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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깊은 마포종점 허기 달래주던 노포

‘모이세해장국’ㆍ‘마포옥’ㆍ‘역전회관’ㆍ‘마포양지설렁탕’

제주발 선지해장국 명소 ‘모이세해장국’

마포 터줏대감 식당 ‘마포옥’·‘역전회관’ 

뽀얀 국물에 소면 조화 ‘마포양지설렁탕’     


옛 전차 노선인 서대문~마포까지 ‘마포선’을 따라 걷던 답사팀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된 근대건축물 충정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 문화지평이 시 후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옛 전찻길 따라 시공간을 잇는 서울 역사’ 4회 차 답사가 지난 7일 진행됐다. 이번 답사로는 옛 전차 노선 마포선으로 서대문역에서부터 마포종점 표석이 있는 마포어린이공원까지다.       


지금의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부터 마포역까지와 겹친다. 전차는 지상, 지하철은 땅 밑으로 다녔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물론 중간 기착 역도 조금은 다르지만 5호선 라인으로 이해하면 당시 전찻길을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서대문 전차역은 지금의 NH농협 본점 인근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경성역에서 서대문정거장 격하된 경의선 기차 정거장이 있던 곳이다. 물류 수송의 연계로 인해 같은 공간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대문정거장은 지금의 경찰청, 이화여자외국어고, NH농협을 아우르는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차 서대문~마포종점 마포선 답사

      

전차는 적십자병원 앞에서 출발해 마포종점까지 내달렸다. 시대에 따라 편리에 따라 전차역이 생기고 사라졌다. 1960년 대 서울의 마지막 전차노선도를 보면 서대문을 출발한 전차는 아현동, 경기공업고등학교 앞, 마포경찰서 앞, 도화동을 거쳐 마포종점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일제 강점기인 1927년 전차노선은 더욱 정밀했다. 서대문을 출발한 전차는 서대문경찰서 앞에서 정차했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경기감영이 있던 곳이다. 1896년까지 있었던 경기감영이 수원으로 이전되고 난 후 부지는 군영과 광흥학교, 한성부가 들어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기감영 때 사용했던 전각을 계속 사용했지만 경술국치(1910.8.29.) 이후 전각들이 훼철되고 근대식 건물이 신설됐다. 1911년 제작된 용산합병경성시가전도에서는 양규여학교가 위치한 것으로 확인된다. 1914년에는 고양군청 청사 및 경성감옥분감으로 이용됐고 1921년에는 서대문경찰서(신축), 1923년에는 적십자병원 상설진료소가 개원했다.      


이후 적십자진료소는 1926년 일본적십자사조선본부병원으로 다시 개원했고 이후 1937년에 서대문경찰서(현 디타워돈화문)는 현재의 서대문경찰서 위치로 신축 이전했다. 일본적십자조선본부병원 또한 지금 서울적십자병원이 있는 곳으로 신축해 옮겼다. 지금은 일대가 상전벽해처럼 변해 사통발달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박물관’ 충정로     


서대문사거리를 지난 전차는 오르막을 올라 미동아파트 앞에 섰다. 이 일대는 아파트박물관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근대 아파트의 요람이다. 우리나라 아파트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충정아파트를 비롯해 재건축 1호 미동아파트(1969년), 당시 최신 공법을 적용한 개명아파트(현 충정로 현대아파트)와 인근 서대문아파트 등 근현대에 지어진 아파트 이야기가 넘치는 곳이다.      


미동아파트 자리는 원래 1940년에 지은 식산은행 독신자아파트가 있던 곳이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일자형으로 총 42호가 거주했다. 식산은행은 조선총독부 산업정책을 금융으로 뒷받침했던 핵심기관이다. 한마디로 금융으로 식민지 자본을 수탈하는 전초 기관이었다. 1918년 대한제국 말기에 설립된 한성농공은행 등 농공은행 6개를 합병해 설립했다. 태평양 전쟁 종전 후에 한국식산은행으로 이름을 바꿨고 1954년에 한국산업은행에 합병됐다.      


아현동 가구거리를 지나 충정로에서 마포로 넘어가려면 애오개, 아현을 넘어야 한다. 애오개란 이름 유래는 인근 만리재에 비해 고개가 아이처럼 작다는 뜻의 아이고개가 변한 것이라는 설과 옛날 도성에서 어린아이가 죽으면 서소문을 통해 이 고개 밖에 묻혀서 ‘아이고개’라고 했다는 등 분분하다. 이화여대 부근이 과거 대현(大峴)이란 지명으로 불렸기 때문이란 설도 한몫 거든다. 모두 그럴듯해서 어떤 게 정설인지 모를 정도다.     


