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어떤 베뉴를 추천하는가
요즘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뀌었다. 포털에 검색하는 대신, ChatGPT나 Claude에 이렇게 묻는다.
"임원 20명 워크숍 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 추천해줘. 회의실 말고, 분위기 있는 데로."
그러면 AI는 망설임 없이 몇 가지 공간을 추천한다. 이름, 특징, 왜 이 행사에 어울리는지까지 설명하면서.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AI가 추천하는 그 베뉴 리스트에, 당신의 공간은 들어가 있는가?
지난 10여 년 동안 베뉴 마케팅의 핵심은 SEO(검색엔진최적화)였다. 네이버에서 '강남 세미나실'을 검색했을 때 상위에 뜨는 것. 클릭 수를 늘리는 것. 홈페이지로 유입을 만드는 것.
그런데 지금 판이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검색 결과 목록을 훑지 않는다. 대신 AI에게 묻고, AI의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링크 10개를 클릭해서 비교하는 대신, AI가 골라준 2~3개를 검토한다.
AEO란:
Answer Engine Optimization. 검색엔진에서 상위에 노출되는 게 아니라, AI의 답변 안에 내 브랜드 이름이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SEO가 '검색 결과 1페이지'를 목표로 했다면, AEO는 'AI의 입'을 목표로 한다.
직접 실험해봤다. AI에게 이렇게 물었다.
"서울에서 50명 규모의 스타트업 네트워킹 파티를 하고 싶어. 일반 연회장 말고, 기억에 남을 만한 공간이 있을까?"
AI가 추천한 공간들의 설명 방식은 이런 식이었다. "낡은 인쇄소를 개조해서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가 독특하고,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고객 후기를 보면 '다른 데서는 못 느낀 분위기'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AI가 베뉴를 선택하는 기준을 정리하면 세 가지다.
01 행사 목적과의 맥락 일치. AI는 '세미나실'이 아니라 '이 목적의 행사에 어울리는 공간'을 추천한다. '팀 빌딩', '임원 워크숍', '브랜드 론칭' 같은 구체적인 용어로 공간의 쓰임새를 설명해두는 것만으로 추천 가능성이 달라진다.
02 독특한 경험 요소. '300명 수용 가능한 홀'보다 '조선시대 한옥을 복원한 공간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분위기'가 훨씬 강력하다. AI는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찾는다. 질문자도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03 반복적으로 검증된 정보. AI는 한 곳에서 나온 정보보다,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정보를 더 신뢰한다. 홈페이지에만 있는 설명보다, 기사·블로그·SNS·고객 후기에서 같은 특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공간이 AI의 기억 속에 더 깊이 새겨진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 하나를 짚어야 한다.
AI는 내가 나에 대해 쓴 글보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쓴 글을 더 신뢰한다.
내 홈페이지의 소개 문구보다 행사 전문 미디어의 기사가 훨씬 강력하다. 내가 올린 홍보 포스트보다 실제 참석자가 쓴 후기 한 줄이 더 영향력 있다. 이것이 유니크베뉴가 쌓아야 할 콘텐츠의 방향이다.
기사 · 외부 미디어: 행사 전문지, 라이프스타일 미디어에 소개되는 기사 한 편이 수십 개의 자체 홍보 포스팅보다 AI에게 강한 신호를 준다.
링크드인 콘텐츠: AI가 비즈니스 정보를 수집하는 주요 채널. 행사 후기, 기업 사례 공유, 기획자 경험담이 쌓일수록 비즈니스 베뉴로 인식된다.
블로그 · 롱폼: '우리 공간 소개'보다 '임원 워크숍을 성공시키는 공간 선택 기준'처럼, 기획자의 고민에 답하는 글이 AI의 추천 데이터로 들어간다.
고객 인터뷰: '왜 이 공간을 선택했나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 이 답변들이 자연스럽게 AI가 찾는 맥락 정보가 된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유니크베뉴는 태생적으로 AEO에 유리하다.
일반 호텔 연회장이나 컨벤션센터는 AI에게 설명하기 어렵다. 수용 인원, 위치, 가격 — 비슷비슷한 스펙만 있다. AI가 그 중 하나를 특별히 추천할 이유가 없다.
반면 유니크베뉴는 이야기가 있다. 폐공장을 개조한 문화 공간, 100년 된 근대건축물, 예술가의 작업실이었던 곳,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루프탑 — 이 공간들은 설명하는 것만으로 이미 이미지가 떠오른다. AI는 이런 공간을 추천하고 싶어한다. 질문자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공간이 이미 콘텐츠다. 이제 필요한 건 그 이야기를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충분히 쌓아두는 것이다.
먼저 공간의 쓰임새를 언어로 명확히 정의하라. '다목적 공간'이 아니라, '30인 이하의 임원급 전략 워크숍에 최적화된 공간'처럼 구체적으로.
다음으로 외부의 목소리를 만들어라. 행사를 진행한 고객과 인터뷰를 하고, 미디어에 소개될 기회를 만들고, 행사 기획자 커뮤니티에서 공간이 언급되게 하라. AI는 제3자의 목소리에 더 큰 신뢰를 준다.
그리고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한두 번의 노출이 아니라, 다양한 채널에서 같은 공간의 같은 특징이 계속 언급되어야 한다. AI는 반복을 통해 학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AI에게 묻고 있다. "특별한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 추천해줘." 그 답변 안에 당신의 베뉴 이름이 들어가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유니크베뉴 운영자와 행사 기획자를 위해 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