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Feb 05. 2022

비워내는 시간.

느릅나무 껍질을 사 왔다. 약방의 감초는 없어서는 안 될 단 맛. 대추도 곁들였다. 서로 상생하는 사이인 것 같다.

한 솥 끓이고 두 번째 솥을 끓이려고 불 위에 올려 두었다. 재탕할수록 색은 더 진해지고 맛도 더 진해졌다.


가만히 나는 끓인 느릅나무차를 마셨다. 마치 온몸에 따뜻하게 흐르는 나무의 수액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나무의 시간이 내게 오는 것 같아 내가 나무가 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끝에 맴도는  맛이 깨웠는데 역시 감초다웠다.



블로그 이웃님 덕분에 알게 된 느릅나무 단식. 날마다 정성스레 올려주시는 체험 일기를 보았다. 어렵지 않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이 쓰리지 않고 배가 고프지 않다는 구절에서 그냥 믿어졌다. 그리고 생소했지만 한번 따라 하고 싶어졌다. 마침 집에 있는 날이 많은 요즘 방학이라 한갓지다. 그래서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은 게 신기하다. 참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조금 붓는 편인데 아주 사각거린다. 변화라면 변화다.



어제 하루 지난 이틀째, 오늘도 느릅나무의 수액이 흐른다. 난생 처음하는 일이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좋다. 비워내는 시간이 흐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두가 나왔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