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선물한 책

by 시누의 서재

올해 초부터 월급 날마다 어머니께 영양제를 드리고 있다. 어느 날 동료가 피곤해 보인다며 추천해준 영양제가 효능이 괜찮았다. 어머니께서는 나를 먼저 챙기라고 하시지만 요즘 부쩍 체력이 달려 밤 10시도 안되어서 잠이 쏟아지신다는 어머니께 좋을 것 같아 하나 둘 드리다보니 어느새 월급날에는 영양제 결제부터 한다.


돈을 잘 벌고 있진 못해서 명품 가방은 아직 못 사드리고 있다. 벌써 몇 년전부터 '돈 많이 벌면 남들 들고 다니는 르으브틍, 그쯔, 프르드 사줄게~' 하고 있지만 과연 어느 세월에 선물해드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 그럴만한 능력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몸 건강히 무탈하시라는 염원에서 영양제를 드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도 밀렸던 영양제를 결제해서 보냈다. 자꾸 깜빡깜빡하셔서 뇌기능에 좋다는 약을 3개월치 보냈다.

그리고 이번엔 좀 다른 걸 함께 보냈다.

<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 <50 이후, 인생을 결정하는 10가지 힘>이라는 두 권의 책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부터 책을 무척 좋아하셨다. 주로 소설이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10권을 한 번에 빌려서 내내 책 읽는 재미로 자식 셋을 키우는 힘듦을 이겨내셨다. 요즘도 모바일로 보는 웹 소설에 푹 빠지셔서 밤마다 무료로 한 편을 더 보게 해주는 카톡을 나에게 보내신다. 어머니께서 여전히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하시고, 쉰을 넘기신지 조금은 시간이 지나 새로운 시각을 선물하고 싶었다. 정작 나는 읽어보지도 않고 어디선가 본 추천사를 보고 결정한 책들이었지만 실제로 오십대를 걷고 있는 어머니께는 아주 작은 울림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1월쯤에도 책을 사드린 적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직장을 다른 곳으로 발령받으셨다. 함께 하는 직원분들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다고 당신이 직접 찾아보신 리더십 관련 책을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책을 잘 받으셨다는 말씀은 있으셨는데 잘 읽으셨다는 말씀은 없었다. 아 한참 뒤에 다시 여쭤보니 재밌게 읽으셨다고 하셨다. 처음 겪는 변화를 책을 통해 헤쳐나가시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선물해드렸다는 점에서 그때와 조금 다르다. 요즘 내가 부쩍 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어머니께도 책 읽는 즐거움을 또 한 번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어찌보면 책도 영양제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한 알씩 꾸준히 먹으면 건강한 몸을 만드는 영양제처럼 책도 마음과 생각을 건강하게 만드는 영양제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아들 생각에 조금은 흐뭇해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오래도록 어머니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 선물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내게 그건 책이었다. 종이책을 만지고 있는 순간은 마음속 약간의 미소를 머금게 만들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새로운 삶의 지혜를 통해 그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되도록 좋은 책들을 어머니께 자주 선물하려 한다. 내가 지금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기도 하고.

그리고 이번 선물을 계기로 다른 가족들한테도 가끔 한 권씩 좋은 책을 권할까 한다. 나보다 어린 동생들이 좀 더 일찍 후회 없도록 재밌게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러니 가끔 의미 있는 선물을 생각한다면 가족들에게 책 한 권씩을 건네며 생색을 내보는 건 어떤가 싶다. 누군가의 인생에 이토록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선물로는 아마 책이 가장 좋을 것이다.


물론, 가족들은 책 같은 거 말고 더 비싸고 빛나는 물건을 원한다고 말할지도 모른지만.


그럼에도, 먹힐 것 같진 않지만, 잘 설득해보자. 물질적 소비보다 경험적 소비가 더 좋다고... 물건은 헤지면 그만이지만 책은 머릿속에 평생 남는다고.




근데,

엄마가 됐고 얼른 돈이나 벌어오라고 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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