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 증명한 것
어떤 테마파크는 평생 한 번이면 충분하고, 어떤 곳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가고 싶어진다. 우리는 흔히 테마파크의 경쟁력을 더 큰 시설이나 더 화려한 놀이기구에서 찾는다. 그러나 여행이 끝난 뒤 기억에 남는 것은 대부분 공간의 규모가 아니라 그곳에서 경험했던 감각과 분위기다.
나는 작년과 올해, 두 해 연속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방문했다. 같은 장소였지만 경험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작년에는 도라에몽 체험존이 있던 자리에서 올해는 세계적인 DJ ZEDD와 협업한 ‘클럽 ZEDD’ 존이 운영되고 있었다. 체험 기구에 몸을 싣자 롤러코스터처럼 강렬한 비트가 몸을 흔들었고, 공간 전체가 하나의 공연처럼 살아 움직였다.
엔딩 구간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다시 전환됐다. 빛과 영상이 어우러진 공간은 마치 팀랩(teamLab)의 미디어 아트 존에 들어온 듯했다. 놀이기구의 끝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적 경험이 완성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 강렬한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이곳은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테마파크가 아니라, 경험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지금의 성공과 달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개장 이후 빠른 방문객 감소를 경험했다. 개장 첫해 1,100만 명을 기록했던 방문객 수는 곧 급락했고, 이후 약 10년 가까이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할리우드 영화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한 번 방문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테마파크 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사람을 처음 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이다. 글로벌 콘텐츠는 관심을 끌 수는 있었지만 반복 방문의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결국 유니버설은 질문을 바꾸게 된다.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왜 다시 오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변화의 시작은 로컬 콘텐츠였다. 닌텐도 월드는 일본 게임 문화와 글로벌 팬덤을 결합한 몰입형 공간으로 등장했고, 이후 주술회전, 도라에몽, 시즌 한정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교체되며 테마파크의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중요한 점은 기존 할리우드 콘텐츠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리포터, 조스, 쥬라기공원은 여전히 중심축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 콘텐츠는 익숙함을 제공하고, 로컬 콘텐츠는 새로움을 만든다. 이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세대와 국적을 넘는 방문 구조가 형성됐다.
이 변화는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실제 경영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취임한 무라야마 다쿠 사장은 20여 년 만에 등장한 일본인 내부 출신 리더로, 테마파크의 미래 경쟁력을 시설 확장이 아닌 콘텐츠 전략에서 찾았다. 그는 ‘세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는 IP’와 ‘글로벌 인지도’를 동시에 갖춘 콘텐츠를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닌텐도 월드의 성공은 일본적 창의성과 세계적 브랜드가 결합할 때 얼마나 강력한 경험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는 테마파크가 더 이상 고정된 시설이 아니라, 시장 반응과 콘텐츠 기획에 따라 계속 진화하는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또한 핼러윈과 겨울 시즌 이벤트처럼 매년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프로그램은 반복 방문을 만들어내는 핵심 장치가 되었다. 테마파크는 이제 연중 동일한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이벤트가 열리는 경험 무대로 변하고 있다.
이 변화는 방문객 데이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방문객 그래프는 세 번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개장 초기 성공 이후 장기 침체, 콘텐츠 전략 전환 이후 급격한 상승, 그리고 팬데믹 이후 빠른 회복이다. 특히 콘텐츠 전략이 본격화된 이후 방문객 수는 꾸준히 증가해 최근에는 연간 약 1,600만 명 수준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이 그래프가 말하는 것은 단순한 성장 이야기가 아니다. 시설 확장이 아니라 콘텐츠와 경험 전략이 방문객 행동을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공간이 아니라 방문 이유가 성장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것은 테마파크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 사례는 전시장과 컨벤션센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늘날 시설 경쟁은 한계에 도달했다. 새로운 건물은 언제든 등장하고, 하드웨어 차이는 빠르게 사라진다.
이제 경쟁은 공간이 아니라 콘텐츠와 지역성에서 발생한다. 산업, 문화, 지역 이야기와 연결된 공간만이 반복 방문을 만들어낸다.
오사카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단순한 관광시설이 아니라 도시 경험을 지속시키는 핵심 앵커로 자리 잡았다. 메가 이벤트가 끝난 이후에도 방문 흐름이 유지되는 이유는 공간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경험 구조 때문이다.
공간은 복제될 수 있지만, 지역이 만들어내는 경험은 복제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더 큰 공간일까, 아니면 다시 오고 싶은 이유일까. 미래의 경쟁은 더 거대한 시설이 아니라, 그 지역만이 만들 수 있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테마파크는 이미 그 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