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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늘 새롭게 다가오는 제주의 맛

한식 '화수분'ㆍ'솜반네횟집'ㆍ두루치기 '동성식당'ㆍ제주돼지 '돈하루방'


지난 2월 하순 제주를 3박 4일 다녀온 여정을 1차로 2월 26일 자에 ‘한라산 정상과 맞바꾼 맛집’으로 첫날 일정을 게재했다. 이번 기록은 두 번째로 이후 이틀에 대한 것이다. 마지막 4일 차는 아침 일찍 서울행 비행기를 탔기에 따로 적을만한 게 없다. 있다면 호텔에서 먹은 조식뿐이다.      


이번 제주행의 목적은 오래된 숲과 천연기념물에 대한 라이다(LiDAR) 현장 실사(實寫)를 위한 것이다. LiDAR는 Light Detection And Ranging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한마디로 주변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 레이저 신호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라이다에서 쏜 펄스 레이저 신호가 주변의 사물과 부딪힌 후 되돌아오면 이를 분석해 사물의 위치나 운동 방향, 속도 등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카메라와 레이더와는 다른 디지털 기록방식이다. 카메라는 영상을 통한 시각정보만 인지하고 레이더는 전파를 이용해 물체와 거리를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반면 라이다는 빛(Light)을 이용해 물체와 거리를 측정한다.


카메라 기능은 물체를 구분하고 색상을 인지할 수 있다. 장비 비용이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날씨 영향을 많이 받고 물체와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다. 레이더는 먼 거리에 있는 물체와의 거리 측정이 가능하고 날씨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또 투과기능이 있어서 가려져 있는 물체를 인지할 수 있지만 작은 물체 식별이 어렵고 종류 또한 알 수 없다.      


반면 라이다는 레이더에 비해 아주 작은 물체까지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고 정확한 단색 3D 이미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형태 인식이 가능하고 정밀도가 높다. 단점이라면 비싼 장비 가격과 기상 상황에 민감하고 가려져 있는 물체는 감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라이다를 이용한 디지털 아카이브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문화재 부분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아카이브硏, 제주서 라이다 스캔 실습

지난해 발족한 디지털아카이브연구회 회원 네 명은 지난 2월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삼나무 숲을 찾아 수경이 가장 큰 삼나무와 산천단 곰솔군락지 전체를 라이다로 스캔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과 관련 2025년까지 전국 모든 국가지정‧등록문화재의 3차원 정보 구축과 개방을 추진한다. 올해부터 총 713억 원을 투입하여 전국의 모든 국가지정‧등록문화재 약 4000여 건(종이류 등 제외)에 대한 3D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문화유산 3차원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은 지상 및 항공에서 광대역 및 정밀 ‘레이저 스캐닝’, 사진측량(Photogrammetry), 초분광 및 열화상 광학 센서 등을 이용해 비접촉으로 문화재 훼손 없이 디지털 데이터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레이저 스캐닝이 바로 라이다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라이다를 사용할 경우 정확한 크기와 형태, 색상, 질감 등을 육안식별이 불가능한 영역까지 밀리미터 단위 정밀도와 기가픽셀급 해상도(초고해상도)를 얻을 수 있고 데이터를 쉽게 관리·활용할 수 있다.      


사업의 성과물은 지진, 태풍, 산불, 방화 등 재난·재해로 인한 문화유산 멸실 훼손 시 원형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영구 보존된다. 또 현실의 문화유산을 그대로 정확하게 디지털로 재현할 수 있어 실감 콘텐츠 제작, 비대면 교육ㆍ관광, 웹툰·게임·영화·전시·디자인 등 문화산업 원천 콘텐츠 자원으로 개방 활용된다. 방화에 의해 소실된 남대문도 민간에서 만들어 놓은 디지털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복원이 가능했다.       

