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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Feb 18. 2022

히야신스

까만 봉지의 봄.


이월.

멈춰 선 빛이 아지랑이 같다.

살살 어지간해야지

여기서 얼마나 들썩였을까

바람이 불어도 제법 봄이다.


까만 봉지를 손에 들고 왔다.

그리고 무심히 탁자 위에 올려두곤 사라졌다.

뭐지? 부스럭 열어보면서부터 놀랐다.

조금씩 보이던 초록

꽃망울 맺은 꽃대 아래로 뿌리를 내렸다.

도무지 색깔이 보이지 않았지만

꽃도 모르는 어떤 색을

봄은 하얀 뿌리의 심연 어디에 감각이 닿았을 것 같다.

작년 봄 꽃 쓰러져 간 자리

색을 품은 히야신스


어쩐 일인지 어제 저녁 남편의 퇴근길 감동은

오래 여기에서 향기롭다.

까만 봉지 안의 봄. 을 가져다준 고마운 마음

말없이 은근히 내민 봄이 왔다.

그러고 보면 이런 소소한 일들로 나는 살 것 같다.

라고 말했다.


오늘은 오후 줌 강의 하나 말고도 여유롭다.

다 내 시간이어서 알 수 없는 내 그리움까지

어림잡아 햇살에게 눈 감겨오는 노랑처럼.



이른 점심으로 고등어를 구웠더니

온 창을 다 열어도 온 집안에 베였다.

여태 가득 고등어 냄새

공기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초를 밝혔다.

서로 스며들겠지.


햇살 곁에 놓인 시선

문득 내가 바라고 바라는 행복이

여기에 다 있는 듯

따사롭고 상냥하여라

딱, 이만큼만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

라는 소망에 볕 쬐기



그러다

문득 이곳에도 눈이 오면 좋겠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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