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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Mar 01. 2022

솔직한 봄 마음.


봄나물을 무쳤다. 조물조물 손 끝으로 향기로운 봄.
봉지마다 갇힌 봄을 꺼낸 아침. 너무 오래되어 상할까 염려된 나머지 일어나자 바로 앞치마를 둘렀다. 내게 앞치마는 뭔가 시작될 가사노동의 집중을 말하는데 그 신호를 아는 식구들은 주기적인 혜택에 궁금함을 감추지 않는다. 사실 워낙 서툴다 보니 조금만 차려내면 놀란다. 나름 효과적인 가사노동의 분배라 나는 만족하며 또 문득 모처럼의 시간차를 노린다. 절대 의도적인 건 아니다. 다만 그렇게 되어버린 시그널일 뿐이다. 아주 우호적일 뿐.



휴일 아침 모처럼 주방에 이른 봄기운이 돈다. 게으른 아침을 개어두고 움직이기까지 약간의 유혹도 있었지만 이불을 박차고 나오면 시작되는 에너지. 어딘가에 축척된 내 몸을 이루는 물질들의 화학반응, 늘 어디론가 가고 있던  어떤 봄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설렘과 같이 지극한 반가움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는 일이 내겐 엄두가 나지 않는 어려운 행위일지도 모르는 일처럼  나의 강점과 약점을 인정한다. 어떻게 나의 시간이 로맨틱하게 흐르고 그때마다 사랑하고 말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뿐이다.



적어도 어느 날은 소파에 누워 있다가 문득,  일어나 시시한 공간을 시시하지 않게 살림하고 싶은 충동이 일 것이다. 그리고 공간 안으로 걸어가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 모든 것의 생명을 만지면 역시 삶은 매력적이구나 싶을 것이니까.



입맛이 돈다고 했다.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도 식지 않는 봄의 기운이 한 일이다. 그리고 손 끝에 묻어난 봄의 마음이 전해진 것 이어서 나는 대략 기분이 좋다. 솔직한 봄 마음.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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