그동안은 일반 국민이 문화재에 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얻으려면 일일이 촬영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고도의 전문지식과 고가의 장비 운용비가 발생하는 등 데이터 취득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2018년부터 그간 축적된 데이터를 3D 프린팅 등 활용수요에 맞게 가공, 국가문화유산포털 등을 통해 개방하고 있었다. 이번 사업으로 개방 대상과 활용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청 차원에서의 국가 등록·지정문화재 3D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은 앞으로 지자체의 지방 등록·지정문화재까지 파급될 것으로 보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서 필자가 대표로 있는 아카이브 전문단체인 ‘문화지평’도 3D 디지털 아카이브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제주도 라이다 실사를 추진한 것이다.           


제주 이튿날 새벽 비행기를 타고 일행 3명이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해 필자가 만든 ‘디지털아카이브연구회’ 회원들이다. 제주의 숲과 나무를 스캔할 라이다 장비를 모시고(?) 왔다. 1억 원이 넘는 장비다 보니 여간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자연스레 귀한 몸 대우를 하고 모실 수밖에.        


변하지 않는 맛과 인심 ‘화수분’

      

제주시 일도이동에 있는 화수분은 2년 전과 다름없는 맛과 인심을 선사했다.

첫 번째 라이다 스캔 사이트를 가기 전에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제주시 일도이동에 위치한 한식당 ‘화수분’에 들렀다. 화수분은 2019년 2월 초 제주입춘굿축제 때문에 입도했을 때 지인 소개로 처음 접했던 곳이다. 그때 인연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식을 주고받다가 때마침 우리 일행이 입도하는 것을 알고 별도로 기별을 해왔다.      


사실 점심 식사는 딴 곳에 예약을 한 상황이었지만 인연 탓에 목적지를 화수분으로 바꿨다. 결론적으로 일행 모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며 엄지를 세웠다. 역시 화수분의 음식은 정갈함과 과함과 모자람 없는 적당함에 있다.      


옥돔구이, 제주돼지수육, 자박한 강장, 갓 볶아 낸 잡채, 유자청 소스를 얹은 샐러드, 김치, 멸치, 매생이 전, 섬초와 톳 무침, 고추장아찌, 당귀순을 포함한 쌈채소 그리고 대추 영양 돌솥밥 등 2년 전과 거의 같은 구성이다. 가격 역시 2년 전과 같았다.      


2년에 한 번 들르는 단골(?)이라고 돼지수육을 한 접시 더 썰어 내왔다. 인심 역시 그대로였던 것이다. 돼지수육은 강장에 찍어 먹어야 맛있단 소리를 들은 기억이 글을 쓰고 있는 이제야 생각났다. 하기야 2년이나 지나지 않았던가.     


경남 진주에서 결혼 후 부군을 따라 섬으로 들어와 살게 된 정두련 대표는 선재스님, 정관스님 등으로부터 사찰음식을 배웠다. 음식에 내공이 깃든 이유다. 음식을 만들 땐 늘 먹는 이들에게 이롭도록 기원한다고 한다. 차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단골과는 식사 후 차담을 나누기도 한다. 이날도 일행에게 질 좋은 보이차를 우려내 대접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일정 가운데 간식으로 까먹으라며 맛있는 귤을 싸줬다. 거의 반 박스 정도나!      

포항식 물회 맛볼 수 있는 ‘솜반네횟집’


서귀포 서흥동에 위치한 포항 출신 대표가 운영하는 솜반네횟집은 포항식 물회와 제철 과메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식사 후 일행은 서귀포로 넘어가면서 사려니숲엘 잠시 들렀다. 숲길 근처 도로는 이미 수많은 차로 빽빽했다. 사려니오름까지 나 있는 숲길을 찾은 탐방객들이 몰고 온 차다. 그만큼 인기가 있는 관광지다.      


입구 우측에는 삼나무 군락이 조성돼 있다. 이곳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삼나무 고정수확시험지다. 조림부터 수확까지 임목 생장을 연구하는 사이트다. 1975년에 조성된 50년 가까운 숲이다. 늘씬한 삼나무 수백 그루가 하늘을 이고 서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사려니 숲은 삼나무 이외 졸참, 서어, 때죽, 산딸, 편백나무 등 온대성 수종이 자라는 자연림이다.         


