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이기에 예술이다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건 아마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강원도에 있는 외할머니 댁을 가는 아버지의 차 안에서 CD인지, 카세트 테이프인지, 라디오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상한 가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 위로 나는 돛단배' 뭐 이런 내용이었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에 저렇게 들었었다.
뭔가 옛날스러운 멜로디에 잔뜩 촌스러운 목소리였다.
그것이 내가 '김광석'의 음악을 처음 마주한 기억이었다.
그리곤 한참 그의 음악에 대한 기억이 없다. 분명 어디에선가 들었을 텐데 어릴 적의 그것만큼 강렬한 인상은 아니었던지 그의 음악에 대한 기억은 수 년의 공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된 어느 날. 다시 한번 그의 음악을 접했다. 어느 가수가 TV에 나와 노래방 기계에 흘러나오는 반주에 맞춰 가사를 틀리지 않고 완창하는 프로그램에서 무언가 흔한 발라드곡과는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노래를 불렀다. '사랑했지만'이라는 가사가 기억이 나 검색을 하니 무척 많은 노래들이 나왔다. 모두 한 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하여 다시 부른 것이었다. 당시에도 몰랐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왜 다시 따라 부르고 앨범까지 내는 것인지. 원곡을 찾아 들어보니 '어라' 예전의 그 목소리였다. 그 요상한 가사를 읊조리던 그 목소리.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와 구름 위로 나는 돛단배라는 특별한 세상을 꿈꾸던 사람이 바로 김광석이었던 것이다.
<사랑했지만>이라는 곡은 중학생일 때 가장 많이 들었던 그의 곡이었다. 물론 TV 프로그램에서 <사랑했지만>을 열창했던 다른 가수를 좋아했던 까닭도 있다. 리메이크된 곡과 원곡을 둘 다 좋아했었다. 새롭게 녹음된 곡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있었다면 김광석의 그것은 투박하지만 매력적이었다. 애달픔, 그리움,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그 자체였다. 얼굴에 잔뜩 올라온 사랑의 열병과 함께 정말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며 그의 다른 노래들도 나름 그 나이대보다는 성숙한 감정으로 이해하고 느꼈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그 뒤로도 한참을 이해하지 못했던 노래였다. 내가 태어나고서 얼마 안 되어 나온 노래였지만 십수 년이 지나 흘러나온 노래보다 아름다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수백은 들었을 그 귀에 익는 기타 소리와 시작되는 알듯 말듯 어려운 가삿말. 가사가 주는 의미도 채 모른 채 그저 귓가에 맴도는 음악이 좋아 즐겨 듣곤 했다. 그리고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렇게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은 '느끼고' 있다. 여전히 모두 알진 못한다. 예전과 달리 그 가사를 곱씹을수록 슬픔이 가득하다는 것이 이제는 느껴진다.
김광석의 노래를 매일 듣진 않는다. 어느 순간 그 정서에 꽂혀 하루를 불태워 노래를 잔뜩 느끼고선 금세 또 다른 노래들에 밀려나간다. 그러다 우연히 길을 걷다, 라디오를 듣다, TV를 보다, 때론 그의 노래에서 느꼈던 감정을 되새기다, 홀린 듯 다시 그의 노래를 찾아듣는다. 그의 음악은 신화같다. 잊히지 않고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휘젓고 다닌다. 그리고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끊임없이 전승되며 들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되는 신화가 그러하듯 말이다.
이번에도 우연히 모창 능력자 사이에서 원곡자를 찾는 TV 프로그램을 보다 다시 김광석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홀린 듯 다시 그의 노래를 찾아듣게 되었다. 어릴 때 들었던 그의 목소리는 조금 촌스러웠다. 그때 흘러나오던 가수들의 목소리와는 결이 조금 달랐다. 그래서 가사를 곱씹으면서 들었다. 촌스러움도 물론 그의 음악에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였다. 이제는 그의 목소리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느 누구도 그만큼 감정을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음색, 공연 중 짓는 찡그림과 눈이 안 보이는 웃음 그리고 한숨 소리마저도 음악으로 만드는 그의 모든 것이 특별하다. 아마 이번에도 며칠 그의 음악을 듣다 유쾌하고 즐거운 음악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리곤 어느 날 또 그의 신화를 마주칠 것 같다. 우연히 그를 떠올리면 그가 전하고픈 모든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그의 능력일 것이다.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가슴속에 매번 뜨거운 불을 지피는 것. 그런 불멸성이 바로 예술이 아닐까 한다.
음악으로 영원히 세상에 남은 그의 예술이 좋다. 그의 신화로만 느낄 수 있는 뜨겁고 애절한 감정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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