 추천 리스트에서 보고 문의드립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전문가 시장의 작동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이제는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일을 정리해 둔 사람이 먼저 발견된다.
AI 시대의 인재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이 하는 일을 꾸준히 기록하고, 언어로 설명하며, 하나의 영역으로 축적해 온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AI는 새로운 기준을 만든 것이 아니다. 그동안 조용히 축적되어 온 전문성을 먼저 찾아낼 뿐이다.
메일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을 넘어, AI에게도 설명 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구나.
그리고 앞으로의 질문은 이렇게 바뀔지도 모른다.
“당신은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니라 “AI는 당신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결국 ‘AI가 추천하는 인재’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세상에 명확하게 남겨온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