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맛동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지 지승공예 보고 왕송호수 추어탕도 맛보고

의왕 초평동 ‘지천년예가’와 ‘정담명가 남원추어탕’

경기도 의왕시는 서울서 가까운 수도권이지만 가볼 일이 그다지 없는 곳이다. 30여 년 전에 서너 번 가봤던 기억이 있을 뿐이고 지금은 수원 갈 때 스쳐 지나는 전철역 이름 정도로만 기억되는 도시다.           


의왕시는 조선시대 1895년 경기도 광주목 의곡면과 왕륜면 지역이었다. 1914년 의곡면과 왕륜면 두 지역을 합쳐서 의왕면으로 지명을 변경하고 수원군에 편입시켰다. 1936년 일형면과 통합해 일왕면으로 이름이 바뀌고 1949년 수원군이 수원시와 화성군으로 분리되면서 화성군 일왕면이 되기도 했다.           


1963년 옛 일형면 지역이 수원시에 편입되면서 다시 의왕면이란 지역명을 되찾았지만 이번에 시흥군으로 편입하게 된다. 1980년 의왕읍으로 승격됐고 1989년 시흥군이 해체되면서 의왕시로 독립했다. 이처럼 광주부, 수원군(화성군), 시흥군 등에 편입되면서 전전하는 바람에 지역의 역사성 정체성이 주변 도시보다 비교적 약하다는 평판이다.           


의왕의 복잡한 역사성은 지도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도시가 기다란 버들잎 모양으로 생겨서 주변 7개 도시와 경계를 접하고 있다. 동쪽은 성남시‧용인시, 서쪽은 안양시‧군포시, 남쪽은 수원시‧안산시, 북쪽으로는 과천시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도시 생활권도 안양권, 의왕권, 수원권 등으로 암암리에 나뉘어 있다.            


의왕시의 한자 표시는 원래 의왕(儀旺)'인데 2007년 '의왕(義王)'으로 바꿨다. 한자지명이 일제 잔재란 사유를 들었다. 그러나 기존 의왕이란 지명은 1914년 일제가 부군면 통폐합 때 의곡면(儀谷面)과 왕륜면(旺倫面)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이제 잔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향토사학자들 주장이다.            


의왕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는 세종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묘와 사당이 모락산에 있고 청계산에는 고려 충신 조견이 송도를 바라보면서 애통해했다는 망경대가 있다. 또 조선 후기 대표적인 가문인 왕곡동 청풍 김 씨 재실에는 검재 김유 선생 영정(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17호)과 청계사에는 청계사소장목판(도 유형문화재 제135호)이 있다.           


도시 주변에 청계산, 백운산, 바라산, 모락산, 오봉산 등 작고 아담한 산들이 많다. 또 안양천과 학의천 등 하천과 관광지로 유명한 백운호수와 왕송호수 등이 있다. 특히 백운호수는 1953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안양과 평촌지역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저수지였다. 지금은 백운산과 청계산 등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호수에 모여 수자원이 풍성해 수도권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힌다.           


2019년에는 호수 남쪽에 의왕백운지식문화밸리 도시개발에 맞추어 광청 종주길까지 이어지는 생태탐방로 데크, 마리나 등을 갖춰 관광요소를 강화했다. 호수 북쪽 공영주차장에서는 가을이면 의왕백운예술제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백운호수 주변은 식당ㆍ라이브카페 천국

      

백운호수 주변으로는 이름난 식당과 라이브 카페가 많다. 사진은 좌측 상단부터 조가네갑오징어, 송이향한정식, 자연콩, 선비묵집 메뉴.

백운호수 주변으로는 이름난 식당과 라이브 카페가 많다. 식당으로는 조가네갑오징어, 온누리쭈꾸미, 효촌황초장어, 전복촌 등 수산물 전문점과 송이향한정식, 백운한정식, 들꽃한정식,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한정식, 이우철한정식, 학의뜰. 백운재 등 퓨전 한정식 식당, 온누리장작구이, 와우리장작구이 등 오리구이 전문점, 자연콩, 선비묵집, 열두대문계절쌈밥 등 건강식 요리점이 들어서 있다.           


조앤이푸드라는 법인에서 운영하는 ‘조가네갑오징어’는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다. 조완기 대표 부부가 조가네해물나라라는 해물요리점을 해오면서 연구를 거듭한 끝에 갑오징어 불고기 메뉴를 개발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식재료 값이 다소 비싼 갑오징어를 ‘규모의 경제’로 합리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본사가 안양에 있어서 평촌, 백운호수, 왕송호수 등 인근 지역에 점포가 많다.  

