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은 아트 스페이스들의 고민

누구나 다 '테이트 모던'처럼 될 수는 없다.

by 이형주 David Lee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MICE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와 서울의 한 아트스페이스 베뉴 마케팅을 위한 제안 준비로 지난주는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전시회를 준비하며 항상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역시 전시회가 열리는 공간에 대한 탐색이다. 출입구는 어떻게 나 있는지, 기둥은 몇 개인지, 천정 높이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전기용량이나 조명의 설치 가능 여부 등 전시 기획자에게 있어 전시공간의 탐색은 의사가 환자 몸에 주삿바늘을 꽂기 전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일과도 비슷하다.

거꾸로 전시 공간을 소유하고 이를 임대하는 베뉴 입장에서는, 단순히 시설을 사진으로 찍어 주최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설에서 전시회나 음악회, 또는 작은 북콘서트를 기획하고자 할 때 어떻게 공간을 쓸 수 있는지 철저히 주최자의 관점에서 의사의 처방전처럼 베뉴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 좋다. 무대는 어디에 설치하는 것이 좋고, 발표자 대기실은 어디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조명 세팅은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것이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었을 때 가장 예쁘게 나오는지 등, 콘텐츠의 개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간 사용 제안을 해야만 베뉴 세일즈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공공시설을 포함하여 사설 미술관이나 작은 문화공간 소유주들은 과거 작은 미술전이나 설립목적에 한정된 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에서 최근에는 북콘서트, 음악회, 기업행사,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원하고 있다. 특히나 서울의 4대문 안에 있는 이런 문화 공간들의 색깔 변화는 LP, 필름카메라, 몰스킨 노트 등 아날로그적 감성이 회귀하고, 호텔보다 게스트하우스와 에어비앤비를 선호하는 20-30대 개인 관광객_트렁크족들이 여행 시장을 선도하는 최근의 문화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그래서 이런 작은 베뉴들의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변화는 이 시대 사람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다. 스타필드나 롯데몰 등 한 공간에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몰링' 위주의 상업시설이 대세인 것도 이런 추세를 증명한다. 방문객과 베뉴는 서로의 이미지를 차용하며 개개인의 체험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많은 베뉴가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그러나 모두가 다 '테이트 모던'처럼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작은 문화공간의 고민은 아마도 소유주들의 '이상적 바람'과 현실의 운영상 문제와의 갭에 있을 것이다. 소유주는 '아트'를 하고 싶어 하지만, 방문객은 그 시간에 돈 쓸 가치가 있는 '꺼리'를 찾는다. 소비자의 레저 타임을 놓고 싸우는 테마파크, 쇼핑몰, 박물관, 경기장, 컨벤션센터, 서점, 카페, 공연장은 그래서 모두가 같은 링 위의 경쟁자들이다.


규모가 작은 베뉴일수록 철저히 그 소재지의 지리적 위치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반경 5 Km 이내 유동인구의 규모와 사람들의 소비스타일, 연령대, 특징 등을 분석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모든 국민을 문화시민으로'와 같은 슬로건은 더 이상 의미 없다. 결국 우리 시설의 하드웨어적 특징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따른 유치 대상 콘텐츠와 기획 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이 맞다. 애당초 건물의 설계 단계서부터 이런 고민을 시작한다면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지만, 이미 지어진 시설 입장에서는 현재의 여건에서 어떤 방향으로 시설의 마케팅 콘셉트를 잡을지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베뉴 마케팅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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