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원주만두축제 글로벌학술포럼 발제문
제1발제자 : 유 성 호(문화지평 대표)
1. 들어가는 말
현대 사회에서 로컬음식은 단순한 식문화를 넘어선다. 지역 정체성과 역사성, 문화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로컬음식의 가치는 지역 문화관광 축제 주제와 동력이 되고 산업발전으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먹거리 콘텐츠와 산업이 쉽고 빠르게 대량 유통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로컬음식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되고 지속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만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각 대륙마다 고유한 형태로 발전한 대표적인 ‘글로벌+로컬=글로컬’ 음식이다. 본 발제는 명성을 얻고 있는 글로벌 음식축제의 성공 원인을 통해 원주만두축제가 글로벌 축제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 세계 음식축제의 글로벌 확장 전략
축제는 지역 정체성 확립과 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지역 산물을 이용한 음식축제는 관광산업과 연계성이 높아 지역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번 발제는 국내외 음식축제 사례를 통해 원두만두축제가 지속가능하고 나아가 글로벌 음식 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알아보고자 한다. 글로벌 음식축제는 전통 및 음식문화, 세계적 도시 문화, 지역주민 참여, 지역 특산품 등을 주제어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 유형별 대표적 글로벌 축제와 이들의 성공전략을 통해 원주만두축제는 어떤 유형으로 확장이 적합한지 제안한다.
가. 전통 및 음식문화 결합 유형 : 독일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
매년 10월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에서 열리는 이 맥주 축제 성공요인은 1810년 10월 바이에른 주의 황태자 루드비히 1세와 작센의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에 있다. 당시의 의상과 음악 역시 전통을 잇는 주요한 요소다. 또 뮌헨 6대 양조장에서 생산된 맥주만 취급하는 품질과 맛의 일관성, 잘 구축된 축제 인프라를 통한 축제의 효율적 운영. 지역 주민의 자부심과 화합에 있다. 약 12억 유로(2000억원 가량)의 경제적 가치로 뮌헨시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고용 창출 등에도 긍정적인 경제 효과도 낳고 있다.
나. 세계적 도시 문화 유형 : 프랑스 ‘테이스트 오브 파리’(Taste of Paris)
공식 축제 명칭이 ‘Taste of Paris: The World's Greatest Food Festival in Paris’로 세계적 도시의 음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축제명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표적인 음식축제다. 세계인들에게 인정된 미식 국가의 수도에서 열리는 음식과 요리 문화, 셰프 브랜드, 미식 체험, 생산자 마켓 등이 어우러진 축제다. 현대 미식의 기준인 미슐랭(미쉐린)가이드가 시작된 나라답게 미슐랭 스타 셰프와 신진 셰프들이 팝업 스토어를 열어 시그니처 요리를 선보인다. 합리적 가격에 제공해 고급 미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축제의 매력이다.
쿠킹클래스와 셰프 시연으로 방문객이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요리 과정을 보고, 배우고, 참여하는 체험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NN, Le Figaro 등 국내외 유명 미디어와 협업 및 SNS 홍보를 통해 글로벌 관광객 유치를 강화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셰프 소개, 현장 스케치, 라이브 방송 등 실시간 홍보 강화하는 등 소셜 미디어 캠페인이 강한 축제다.
다. 지역주민 참여·지역 특산물 : 한국 전주비빔밥축제(Jeonju Bibimbap Festival)
전주비빔밥축제는 전통 한식의 대표 격인 비빔밥을 중심으로 지역 정체성과 문화 콘텐츠, 주민 참여, 국제성을 모두 담아 글로벌 음식축제로 성장한 성공적 사례이다. 비빔밥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의 대표 브랜드로 전통 한식 중 외국인 인지도가 높은 메뉴 중 하나다.
곡창지대 호남에서 나는 각종 나물류, 콩나물, 고추장 등을 활용하는 로컬 식문화를 축제로 만들어 글로벌 축제로 확장시킨 좋은 예다. 전주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드는 대형 비빔밥 만들기 퍼포먼스는 물론 지역 전주비빔밥 전문식당, 전통시장, 청년 푸드트럭, 전통 한옥마을 주민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행사에 참여하는 대표적 주민참여형 축제다.