         

백운한정식은 퓨전한정식을 추구한다. 정조대왕연잎갈비정식이란 메뉴가 있는 데, 이는 정조가 수원 화성에 있는 사도세자 묘인 현륭원(현 융릉) 능행차 때 지났던 지지대가 멀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으로 역사성을 담은 센스가 돋보인다. 선비묵집은 국산 도토리를 이용해 묵 요리를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곳으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묵정식과 도토리묵무침, 묵해물파전, 묵말랭이훈제오리, LA갈비, 묵밥, 수제비 등 단품도 판다.           


시의 북동쪽에 백운호수가 있다면 남서쪽에는 왕송호수가 있다. 1948년 부곡역 남쪽에 조성된 저수지로 원래 왕송지로 블리던 농업용 저수지였다. 수면이 넓고 붕어·잉어 등이 많아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특히 부곡하수종말처리장이 가동되면서 수질개선이 이루어져 왜가리·두루미· 청둥오리·원앙 등 각종 철새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의왕조류생태과학관도 인근에 있다. 의왕시는 호수를 찾는 주민이 늘어나자 이 일대를 환경생태공원으로 꾸미는 등 일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왕송호수를 끼고 있는 동네는 초평동으로 지하철 1호선 의왕역이 가까이 있다. 때문에 교통 입지가 좋아서 최근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일대가 의왕초평지구 개발계획에 따라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선다.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으나 유구가 발굴되면서 지표조사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토목공사가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이다.            


윗새우대길에서 만난 카페와 한지공예 공방     


의왕시 초평동 윗새우대길북길에서 만난 카페 맵(M.A.B).

초평동부터 왕송호 주변까지 아직까지는 식당과 카페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백운호수 주변보다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필자는 이달 중순 정확히 33년 만에 의왕을 찾았다. 전철을 타고 의왕역에 내려 초평동 쪽으로 걸었다. 과거 대부분 농지였던 이곳은 지금도 드문드문 식당 건물이 들어서 있을 뿐이다. 왕송호수로 흘러들어 가는 작은 개천에는 다양한 종류의 겨울 철새들이 물질을 하면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윗새우대길북길에는 예쁘게 지은 개인주택과 연립주택이 하나 둘 채워지고 있었고 상업시설로는 1층엔 로스터리 카페 맵(M.A.B)의 큰 간판이 눈에 띄고 2층 외벽에 ‘紙千年’(지천년)이라고 커다랗게 글을 써 붙인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고즈넉한 주택가에 목가적인 풍경을 가진 곳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카페다.         

  

직접 로스팅 한 원두커피를 비롯해 각종 차를 팔고 있는데, 다녀온 블로그 글을 보니 평판이 좋다. 실내 인테리어를 카페 대표가 직접 했다고 하는데, 모던함과 클래식함의 조화가 좋다. 카페 곳곳에 있는 목공예품과 은은한 조명, 그리고 최고를 추구하는 각종  소품들이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커피 맛 역시 상당히 수준급이다.                


한지 끈으로 만든 지승공예 맥 이어     

      

의왕시 초평동 윗새우대길북길에서 만난 지천년 예가 한지공예공방. 한지공예문화진흥원 선미라 원장이 운영하면서 지승고예 맥을 이어가고 있다.

2층에는 ‘지천년예가’라는 브랜드로 한지공예를 하는 한지공예문화진흥원 선미라 원장의 공방이 있다. 화려함보다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오방색 색지와 종이실로 만든 수공예품이 공방 사방을 채우고 있다. 진열된 작품과 소장품은 박물관급인 데, 소박하게 꾸며 놨다. 카메라 앵글을 아무 데나 맞추고 찍어도 아름다운 작품이 나온다. 선 원장은 특히 지승(紙繩)공예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선 원장에 따르면 지승은 한지를 가늘게 오린 후 말아서 실처럼 만들어서 엮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말로 노엮개, 오라기공예 등으로 불린다. 특이한 것은 조선시대 양반층 남성들이 취미로도 즐겼다는 것이다. 딸이 시집갈 때 가마에서 사용하라고 가마요강은 아버지가 만들어 줬다고 한다. 이는 지승의 재료가 되는 서책이 있는 양반층에서나 가능했기 때문이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에서 나라에서 지승공예를 금하기도 했다.   

