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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Oct 05. 2020

2021년의 트렌드는 단연코 OO이다!

서평 시리즈 #57 : <라이프 트렌드 2021> 김용섭

2년 전쯤 우리나라 거리에 온통 보라색 옷이 가득했던 적이 있었다. '올해의 컬러'로 영롱한 연보랏빛이 선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독일 유명 스포츠 브랜드 A사에서 나온 보라색 트레이닝복은 불티나게 팔렸고 덩달아 소위 '힙'하다는 사람들은 죄다 보라색으로 온몸을 도배했다. 나처럼 트렌드에 뒤처지는 사람도 많지만 최신 트렌드에 발 빠르게 올라타는 사람은 더 많다. 그렇게 트렌드는 쉽게, 그리고 강력하게 세상을 뒤엎는다. 


2020년. 개인적으로는 꼭 예전과는 다른 멋들어진 삶을 살고자 마음먹었던, 모양이 대칭으로 예뻤던 한 해 2020년. 올해의 트렌드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단연코 코로나 XX 일 것이다. 코로노믹스, 안티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모든 말에 코로나를 붙이면 올해의 핫이슈가 되었고 올해의 트렌드가 되었다. 


보통 트렌드는 금세 시들기도 한다. 1년도 넘게 세상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트렌드를 넘어선 무언가가 된다. 하지만 올해의 코로나는 2020년뿐만 아니라 2021년, 나아가 앞으로의 미래를 뒤바꿔놓은 사건이 될 듯하다. 


<라이프 트렌드 2021>은 세기의 팬데믹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들이 바뀌어 버린 세상 속에서 다가올 2021년을 예측한 책이다. 미래 예측 보고서나 트렌드 관련 책을 많이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읽어본 몇 권의 표본에서는 사실 무척이나 얕고 조악스러운 이야기들을 접해왔었다. 덕분에 트렌드 관련 도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정도였는데 <라이프 트렌드 2021>은 펼쳐 본 첫 챕터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전문 논문에 가까운 방대한 자료가 수집이 되어 있었고 그에 따른 날카로운 예측이 함께 했다. 제법 묵직한 책의 무게에 책을 읽기 전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흥미로운 읽을거리들이 체계적으로 들어찬 책의 구성에 단숨에 몇 시간을 빠져들고 말았다. 

■ 세이프티 퍼스트 

- 안전 불감증? 이제는 안전 민감증!

불과 1~2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보다 익숙한 말은 '안전 불감증'이었다.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작업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생명을 잃었다. 그럼에도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안전 의식은 수십 년째 나아지지 않았다. A.C. 즉 애프터 코로나를 맞이하여 우리의 시대는 이제 안전 민감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집 밖을 나가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밥 먹을 식당을 고를 때에도, 음식을 배달시킬 때에도, 심지어는 스마트폰을 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이나 서비스의 스펙이 아니라 '방역', 즉 안전이 되었다. 안전이 최우선 스펙이 된 것이다. 

- 우리의 얼굴이 되고 만 마스크의 순효과

마스크는 물론이고 손 소독제, 위생용품, 살균제 등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전에 잠깐 일하던 공유 오피스에 마스크 관련 사업을 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세계 각지에서 마스크를 계약하기 위해 몰려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현재와 같은 위생 시스템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손을 씻고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마스크를 착용하고(어쩌면 마스크는 영영 못 벗을지도 모른다), 기침 예절을 준수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덕분에 수많은 전염성 질환들이 놀라운 수준으로 감소했다. 질본이 2020년 5월 중순 무렵 조사한 결과 리노, 아데노, 사라코로나의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내원한 환자의 수를 조사한 결과 3명으로 집계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46명에 비하면 상전벽해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손 씻기 습관을 통해 식중독과 눈병 등의 질병도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 코로나의 이로운 효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살균기를 출시한 까닭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살균기를 출시했다. 손을 자주 씻는다고 하지만 우리 몸의 일부가 된 스마트폰은 사실 위생에 취약하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에는 세균이 집중적으로 번식하는 곳이 화장실 변기의 3~4배에 이른다고 한다. 전에는 별 신경 쓰지 않았던 이러한 이슈가 코로나로 인해 사용자들의 '불편함'이 되면서 기업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코로나로 인해 '안전'이라는 트렌드가 제품에까지 반영된 것이다. 

