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 껍질을 사 왔다. 약방의 감초는 없어서는 안 될 단 맛. 대추도 곁들였다. 서로 상생하는 사이인 것 같다.
한 솥 끓이고 두 번째 솥을 끓이려고 불 위에 올려두었다. 재탕할수록 색은 더 진해지고 맛도 더 진해졌다.
가만히 나는 끓인 느릅나무차를 마셨다. 마치 온몸에 따뜻하게 흐르는 나무의 수액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나무의 시간이 내게 오는 것 같아 내가 나무가 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끝에 맴도는 단맛이 깨웠는데 역시 감초다웠다.
블로그 이웃님 덕분에 알게 된 느릅나무 단식. 날마다 정성스레 올려주시는 체험 일기를 보았다. 어렵지 않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이 쓰리지 않고 배가 고프지 않다는 구절에서 그냥 믿어졌다. 그리고 생소했지만 한번 따라 하고 싶어졌다. 마침 집에 있는 날이 많은 요즘 방학이라 한갓지다. 그래서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은 게 신기하다. 참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조금 붓는 편인데 아주 사각거린다. 변화라면 변화다.
어제 하루 지난 이틀째, 오늘도 느릅나무의 수액이 흐른다. 난생 처음하는 일이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좋다. 비워내는 시간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