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네된장ㆍ장곶횟집
강화나들길 7코스 ‘낙조 보러 가는 길’ 여행
4대 100년 고집스러운 된장맛 ‘편가네된장’
새우양식장 운영 새우구이 전문 ‘장곶횟집’
강화도 나들길을 걷고 싶었다. 더불어 서해 바다 낙조(落照)도 보고 싶었다. 지난해 강화나들길 점검 차 갔던 7코스 ‘낙조 보러 가는 길’을 택했다. 서울 당산역에서 화도면까지 버스로 2시간 넘게 달려갔다.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시간을 투자하기 아깝지 않은 곳이다.
강화대교를 건너 닿는 강화읍에 비해 초지대교를 건너는 화도면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반면 강화읍 쪽 보다 한갓지다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중 한 곳이 화도면 장화리이고 낙조가 명물이다. 강화나들길 7코스는 강화도의 남쪽 해안중 서쪽 면을 끼고 있다. 가장 서쪽이라 낙조 조망에 최적화된 곳이다.
장화리 낙조마을은 서남쪽 해안을 끼고 발달한 마을로 7코스의 중심이다. 장화리는 길게 뻗어서 발달한 마을이란 의미에서 장곶으로 불리다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현재 이름으로 정해졌다. 마을은 신안 주 씨와 김해 김 씨 집성촌이다. 일제 강점기 이 마을 주윤호 선생은 백범 김구를 숨겨주고 독립자금까지 대준 사건이 회자되는 역사를 품은 마을이다.
장화리 낙조가 유명한 이유는 서해안 특유의 넓은 갯벌이 펼쳐진 곳이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서 하늘과 바다, 갯벌이 붉게 물들면서 펼쳐지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특히 물이 가득 찬 만조 시기에는 석양이 바다에 반사되면서 만들어내는 금빛 윤슬이 웅장하다. 그래서 전문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출사 명소로도 유명하다.
장화리는 특히 물이 빠지면 갯벌로 나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살았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인천시교육청학생교육원 해양환경체험학습장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갯벌과 해양 생태환경이 좋은 곳이다. 때문에 낙조와 함께 갯벌에서 활동하는 새나 해양 생물들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장화리 낙조마을은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전망대와 산책로, 주차장 등이 잘 마련돼 있다. 강화군에서는 낙조 감상용 벤치와 포토존도 만들어 놨다. 강화나들길 관리 차원이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 나들길 이정표와 방향을 알리는 리본 등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나들길 현황 조사가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했다.
아무튼 장화리 낙조는 사계절 내내 감상할 수 있지만 가을·겨울이 특히 낭만적이다. 대기가 맑아지는 계절이라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다. 갯벌이 발달한 전남 신안군 증도와 충남 서산 간월도 낙조가 가을과 겨울 사이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다시 찾은 장화리에서 맞이한 낙조는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두루 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50원짜리 동전만 하던 태양이 수평선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500원짜리 크기로 변하면서 색도 더욱 짙은 선홍색으로 타들어갔다. 마지막을 더 보여주고자 하는 몸짓인양 이글거리며 수평선 너머로 빨려 들어가는 태양을 마지막으로 하늘은 코발트블루와 선홍이 혼재하면서 점점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가을치곤 꽤나 따가운 햇살을 안고 화도버스터미널에서 점심식사 예정지 ‘편가네된장’까지 걸었다. 화도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는 칼국수, 백반 전문점 ‘나들식당’과 우동, 돈가스 전문점 ‘미가우동2호점’은 지난해 들렀던 곳이고 칼럼에도 소개했다. 그래서 이번엔 터미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편가네된장을 찾았다.
편가네된장은 4대째 100여 년의 전통을 지키면서 된장을 만들어 온 집안인 편가명가에서 하는 식당이다. 1대 전수자인 된장 명인 이정선 할머니로부터 편가명가 대표이사 편도영 씨까지 4대째 고집스럽게 옛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된장을 만들고 있다.
된장은 100% 국산 콩을 가마솥에 6시간가량 푹 삶아 적당한 온도에 진이 나도록 하루 동안 띄운다. 보리를 곱게 갈아 반죽해 개떡을 만들어 왕겨 불에 5시간 동안 구운 보리메주와 밀을 곱게 갈아 떡을 찐 밀떡, 풋고추를 갈고 천일염 소금을 넣어 5가지 재료를 혼합해 만든다. 이렇게 만든 된장은 짜지 않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웰빙 된장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편가네 제법 노하우다.