- 여행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7월쯤이면 코로나가 잠잠해질 것이라 예측했던 항공 및 여행 산업은 올해 5월 예측한 보도문에서 2023년이면 2019년의 여행 수요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얘기했다. 여행 수요가 가장 활발했던 2019년, 그때로 돌아가는 건 지금 생각해보면 이번 10년 안에 가능할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럼에도 관광이 주요 수입원인 일부 국가에서는 관광객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 검사 및 치료에 쓰일 수도 있는 돈을 보증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음성 판정을 받으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일행 중 한 명이라도 양성으로 나올 경우 수 천 달러의 보증금은 그들 각자를 위한 병원비로 사용되게 된다. 방역 체계가 미비한 해당 국가에서는, 여행객을 받기는 받아야겠지만 동시에 코로나가 확산되어 발생할 수 있는 참담한 팬데믹을 막아야 하기도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2020년의 최대 화두였던 '세이프티 퍼스트'는 2021년에도, 그리고 어쩌면 이제는 영원히 인류의 가장 큰 니즈가 될지도 모른다. 

■ 뉴 프레퍼 

코로나로 인해 다시금 세상엔 프레퍼 족이 등장하고 있다. 재난이나 사고 등을 염려해 평소에서 생존을 위한 대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프레퍼 족은 냉전 시대, 핵 전쟁의 위험이 항상 사람들의 곁을 맴돌고 있을 때 핫한 사람들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프레퍼족은 시대에 큰 혼란이 찾아왔을 때 활기를 띠었다. 팬데믹 코로나는 사람들을 재난에 대비하게 만들기 충분한 위협이었다. 베어 그릴스와 같은 생존 전문가 컨텐츠는 원래도 재밌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존 컨텐츠는 더욱 불을 뿜으며 소비되고 있다. 은연중에 우리 모두가 영화 속에서나 보던 무질서한 아포칼립스 상황을 조금씩 상상하게 된 까닭이다. 

■ Youngeset power 

- BTS의 팬들이 벌인 놀라운 행동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BTS의 팬덤은 아미(ARMY)라고 불린다. 2020년 4월 코로나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BTS의 공연이 취소되자 '아미'들은 놀라운 행동을 보인다. 환불받은 금액을 그대로 코로나 구호 성금으로 기부한 것이다. 이는 최근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대신 그 마음을 기부나 구호 물품 등으로 보여달라는 멋진 제안을 시작하여 일어난 변화이다. BTS뿐만 아니라 블락비, 갓세븐 등 유명 그룹의 팬들이 해외에 각종 선행을 전달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이 되었다. 이는 밀레니엄 세대를 넘어 Z세대를 넘어 이제는 팬데믹 세대라고도 할 수 있는 20~25세의 젊은 층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사회 인식 덕분이다. 

- 주변의 문제를 가만히 둘 수 없는 젊은이들

30~4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기후 변화 문제에 기성세대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위험성을 인지만 했을 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20대 초중반을 달리는 젊은 층은 각종 사회 문제가 자신들과 함께 가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안다. 등교를 거부한 소녀 그레타 툰베리처럼 주변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티스트의 팬덤 또한 20~25세 연령층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움직이고 있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의 멋진 요구도 있었지만 스스로도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이 의미 있는 일임을 알고 있기에 행동하는 것이다.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그 누가 이야기해도 인간은 움직이기 않는 동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BTS의 글로벌 팬, 그중에서도 미국 팬들은 이번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격분하고 행동했다.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팬데믹 세대의 특성이 함께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글의 길이 문제 등으로 더 많은 내용을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아쉬운 책이다. 간략하게 소개한 챕터들 이외에도 '화상 회의'를 통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줌', 재택근무의 미래 등 반드시 읽어야 하는 트렌드가 가득하다.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이라면 이쯤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트렌드를 읽으려는 시도는 미래를 예측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렇기에 트렌드를 알려주는 글은 현 세태에 대한 더없이 철저한 분석과 논리정연한 분석, 날카로운 통찰을 가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뇌피셜'이 될 수밖에 없다. '공상'이 되고, '소설'이 된다. 

<라이프 트렌드 2021> 또한 어쩌면 공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내놓은 2021년이라는 미래가 공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수많은 자료를 깔끔하게 가공하여 놀라운 논리를 구축하였다. 그의 미래가 꼭 들어맞지 않더라도 현재를 이야기하는 정확성을 통해 독자 스스로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이 모쪼록 혼란스러운 2020년을 잘 돌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주었으면 한다. 덧붙여 저자가 차곡차곡 모아둔 양질의 정보를 곰곰, 곱씹으며 독자 스스로도 앞날의 먼 발치를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2020년을 돌이켜보는 정확한 분석, 2021년을 예측하는 날카로운 통찰력. <라이프 트렌드 2021 : fight or flight>였습니다. 





* 본 리뷰는 부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6Mxb_mZ_Q8E?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pixabay.com/ko/photos/%EB%B2%99%EC%BB%A4-%EA%B3%84%EB%8B%A8-%EC%9C%84%EC%AA%BD%EC%9C%BC%EB%A1%9C-%EA%B1%B4%EB%AC%BC-2359436/

3) https://unsplash.com/photos/sW_BS0OVgv0?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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