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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 View Sep 21. 2020

여섯 번째, 눈 쌓인 브라이스캐년

일출부터 일몰까지 즐길 수 있는 곳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전날부터 갑작스레 미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많은 국립공원이 출입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방문자센터도 문을 닫는 등 여행하기 용이한 환경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한 두 달이면 상황이 종료될 줄 알았었지만...) 이로 인해 자이언캐년 Zion Canyon에서의 일정을 간단한 드라이브 투어로 수정해야 했지만 브라이스캐년에서는 아무런 지장 없이 여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인공적인 시설이 없는 자연 속의 돌산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여행에 영향을 준 것은 전날 많이 내린 눈이었다.


자연 속을 걷는 체험

지난 아치스 국립공원에서부터 아들이 트레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자신감뿐 아니라 새로운 자연을 구경하는 것에 대한 재미도 생긴 듯하다. 심지어 이 곳에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이 쌓인 눈을 밟으며 여행하는 것이라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을 듯. Sunrise Point를 우리가 시작 지점으로 잡은 이유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트레일 코스에 다시 한번 아들과 도전해보고 싶어서였다. 눈이 쌓이지 않았더라면 아주 평이했을 이 코스는 Sunrise Point에서 퀸즈가든 트레일 Queens Garden Trail, 나바호 트레일 Navajo Trail을 지나 Sunset Point로 돌아오게 순환형 산책코스이다. 갈색 흙길을 걸으며 이 곳의 시그니쳐 바위인 후두 Hoodoo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매력이 있으니 무리해서라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코스를 따라 걸어가면 다양한 규모와 모양의 후두를 볼 수 있어서 사진 찍는 재미가 있고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일 코스에 들어가기 선셋포인트에서 내려다본 조망
사탕하나로 당충전 하며 잘도 걷는 아들
퀸즈가든에 도착, 여왕을 닮은 바위라고 하는데...


바람이 만들어낸 바위 모양들

아침부터 트레일을 시작한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코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차장에서 경관을 보고 이동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코스였기 때문이다. 아들은 물론 중간에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난생처음 손에 쥔 츄파츕스 사탕 하나로 당 충전과 함께 힘을 내며 오전 중 간신히 트레일 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완주 이후 지쳐 쓰러진 아들을 차에 태우고 내츄럴브릿지 Natural Bridge로 이동했다. 가는 동안 아주 훌륭한 따뜻함과 진동이 아들을 취침에 들게 하였지만 큰 일정 하나를 함께 해낸 체력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미 가까이에서 훌륭하고 예쁜 후두 바위를 경험하고 온 우리들에게 내츄럴브릿지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하였다. 그래도 다시 사진으로 보니 돌아가고 싶은 미국이다.

앞선 트레일 코스에서의 광활한 자연에 비해 소박했던 내츄럴브릿지


브라이스포인트 Bryce Point와 인스퍼레이션 포인트 Inspiration Point

숙소에 돌아와 우리도 한숨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추운 바깥 날씨, 눈길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걸었던 탓에 피로도 빨리 온 듯했다. 브라이스캐년 초입 숙소를 잡은 것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준비한 컵밥으로 점심 끼니를 채우고 지친 아들과 함께 세 가족이 한 숨을 자고 나니 어느덧 선셋포인트도 즐길 수 있는 시간대가 되었다. 계획해두었던 브라이스 포인트와 인스퍼레이션 포인트에서도 간단히 사진을 찍고 마지막 일몰의 모습을 선셋포인트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공원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해가 질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액자와 빛의 흐름을 느끼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이렇게 특별한 이벤트 없이 자연 속에서의 브라이스캐년 일정을 마무리했다. 질퍽이는 길이 아쉬웠지만 눈이 왔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장관을 담을 수 있었다. 아름다움을 눈과 사진 속에 담아두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 남은 잠을 청하고 다음 날 자이언캐년으로 떠날 채비를 하기로 한다.


조금 더 일찍 이 곳에 도착했다면 해가 살짝 남아있는 순간부터 일몰까지를 담을 수도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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