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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 View Sep 18. 2020

왜 우리는 도자기를 박물관에서만 만날까?

음식을 조금 더 맛깔스럽게 내놓기

우리가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갈 때, 그 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는 먹는 행위이다. 미국의 경우, Yelp 등의 별점과 리뷰 개수를 보고 식당을 선택하면 크게 실패할 확률이 낮다. 이렇게 전문적인 식당 리뷰 플랫폼도 있지만, 요즘 와이프와 나는 인스타그램의 "비주얼"을 보고 식당을 선택하기도 한다. 맛도 맛이지만 식당이 주는 분위기, 그리고 음식의 비주얼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단순히 먹는 것을 떠나 분위기까지 '느끼는' 이러한 행위는 비단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일본에서 영업 관련 업무를 했을 때의 일화이다. 일본 사회에서 중요한 접대를 준비하기 위해 그전부터 후보 식당을 선택하고 사전답사를 하는 일이 많았는데, 흔히 맛집이라고 하는 식당이 아니더라도 일본의 식당은 어느 곳도 같은 스타일의 그릇을 내지 않고, 심지어 한 메뉴 안에서도 식자재와 연관된 문양과 소재의 식기를 사용하여 정갈하게 음식을 내놓는다. 보통 그러한 식기의 재료는 도자기였다.

음식의 분위기와 이야기에 맞추어 서빙되는 일본의 사시미와 스시




삼국시대(주로 백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우리나라의 많은 도공들을 자기네 나라로 끌고 갔다. 이들은 비록 타지였지만 꽤 좋은 대우를 받으며 도자기 만드는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신으로까지 추앙되며 규슈지방 아리타라는 지역의 신사에 모셔진 백제인 '이삼평'도 있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천민으로 취급되던 이들에게 온전히 '예술활동'에만 전념하게 하며 극진한 대우를 해주는 일본이 장인들에게는 오히려 더 작업하기 좋은 환경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도 우리의 청자나 백자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박물관과 같은 '죽은 공간'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이 유산들이 과연 살아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로부터 건너간 이 기술이 일본에 완벽하게 정착되어 '아리타야키 有田焼'라는 도자기로 일본문화를 서구에 소개했고, 이 물건들을 수출하는데 포장지로 사용된 종이에 새겨진 그림이었던 '우키요에 浮世絵'가 서양인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일본인들의 식탁 위에 살아 숨쉬는 식기로 자리잡고 있다.

백제인 도공이었던 '이삼평'을 모신 아리타신사에서 만난 그의 모습. 신사의 등 기둥과 입구도 도자기로 만들어져있다.
유럽에 수출되었던 아리타야키(좌)와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이 지역 도자기들(우)




가족들과 강원도 여행길을 떠났다. 강릉에서는 연례행사와 같이 초당순두부집에서 식사를 했다. 나와 와이프는 원래 좋아하는 음식이었지만 처음 먹는 아들은 평소와 다르게 두 공기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라 감탄하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는 일본에서의 경험이 떠올랐고, 그때 만났던 맛집들과 다르게 '대량생산'되고 '특색 없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나온 순두부들이 뭔가 아쉬웠다.


한때 한식 세계화로 국가적 프로모션을 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의 음식은 훌륭하지만 그릇과 함께 담아내는 그릇에서 우리 선조들의 훌륭한 식기 문화도 소개했다면 어땠을까? 스토리를 만들지 못했던 이 프로모션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오히려 한류드라마로 스토리를 빌려간 음식들이(예를 들면, 치맥 등) 성공적으로 외국에도 소개되고 어필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스토리가 빈약하면 감동을 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너무나 맛있었던 초당순두부!




이삼평과 백제 도공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큐슈로 여행하던 길에 만났던 극강의 '눈으로 먹는 음식'을 소개하고 오늘의 단상을 정리하려고 한다. 오징어회로 유명한 카라츠 唐津에서 미각은 물론이거니와 시각적으로도 나를 흥분시켰던 식당이다. 아마도 어디서도 이렇게 '싱싱하고 신선하게' 오징어를 표현할 수는 없으리라.

우리의 산 낙지처럼 아직 완벽하게 죽지 않아서 더욱 비주얼 쇼크를 주었던 오징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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