전주는 한옥마을, 한지 등 K-컬처 인프라가 다방면에서 잘 조성된 도시로 ‘전통문화와 맛의 도시’로 각인시킬 수 있는 브랜딩 효과가 있는 곳이다. 이들 각 요소는 CNN, NHK, CCTV 등 주요 외신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는 한편 해외 유튜버, 푸드 크리에이터들이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확산시키면서 연간 관광객 1000만 명 방문이라는 관광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비빔밥은 김치, 김밥과 함께 K-푸드 대표 메뉴로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와 연계돼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비빔밥은 스토리와 비주얼, 맛 삼박자를 모두 갖춰 SNS 바이럴에 최적화된 메뉴로 손꼽힌다. 전주비빔밥축제는 이를 등에 업고 글로벌 축제로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음식축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3. 국내외 음식축제의 핵심 성공요인
대표적인 글로벌 음식축제 3개를 유형별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음식축제를 유형으로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 축제 속에는 이미 모든 유형들이 융합해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축제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 중 자연적인 부분이 날씨라면 인공적 요소에서는 음식이다. 모든 축제 속에 음식은 축제 만족도에 가장 관여도가 높은 요소다. 그렇게 때문에 음식을 주제로 한 음식축제는 음식 하나로 접근하는 것보다 다양한 역사문화적 콘텐츠와 융합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옥토버페스트의 핵심 성공전략은 바이에른 지역의 고전 의상, 음악, 춤, 음식을 맥주와 결합시켜 총체적으로 재현한 전통에 있다. 또 뮌헨 시민들이 실제로 주인공이 되어 즐기고 이끌며 그 안에 세계인들이 손님으로 들어와 하나가 되는 구조에 있다.
테이스트 오브 파리의 경우는 단순한 푸드 페스티벌이 아니라 세계 최고 셰프들과 함께하는 미식 체험이라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중심에 둔 데 있다. 세계 미식의 수도라는 도시 정체성과 ‘셰프 문화’를 결합시키는 한편 고급과 대중성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춘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전주비빔밥축제는 비빔밥이라는 지역 대표 음식과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지역의 민관 거버넌스가 강력한 도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비빔밥은 곧 전주라는 음식과 도시 정체성이 견고하게 결합된 사례는 드물다. 이를 한옥마을, 전주한지, 막걸리 등 지역 역사문화자원과 유기적으로 엮어 단순 음식축제가 아닌 전주의 정체성을 모두 담아낸 것이 핵심 성공 요인이다. 원주만두축제도 전주비빔밥축제와 같은 형태로 도시 정체성을 기반해 견고한 민관 거버넌스 구축으로 축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4. 중국의 만두 축제와 대표 만두
만두 종주국을 자처하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만두를 활용한 축제가 다수 개최되고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하게 명성을 날리는 축제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요 도시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열리는 축제 대부분도 중국 이민자와 화교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축제는 대부분 하루 또는 행사 속에 포함된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축제나 페스티벌로 보기에는 동력이 다소 약하다. 이는 대규모 만두축제로 성장하기 어려운 한계가 아닐까 한다.
가. 중국 ‘中国汤包美食文化节’
중국 강소성(江苏省) 정강시(镇江市)에서 열리는 ‘中国汤包美食文化节’(중국탕포미식문화절) 축제는 육즙이 많은 만두인 탕바오(汤包)를 주제로 한다. 이 지역 만두는 ‘중국 탕바오의 고향’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가 있다. 또 장수성 무형문화유산(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전통 기술 전승자(바오쯔 장인)를 중심으로 명품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축제 때는 국가급 딤섬 셰프이자 강소성 무형문화유산 게알탕만두 전승자인 타오진량(桃金亮)이 나와 ‘정장게알탕만두’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만두산업발전포럼(包子产业发展大会)을 함께 열어 만두 관련 제품의 제조, 유통, 브랜드화,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해 논의한다. 다만 이 축제는 2019년 시작해 2023년 4회까지 개최된 정보만 얻을 수 있다.