전차는 고개를 넘어 본격적으로 지금의 마포대로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이 길은 도성에서 남대문을 지나 배가 들고나는 삼개(마포)나루를 오가기 위해 발달했다. 마포대로는 마포대교 북단부터 아현교차로까지 길이 2.8km에 달하는데 과거 ‘귀빈로’라는 별명이 있다. 외국 정상들이 김포공항을 통해 국빈 방문을 하면 마포대로를 통해 서울 도심에 진입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1979년 6월 29일 방한한 카터 대통령 때문에 마포대로 주변 가로환경이 정비됐다. 카터는 서울시민환영대회뿐 아니라 이튿날인 일요일 여의도침례교회와 국회 방문 일정 등이 있었다. 이 때문에 두 차례나 마포대로를 지났기 때문에 이 구간 정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때 신민당사, 마포중고등학교 등이 재개발되면서 사라졌고 아현초등학교, 마포경찰서는 제외돼 지금도 볼 수 있다. 마포중고등학교가 가양대교 남단으로 옮겨간 이유기도 하다.      


서대문을 출발한 전차는 현 불교방송이 입주해 있는 다보빌딩의 마포종점에서 운행을 마쳤을 것이다. 이곳에도 마포종점 표지석이 있지만 조금 더 한강 쪽으로 가면 마포어린이공원에서 마포종점 노래비 표석을 만날 수 있다.          


마포는 오래된 맛집 천지     

사진 위로부터 마포양지설렁탕, 마포옥, 모이세해장국, 역전회관의 외관과 주력 음식.[사진=필자, 미쉐린가이드]

마포대로 일대에는 지정된 ‘마포옥’, ‘최대포집’, ‘역전회관’ 등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3개의 식당 노포가 있다. 이들 중 마포옥과 역전회관은 미쉐린가이드 빕 구르망으로도 선정된 저력 있는 곳이다. 마포옥은 1949년 개업해 2대째 가업을 이어 오고 있는 설렁탕 전문점이다. 1970년 리모델링해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음식 맛은 그대로라는 평가다.      


미쉐린가이드 평가에 따르면 “고기와 국물을 선호하는 한국인에게 설렁탕만 한 음식이 또 있을까. 서울 설렁탕 중에서도 마포식 설렁탕은 국물이 뽀얗지 않고 맑은 편이다. 마포옥은 양지와 차돌박이, 사골로 곤 진한 국물에 두툼하게 썬 양지머리를 푸짐하게 올려 제공한다. 국물에 밥을 토렴해 내는 것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소고기 국물의 고소한 감칠맛과 달달한 밥의 조화가 일품이다. 여기에 배추 겉절이, 파김치, 깍두기 등 다양한 김치를 제공한다.”고 적고 있다.      


역전회관은 1962년 용산역 앞에서 홍종엽씨가 ‘역전식당’으로 창업한 바싹불고기 전문식당이다. 2012년 현 위치로 이전해 창업주 대를 이어 2대 김도영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창업주는 전라도 순천에서 불고기, 수육을 팔았던 호상식당 김막동이란 할머니에게 전수받았다고 한다.      


이곳 대표메뉴는 국물 없이 바삭하게 즐기는 바싹 불고기로 메뉴명을 특허청에 등록한 바싹 불고기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미쉐린가이드는 “활활 타오르는 센 불에 구웠지만 촉촉한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고기에 달지 않은 양념 맛이 일품”이라고 평가했다.      


2018년에 들렀을 때 김 대표는 미쉐린가이드 빕 구르망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자리에 없었다. 그런 그의 노력으로 역전회관도 빕 그루망에 이름을 올렸다. 빕 그루망은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부여하는 픽토그램이다.         


1974년에 문을 연 마포양지설렁탕 역시 마포 노포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리모델링을 거쳐 깔끔해졌고 특유의 맑고 깔끔한 설렁탕 맛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잡내 없이 맑은 국물에 푹 끓인 사골의 고소함, 양지머리의 달달함이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로 이곳 역시 미쉐린가이드 빕 그루망에 선정됐다.      


마포구가 지정한 맛깨비길(토정로) 중간쯤에 있는 제주발 ‘모이세해장국’ 역시 내공이 제법 강한 곳이다. 서울에 상륙한 것은 1998년경으로 업력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제주에서의 명성 때문에 입소문을 금세 탔다. 선지해장국, 소고기해장국 등 해장국이 주력이다. 수육은 그다지 감동을 주진 못했지만 식어도 꼬들 거리는 우설이 제법 매력적이다.     


마포종점에 어둠이 내리면 강 건너 영등포 불빛이 요란하다고 1967년 은방울자매가 노래했다. 2절에는 당인리발전소는 잠이 들고 여의도비행장 불빛만 쓸쓸하다고 했다. 지금의 불야성을 이루는 마포종점을 보면 은방울자매는 뭐라고 노래할까. 옛 전차가 특히나 그리웠던 맛있는 동네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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