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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Feb 14. 2022

달빛에 물든 목련.

벌써 조금 전 하늘이구나. 그사이 하늘은 그대로 밤이 흐른다. 아무튼 달이 떴다. 저녁 산책을 하다가 처음엔 희미한 어둠 속을 그냥 걸었다. 얼마즘이었을까. 아 봄이지. 마치 그 사실을 첨 알았다는 듯 끌리듯 멈춰 섰다. 그렇게 아직 봄이 돋아나지 않을 나무라고 여겼던 내 마음이 유심히 나무를 살폈다.


나뭇가지 끝으로 솜털이 은빛으로 빛났고 하늘로 열린 열망처럼 부풀어 가는 중이었다. 그날처럼 나목의 믿음은 가지 끝에서 가지 사이로 은은한 달빛을 얻었다. 뭐랄까. 태초의 탄생 같았다. 누군가를 믿어준 사이 같았다. 가볍지 않은 아름다움. 나무 아래 서성이던 땅 위를 걷던 지구인과의 포옹 한가운데.



그렇게 고전적인 달의 출현은 차고 넘치지 않도록 동그랗게 떠 있었다. 보름이구나. 커다란 보름. 남몰래 두 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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