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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Nov 08. 2020

생각의 용광로를 창조의 길로 이끄는 방법

서평 시리즈 #71 : <말의 사람 글의 사람> 이재영

당신은 말의 사람인가, 글의 사람인가? 당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우주를 말로써 담아내는가 글로써 담아내는가? 용광로에 펄펄 끓는 쇳물과 같은 생각의 끈적끈적한 용액들을 어느순간 고요한 흐름으로 만들어 보다 쓸모있는 그릇에 담아내는 방법. 그것이 바로 말의 사람이냐 글의 사람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한 종교 모임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베드로와 바울을 놓고 '말의 사람', '글의 사람'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그때의 영감이 곧바로 책의 제목이 된 <말의 사람 글의 사람>은 말과 글을 통해 청춘을 영원히 가지고 가려는 한 이공학자의 이야기이다. 앞선 시대의 뛰어난 선지자, 철학자들의 사상을 사유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이기에 그가 전하는 말과 글의 의미는 우리에게 색다른 고민을 안겨준다. '말'이라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행위를 통해 현재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잡아둔다는 이야기와 '글'이라는 다소 숭고할 뿐 마찬가지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행위를 통해 영원의 기록을 시간 속에 담긴다는 이야기를 가슴에 새겨보는 것이다.

말과 글이 비롯되는 최초의 근원인 '생각'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부터 말의 사람과 글의 사람이 무엇인지를 탐구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말의 사람'과 '글의 사람'에 대한 폭 넓은 소개는 사례를 통해 다소 모호할 수 있는 관념적인 이야기를 현실에 발 붙이게 만드는 이공학자 특유의 논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의 '말'과 '글'처럼 말과 글을 통해 오랜만에 생각의 무한한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금 리뷰를 넘어서 자신만의 '글'을 끄적여야겠다는 다짐이 새록새록 차오르는 아름다운 '글' 자체였다.




저자는 '창조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책을 열어젖힌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인간은 '창조'라는 행위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는다. 죽처럼 푹 고아지고 있는 생각의 혼합물을 끄집어 내어 자신만의 형태로 창조하는 순간 인간은 살아갈 의미를 회복한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알란이나 100세 넘는 나이에도 강연장을 향할 때면 설레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는 연세대학교 김형석 명예교수와 같은 사람들이 '창조'를 통해 정신적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육체적 젊음은 중요치 않다. 20대의 몸을 지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정신이 정체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창조하고자 하지 않으면 이는 '늙은' 이와 다름없다. '나이 든 이'를 넘어서 '늙은이'가 되는 것이다. 반면 인생의 어떤 순간을 살고 있더라도 처음 보는 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는 강연,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하는 글 등을 사랑하고 이를 실존적인 형태로 창조하고자 한다면 이는 '젊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늘 지루해 마지 못해 살아가는 삶이지만 한순간에 그러한 삶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창조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을 실존적인 형태로 창조하고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바로 말과 글이다. 말은 달변인데 글솜씨는 영 별로인 사람이 있고, 헤겔처럼 위대한 사상을 글로는 적을 수 있지만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어했던 사람도 있다. '말의 사람'과 '글의 사람'이 제각기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는 말이라는 행위를 통해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지금의 시간 속에 꼭 붙잡고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중간중간 말이 끊길 때 들리는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목소리를 이어나가는 것은 현재를 오롯이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글은 영원히 남기는 것이다. 그 옛날 양피지와 파피루스에 글과 그림을 남겼던 인류의 선조들처럼 우리는 무언가를 남기길 원했다. 기록들은 영원히 그곳에 남아 후대에 전해지며 끊임없이 다른 이들의 머릿속에서 때마다 다른 사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말과 글이 다소 다른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말의 사람'과 '글의 사람'은 자신의 선호에 따라, 환경에 따라 형성되게 된다.

<말의 사람 글의 사람>은 각각 10명이 넘는 해당 유형의 전형들을 소개한다. 말의 사람 중에는 나치 전당 대회를 이끌었던 희대의 전범 히틀러도, 100명이 넘는 제자들에게 삶의 정수를 전했던 공자도 있다. 혁신의 아이콘 그 자체였던 스티브 잡스의 '말' 또한 자세히 나와있다. 그들의 세세한 화법을 조금씩 엿볼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말'로써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주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더없는 기쁨이다.


글의 사람들은 노트를 쓰고, 책을 쓰고, 책을 번역하는 등 '글'로써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찰스 다윈, 피카소 같은 이들은 연구 노트와 습작 노트를 통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를 역사의 기록 속에 남겼다. 갈릴레오 또한 당시 서구 사회를 지배하던 '지동설'을 반박하는 책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글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며 때로는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한 사상이 되기도 한다. 글의 사람들이 글을 선호했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말과 글 모두를 좋아하는 편이다. 처음 보는 사이에서의 어색한 정적이 싫어 무슨 주제로라도 말을 꺼내는 편이다. 글솜씨는 없지만 혹시나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통해 아주 작은 영감이라도 얻지 않을까 기대하며 생각을 글로 펴내는 것도 좋아한다. 덕분에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말의 사람과 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때로는 침묵하는 것이 말의 농도를 더욱 짙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글은 영원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지속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말과 글은 사람마다 지닌 멋진 창조의 세계를 펼쳐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해 무료하다면 '말'과 '글'을 통해 내면의 창조성을 깨워볼 것을 권한다. 말과 글이 당신을 멋진 신세계로 이끌지 누가 알겠는가.


생각의 용광로를 '창조'의 길로 이끄는 방법, <말의 사람 글의 사람>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아침의정원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출처 :

1) https://pixabay.com/ko/photos/%EC%9E%94%EB%94%94-%EA%B1%B0%EC%A7%93%EB%A7%90%ED%95%98%EB%8A%94-%ED%9C%B4%EC%8B%9D-%ED%8E%B8%EC%95%88%ED%95%9C-1867800/

2) https://unsplash.com/photos/s9CC2SKySJM?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unsplash.com/photos/-bEZ_OfWu3Y?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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