나. 오래된 전통 거우부리(拘不理, 구불리) 만두
1858년 청나라시절 고귀우(高貴友)라는 사람이 천진(天津)에서 만들어 약 160여 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만두 브랜드다. 2011년에는 국가 비물질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를 주제로 한 축제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5. 글로벌 축제 주제로 만두의 가능성
만두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랑받는 음식이다. 거의 모든 대륙에서 각국의 특색을 담아 만들어 먹는다. 한중일은 물론 미국, 호주, 러시아, 오스트리아, 독일, 폴란드, 네팔, 나라마다 특색 있는 모양의 만두를 빚는다.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갖는다는 것은 글로벌 확장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번 발제를 준비하면서 조사한 결과 아직까지 만두를 주제로 한 글로벌 규모의 축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나라별로 설날, 추석, 동지, 단오 등에 먹는 명절, 절기 음식으로 인식돼 별도로 축제에 대한 ‘니즈’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아울러 로드숍이나 냉동식품으로 쉽게 만두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축제화 하려는 시도가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World of Dumplings, 뉴욕의 Dumplings Against Hate, 캐나다의 BC Dumpling Festival 등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아시아계 혐오가 일자 이를 반대하고 문화 다양성을 홍보하면서 커뮤니티에 대한 긍정적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단일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상징성과 상업적 잠재력을 동시에 지닌 ‘글로컬’ 한 음식이다. 이를 중심으로 한 음식축제는 단순한 관광 이벤트를 넘어 문화 교류의 장이자 지역 경제 활성화, 전통 식문화 보존이라는 다양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만두는 언제나 경험할 수 있는 친숙한 음식이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는 친화의 음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영양이 조화로운 건강식, 글로벌 화합의 음식,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음식,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 등 긍정적 요소를 앞세우면 만두는 축제에 매우 적합한 소재이며 동시에 글로벌 확장성이 기대되는 주제라고 사료된다.
6. 원주만두축제의 글로벌 축제 확장 전략에 대한 제언
전술한 세계적인 음식축제인 옥토버페스트, 테이스트 오브 파리 등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단순히 음식만 있는 행사가 아니라 역사, 문화, 경험, 브랜드화, 관광, 마케팅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소는 이들뿐 아니라 모든 축제의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원두만두축제 글로벌 확장 전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원론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개인적으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소소한 몇 가지를 적어 본다.
가. ‘만두=원주’ 각인에 총력
· 비빔밥=전주, 김밥=김천, 라면=구미, 치맥=대구와 같은 음식 기반 도시 정체성 확립
· 이를 위한 민관 거버넌스 강화
· 원주 내 복수의 만두 성지 개발과 랜드마크화(만두 투어)
· 만두학교 운영(국내외 관광객 상시 체험 및 미식 경험)
나. 만두명인 발굴과 글로벌 콘텐츠화
· 시 조례로 만두명인 지정
· 농림축산식품부 대한민국식품명인에 ‘만두’ 부문 신설을 위한 행정 지원
· 원주 만두에 대한 인적 물적 스토리텔링 축적
- 영상, 책, 카드뉴스 등 다양한 형태 콘텐츠로 만들어 각종 온오프 매체 유통
· 영어로도 만들어 글로벌 확장 전략 콘텐츠로 활용
다. 국내 교류 강화
· 만두 제조 산업과 연계 강화(CJ제일제당, 해태, 풀무원, 동원F&B, 오뚜기 등)
-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 활용 가능성
· 타 음식축제와 부스 교환 등으로 교류 및 홍보
- 현장 판매도 가능하다면 만두라면, 치맥만두안주, 만두소김밥 등으로 재미있는 융합
라. 해외 홍보 및 국제 교류 강화
· 세계적 뉴스거리 제공 : 세계 최대 만두 기네스 도전
- 현재 기록 중국이 보유(직경 2.57m, 무게 1367kg)
· 해외문화원 한식 쿠킹클래스 활용 만두 홍보 강화
- Dumpling이 아닌 K-푸드 고유명사 Mandu 영어권에 확산
· 해외 만두와 문화 교류 확대
· 누들로드와 같은 만두로드 스토리 개발
· 국내외 인플루언서의 적절한 활용
마. 안전하고 건강한 축제 지향
· 코로나 팬데믹과 이태원 참사 이후 축제 안전의식의 변화
· 식중독 등 음식사고 주의
- 10월 하순이지만 여전히 음식이 상하기 쉬운 날씨.
- 특히 만두소는 빨리 상하는 재료가 다수 들어 있음.
- 식중독 등 음식사고가 발생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로 이어짐.
· 축제 참여자 위생교육 강화
· 현장 암행 위생관리관 제도 시행
- 보건소 위생과,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활용
- 홍보효과도 기대 가능
· 글루텐프리만두, 비건만두 등 건강과 기호를 고려하는 레시피 개발
· 축제장 금연거리 운용
바. 축제 디자인과 명품 굿즈
· 심벌마크, 엠블럼, 로고 타입, 상징색채, 캐릭터 등 일체감 있는 디자인에 대한 고민
· 만두축제를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각종 굿즈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