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월 국제박물관포럼 (9.14 영월 동강시스타)
강원발전연구원 이영주 연구위원의 발표는 매우 유익하고도 시의적절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관광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 대응, 창조관광 생태계 조성, 투자유치 서비스 고도화 등 지역 관광의 지속 가능한 미래 전략은 너무나 명백하고 당면한 과제들을 도출해 내었다.
그리고 이런 대안은 영월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다. 어느 지역을 대입하건 모두 말이 된다. 즉 영월, 또는 강원 지역의 차별화된 고민이나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은 좀 아쉽다. 분석은 있되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이슈의 해결책이 아니라, 이상적인 발전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어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공테크 김승태 대표의 해외 전시공간 구축 사례 발표는 전시장 공간 설계 및 콘텐츠 디자인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내용 중심이다. 한국의 문화시설 구축이나 콘텐츠 기획 역량은 세계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런 시설은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지역 관광의 허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베뉴는 구축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운영 단계로 넘어간다. 대규모 자본 투입에 의한 하드웨어 우수성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고, 다시 새로운 하드웨어에 의해 구식이 되고 만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어떻게 기획하고 마케팅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실제 해외 전시장이 구축 이후 어떻게 베뉴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하드웨어적 우수성과 콘텐츠가 어떻게 그 지역을 살리고 있는지 다루었다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사례가 아니었을까 한다.
앙드레 말로는 ‘박물관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장소’라고 하였다. 박물관을 포함한 지역의 독특하고 유니크한 베뉴들은 그 지역의 역사와 미래를 보여주는 위대한 공간이어야 한다. 박물관은 기억이라는 화두로 과거를 반추한다. 경기장이나 공연장은 현재의 삶을 위로하고 일상을 벗어나게 한다. 컨벤션센터는 상상과 도전으로 미래의 모습을 제시한다. 결국 박물관, 미술관, 경기장, 공연장 또는 컨벤션센터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통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성격의 베뉴(venue)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의 유니크 베뉴 개념은 박물관의 기능이 유물을 발굴, 보관, 전시, 교육하는 전통적 기능에서 오락과 국제 관광의 기능으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유물 전시뿐 아니라 MICE 행사, 음악회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 이벤트를 유치하고 개최한다. 이는 참가자들에게 보통의 호텔이나 딱딱한 회의실을 벗어나 독특한 베뉴 고유의 특성과 지역 어메니티를 느끼게 하여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베뉴 마케팅의 역할이다. 결국 베뉴는 그 지역을 방문하여야 할 이유이자 첫 번째 목적지-Destination이어야 한다. 이런 연유로 Destination Marketing은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경기장, 컨벤션센터 등 그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베뉴가 중심이 되어 관람객 및 관광객을 유치하는 활동이다.
'베뉴 마케팅 – 행사 유치 – 참가자 확대 – 관광 확대 – 도시 마케팅 -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은 이렇게 계속 진행된다.
이를 위해서는 베뉴의 브랜드가 구축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기존의 임대 사업자 방식을 벗어나 그 베뉴가 갖고 있는 특성을 바탕으로 포지셔닝되어야 한다.
서울 DDP는 개관 초기의 우려를 벗어나 부띠크, 명품 브랜드 전시의 메카가 되었다. DDP는 하드웨어의 디자인 우수성을 뛰어넘어 서울이라는 아시아의 매스티지 소비지로서의 브랜드를 차용했다. 또한 동대문이라는 지역 특수성, 문화와 산업을 융합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시 기획 및 유치로 베뉴 브랜딩에 성공하였다. DDP의 개관을 통해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수많은 국제 행사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및 MICE 참가자의 지역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반면 코엑스는 글로벌 국제회의 도시로서의 서울 브랜드를 살리지 못하고, 한류 중심 강남의 이미지 역시 흡수하지 못하였으며, 하드웨어 크기도 일산 킨텍스보다 전시장 면적에서 밀려나 국제 수준의 전시회 역시 줄어들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영월이 국제적인 관광 도시로서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성될 수 있고 얼마나 많은 글로벌 참가자들이 방문하는 행사를 유치 또는 기획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베뉴의 마케팅 역량은 행사 주최자에 대한 타깃 마케팅에 더하여 지역 숙박, 관광 인프라의 우수성을 담보로 한다. 하드웨어의 구축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콘텐츠의 발굴과 기획은 오로지 관련 기관의 창의와 노력만을 요할 뿐이다. 하노버는 주변에 변변한 숙소도, 관광지도 없으나 오로지 하노버 메세의 전시 콘텐츠 하나로 전 세계의 비즈니스인들을 불러들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역시 MWC라는 굵직한 이벤트 하나로 부족한 인프라의 부정적 이미지를 말끔히 지워냈다.
영월은, 강원은 지금 브랜드가 필요하다. 그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위적 슬로건 구축에 있지 않다. 핵심은 영월의 베뉴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역량에 달려있다. 창조관광이니 투자유치니 인프라 구축이니 하는 것은 콘텐츠 기반 위에 자연스레 따라온다. 베뉴가 살면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면 자연스레 도시 브랜드가 구축이 된다. 지금 영월 박물관 포럼이 바로 그 브랜드를 창조해 낼 고민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Written by 이형주
VMC (Venue Marketing Consulting) 대표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과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등에서 Venue(박물관, 미술관, 컨벤션센터 등) 마케팅 및 중소기업의 전시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
- 킨텍스 1기로 입사, 10년간 전시장 운영과 전시회 유치, 기획 업무를 하고 퇴사하였다. 그 후 창업하여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전시회로 중국 관광객 11만 명을 유치하였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미래 전시 어드벤처' 부문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 서강대 경영학과와 핀란드 헬싱키 MBA를 졸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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