        

한지공예는 장, 농, 함, 궤, 상자, 반짇고리, 반닫이, 책걸상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 분야에 적용이 가능했다. 갑옷과 같은 군용품, 연상과 같은 선비들 문방사우를 담은 함 등 전방위적으로 쓰였다. 이중 지승공예품은 가볍고 깨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 기름을 먹이거나 주칠이나 흑칠 등 옻칠을 하면 내구성이 강해져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승의 재료는 한지를 일일이 손을 꼬아서 만들 던 것을 선 원장이 공장에서 대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지승공예 저변확대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것이다.          

   

한지공예에는 이밖에 종이를 접어 오리는 전지공예, 한지를 짓이겨 만든 지호공예 등 분야가 있다. 선 원장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접지가 들어 있는 합을 보여줬는데, 흑칠이 된 만(卍)자 문양이 있는 기품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접지는 색실이 섞이지 않도록 칸을 만들어 색실을 보관하는 것으로 접지를 합에 담아 처리했다. 만자 문양은 완자문양이라고도 하며 길상만복(吉祥萬福)을 불러온다는 뜻에서 많이 사용했다. 책을 가까이하는 고결한 선비의 취향에 걸맞은 문양으로 알려졌다.    

       

통추어도 맛볼 수 있는 ‘정담명가 남원추어탕’       

의왕시 윗새우대길북길 초입에 있는 ‘정담명가 남원추어탕’은 한껏 멋을 부린 단독건물에 들어서 있다. 남원식과 서울식 통추어탕을 모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지천년예가를 들러 의왕역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제법 내공이 있어 보이는 식당 간판이 몇 개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목포낙지촌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능이야 능이버섯백숙이 있었다가 근처로 이전했다.  조금 내려가면 필자가 이번에 식사를 한 ‘정담명가 남원추어탕’이란 단독건물에 들어선 식당을 만날 수 있다. 한껏 멋을 부린 건물은 일부 시설을 폐쇄하고 긴축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2층에서는 개발 중인 의왕초평지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상호는 남원추어탕이지만 서울식 통추어탕도 판다. 논우렁, 다슬기 등을 함께 넣은 독특한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추어탕에는 생마늘 칼로 다진 것과 부추가 제공되는데, 추어탕의 기본에 충실한 곳이다. 추어탕 정식에는 훈제오리샐러드와 생두부, 추어튀김 등이 제공된다. 다양한 맛을 원한다면 정식을 선택해 봄직하다.           


상호가 남원추어탕인 만큼 남원식 추어탕 맛이 일품이다. 남원식은 미꾸라지를 푹 고아서 살을 발라낸 다음 시래기를 고추장, 된장에 무쳐 간을 맞추고 생강, 후춧가루로 밸런스를 잡는 게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들깨를 넣고 기호에 따라 산초가루를 넣어 먹는다.           


전북지역 향토음식을 이야기할 때 남원은 추어탕, 미꾸라지숙회를 비롯해 갈비찜, 닭백숙, 지리산산채정식, 한방오리불고기가 유명하다. 특이한 것은 추어탕이나 미꾸라지숙회 등 미꾸라지 요리는 남원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하겠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래서 추어탕만큼은 남도식이 아닌 남원식인 것이다.            


남원 추어탕은 지리산의 맑은 계곡에서 자란 질 좋은 미꾸라지에 갖은양념과 산채를 가미한 특유의 요리법으로 유명하다. 남원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논두렁이나 수로에서 미꾸리를 잡아 보양식으로 즐겼다. 추어탕과 숙회는 비타민 A를 다량 함유한 건강식으로 노인, 허약한 체질, 임산부 등에게 좋은 강장음식으로 토착화됐다.           


남원시 천거동을 중심으로 40여 개 점포가 모여 추어탕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추어탕의 고장답게 인구 대비 추어탕 식당 수가 전국 1위다. 남원 사람들이 말하기를 지역서 잡히는 토종 미꾸리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남원엘 와야 진짜 추어탕 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애향심이 지나친 표현 같기도 하지만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참고로 정담명가 남원추어탕 미꾸라지는 영광산이다.           


왕성호수 쪽으로 조금 더 접근하면 백운호수와 마찬가지로 먹거리가 풍성해진다. 이태리 음식점 파라디조를 시작으로 버섯전문점 머쉴랭, 우성토종한우, 조가네갑오징어 지점, 막국수, 코다리조림 등을 파는 왕송정, 가든 바비큐전문점 에스타시온, 새우가 아닌 오리전문점 새우대농장 한정식 가온길 등이 호수가 길을 따라 줄지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현수 셰프의 파인다이닝 '두레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