편가명가 편가네된장 모토는 ‘건강’이다. 우리나라에서 기가 가장 세다는 마니산 아래 자리 잡아 맑은 공기, 수질 검사기관에서 인정받은 지하 암반수, 서해안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해풍, 100% 국내산 콩, 어머니의 정성 등을 모아 건강한 된장과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식당 측에서는 간장게장, 양념게장 등을 앞세우지만 된장 맛집인 곳이기에 강된장비빔밥에 차돌박이통보리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매장을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주문은 20~30분 밀렸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강화탁주의 강화생막걸리 ‘이화’를 한 병 주문해 목을 축였다. 강화 명물 새우튀김도 주문했다. 시월 하순 뙤약볕에 말라 있던 입안이 생기를 찾았다.
높은 천장의 현대식 한옥으로 꾸민 식당은 쾌적하고 전망과 채광이 좋았다. 실내서 맞은 햇살은 싱그러웠다. 이런저런 감상에 젖어 한잔 두 잔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가 나왔다. 강된장, 차돌된장이 놓인 식탁은 풍성하고 예뻤다. 강화 식탁의 대표주자인 순무김치를 위시해 독특한 식감과 맛을 선사한 애호박무침, 고추된장무침은 곁들임 반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색 나물과 김 가루 등 비빔재료에 밥 한 공기를 털어 넣고 강된장 한 뚝배기를 부어 써억써억 비볐다. 짤 것 같지만 강된장 맛이 순하고 달다. 달단 의미는 감칠맛이 제대로 난다는 것이다. 차돌된장 역시 된장 본연의 맛에 차돌박이의 기름진 맛이 적당히 섞여 우리가 모두 아는 그 맛에 충실했다.
다만 미역국은 이 정도 규모의 식당에서 제공하는 맛으로는 한참 부족하다고 느꼈다. 미역국은 끓이기와 맛 내기가 어렵지 않은 메뉴라 요리 내공을 살짝 의심하게 된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많은 식객들이 간장게장을 쪽쪽 빨아먹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간장게장, 비빔게장 역시 된장서 나온 간장과 고추장으로 만든 것이니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짜지 않은 감칠맛, 편가네된장의 장점이다.
편가네된장서 식사를 하고 후포항(선수포구)를 거쳐 장화리로 향했다. 새우구이 전문점 ‘장곶횟집’에서 구운 새우를 포장하기 위해 강화나들길 7코스를 벗어나 도로를 걸었다. 강화도 도로는 인도가 없는 곳이 많아 위험하다. 선수포구에서 장곶횟집을 들러 숙소인 장화리까지 가는 길 역시 인도가 거의 조성돼 있지 않아서 차를 피해 걷는데 애를 먹었다.
장곶횟집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강화도서 유명한 맛집인지라 좌석이 꽉 찼다. 게다가 지난 9월부터 이달 초까지가 가을새우 제철이라 더더욱 손님이 많았다. 필자 일행은 원래부터 포장을 계획했기 때문에 주문 후 밖에서 기다렸다.
횟집 옆 옛 방갈로 터 평상에 앉아 기다리는데 태양 각도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빛이 산란하기 시작했다. 바다는 황금빛 윤슬로 일렁거렸고 이들 풍경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한 폭의 그림처럼 연출됐다.
석양의 붉은색은 낮은 각도의 태양 빛이 대기를 길게 통과하면서 짧은 파장의 파란색과 보라색 빛이 산란되고 상대적으로 긴 파장의 붉은색과 주황색 빛이 남아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포장한 새우구이를 들고 숙소 앞 해변가에서 와인에 대하구이 합을 맞춰볼 작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지 해안가에는 제시간에 잘 도착했지만 숙소에 들러 짐을 풀 시간까진 없었다. 어쨌건 계획한 대로 장화리 낙조를 온전히 봤으니 대만족이다.
포장 새우구이는 24미 이상 들어서 새우만으로도 충분히 배를 채웠다. 새우를 생으로 포장해 가면 1만 원이 싸다. 횟집에서는 새우구이, 새우 칼국수, 새우라면, 머리버터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강화섬 장화리 낙조 보러 가는 길 들른 맛집은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