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블로그에 아무 이야기나 적기 시작한 지는 42일째,
아침과 저녁에 5분 정도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는 45일째,
러닝과 간단한 맨몸 운동을 병행하며 식단 조절로 다이어트를 한지도 45일째이다.
4월 3일.
4월 3일에 완독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를 당장 실행하지 않으면 또 한 번 의미없는 독서를 했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았다. 내일로, 또는 나중으로 다시금 미루지 않기 위해 책을 내려놓자마자 운동복을 챙겨 입고 밖으로 뛰쳐 나갔던 기억이 난다. 숨이 차올라 헉헉대며 첫날의 달리기를 완주했던 순간으로부터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매일 1%씩 나아지는 삶이라는 메시지 아래, 차곡차곡 나라는 탑을 쌓기 위해 애를 썼다.
지하철과 버스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블로그에만 글을 올리는 것이 아쉬워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여 마음에 드는 글을 브런치에 올린다. 운동이 정체기에 이르자 개수를 늘리고 방식을 바꾸는 등 안주하지 않으려 많은 순간들을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의식하며 지냈다.
덕분에 조금 더 많은 글을 접할 수 있었다. 먼저 세상을 슬기롭게 헤쳐간 사람들의 지혜를 1%나마 배울 수 있었다. 잃어버렸던 건강을 찾을 수 있었다. 200km가 넘게 달리고 매일 인상을 찌푸려가며 몸을 움직인 덕에 눈으로도 수치로도 좀 더 건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헛소리이든, 썩 맘에 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픈 글이든 40개가 넘는 끄적임을 만들고 그날 그날의 감정, 생각, 느낌, 소회를 적는 일기를 적어온 덕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은 더 알 수 있었다. 남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알리는 부끄럽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도 할 수 있었다. 무척이나 의미 있는 한 달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하얗고 아름다운 탑이 아니라, 아니 하얗고 아름다운 탑을 만드는 하얀 그리고 단단한 벽돌도 아닌, 진흙을 빚고 구워 만든 흙벽돌이 되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이 있었다. 흙벽돌을 튼튼하고 아름다운 벽돌로 바꾸고 그 벽돌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벽돌을 올려 탑을 쌓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한 층을 쌓고, 그 위에 다시 한 층 더, 그리고 한 층 더
아직은 그 층이 높지 않아 탑을 쌓는 것에 큰 힘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던 맨바닥에 든든한 부지가 들어서고 무언가 틀을 갖춰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십층이 넘어가고 이십층이 넘어가자 탑을 쌓는 것은 조금 어려워졌다.
매너리즘이라는 중력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모를 답보 상태라는 탑 주변의 어두운 기운도 감돌았다.
다른 자극이라는 크레인을 이용해야 탑을 쌓을 벽돌을 저 위, 새롭게 쌓여 가고 있는 현장에 올릴 수 있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잠깐은', '괜찮겠지', '필요한 거야' 등의 유혹이라는 거센 바람이었다.
탑이 높아지자 탑을 맴도는 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 탑을 때렸다.
조금씩 탑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는 시간에는 책을 읽으려 했던 초기와는 달리 웹으로 유튜브나 인스타에 접속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탑'이 들어가는 웹툰을 한창 안보다가 오랜만에 본 뒤로 며칠을 푹 빠져 꽤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할 때면 '괜찮겠지'라는 바람을 이기지 못해 일주일을 지켜왔던 식이조절을 깨뜨리고 그간 부족했던 칼로리를 한 끼에 모두 채워 넣곤 했다.
탑은 계속 쌓아가고 있지만 중간중간 중요한 구조물과 자재가 중력에 끌려 내려진 이 빠진 탑이 되었다.
열흘쯤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조금씩 편한 길을 머릿속에 두고 있다고. 쉬운 길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고.
냉철하게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힘겹게 올리고 있는 벽돌이 다시 흙벽돌이 된 것은 아닌지, 벽돌을 쌓을 때 아교는 잘 칠했는지를 매 층마다 살피고 천천히 단단하게 올라갈 필요가 있었다.
탑이 올라갈수록 탑은 거센 저항을 받게 된다.
상층부의 바람은 탑을 휘청이게 만들기도 하고 높아진 탑의 꼭대기로 벽돌을 올리는 일은 점차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쯤 하면 되지 않았나', '가끔은 좀 풀어져도 되겠지',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졌다'와 같은 말들이 자신이라는 탑이 맞닥뜨리는 저항이다. 그렇기에 더 강인한 의지와 좋은 일들을 쉽게 습관화할 수 있는 루틴, 가끔 탑을 돌아보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로 매 순간 더 단단히 탑을 만들어야 한다.
공든 탑은 무너지기 쉽지 않다.
허나 '나'라는 탑은 인간이기에 항상 무너지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더 나은 길보다 지금 편한 길을 좋아하고, 높다란 탑을 쌓았더라도 땅이 끌어당김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해 빠져든다. 그러니 단단한 탑을 쌓아나가자. 탑을 쌓는 길이 험한 길임을 인식하자. 땅은 언제나 나를 끌어당김을 알아차리자. 나의 탑이 어디에 있음을 이해하자. 무너질 수 있는 탑임을 아는 것만으로도 탑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계속 더 나은 미래라는 하늘을 향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