일행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관리하는 한남연구시험림에 들어섰다. 이곳에는 1933년 일본서 가져온 종자로 키운 삼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삼나무 전시림이 있다. 이 곳 삼나무는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약 1850여 그루를 관리하고 있다. 생태 경관이 좋아서 2018년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디지털아카이브연구회 일행은 이들 중 가장 생장이 우수한 삼나무 한그루를 골라 라이다로 촬영을 시작했다. 삼나무를 빙 둘러가며 대여섯 번에 걸쳐 라이다 촬영을 한 후 데이터를 병합해 최종 아카이브 자료를 얻는 방식이다. 이날은 라이다 사용법과 촬영법에 대해 전문가의 강연을 곁들여 현장 실습을 했다. 반나절에 걸친 실습을 마치고 일행은 저녁 만찬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포항 출신인데, 마침 같은 고향 분이 서귀포에서 횟집을 한다고 예약을 해 놓은 것이다. 서흥동 한적한 도로변 아담한 독립 건물의 ‘솜반네횟집’ 김기환 대표가 일행을 반겼다. 메인으로 나온 두툼한 참돔회는 시각으로 한번 기쁘게 했고 특유의 달근한 향과 맛이 후각과 미각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쫄깃한 식감은 마치 제주 바다를 한 입에 넣은 듯 찰지고 풍성했다.     

 

도다리 회가 듬뿍 들어간 포항식 물회 역시 새콤하고 시원했다. 포항식이란 고추장을 풀어 새콤달콤하게 만든 것을 말한다. 물회에 들어가는 채소는 좀 더 가늘게 채치면 더 맛있어진단 말을 못하고 온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횟집 음식은 사실 논하기가 어렵다. 회는 조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식감 좋게 썰어 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제주 소주인 한라산과 회의 궁합은 좋았다. 일행 모두 불콰하게 오른 취기를 선물로 받고 과메기를 포장해 호텔로 돌아왔다. 제주의 이틀 째 밤은 호텔 방에서 과메기로 2차를 하면서 깊어갔다.     


명품 두루치기 동네 찐맛집 ‘동성식당’ 


서귀포시 토평동에 우치한 동성식당은 단체 관광객을 받지 않는 동네 맛집으로 두루치기가 유명하다.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 산책 겸 일출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서귀포칼호텔 앞에는 용암이 흘러내린 거믄여가 있다. 새벽부터 바위낚시를 하려는 부지런한 낚시꾼 두 명이 채비를 펼치고 있었고 동쪽은 붉은 기운과 함께 해가 떠올랐다. 산책로 곳곳에 떨어져 있는 동백꽃은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떠오르게 했다. 바다 전망이 좋은 호텔 식당에서 결코 간단치 않은 세미뷔페 조식을 먹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다시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를 방문하고 제주시로 거처를 옮기기 위해서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명칭 변화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1922년 일본인에 의해 조선임업시험장을 설립됐다. 1965년 만들어진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 함양출장소가 1970년 제주로 이전했다. 지금도 당시 직원 숙소를 겸한 청사로 쓰였던 건물이 남아 있다. 이후 2004년 직제 개편, 2008년 직급상향에 따른 기관 승격을 거쳐 난대림연구소가 됐고 2012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로 개편했다. 다가 올 기후 변화에 대비한 변화다.          


점심식사는 연구소 근처에 있는 동네사람들 맛집인 ‘동성식당’ 두루치기로 했다. 두루치기는 제주산 싱싱한 돼지고기를 감자, 버섯, 고추와 함께 철판에서 지글지글 익히다가 콩나물과 파 무침을 넣고 자글자글하게 익혀 먹는 방식이다.           


식당 밖은 한적한데 안쪽은 점심시간 만석이다.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맛집을 소문나 있다. 동성식당은 단체 관광객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네 사람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한 배려다. 두루치기와는 제주막걸리가 반주로 궁합이 좋았다. 일행은 식사 후 산천단곰솔단지로 가서 곰솔 군락 일대를 라이다로 담았다. 산천단 곰솔은 천연기념물 160호로 8그루가 남아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곰솔 군락은 삼나무와 달리 넓은 지역을 라이다로 스캔을 했고 시간도 그만큼 많이 걸렸다.      


인증된 제주돼지고기만 파는 ‘돈하루방’


제주시 이도1동에 위치한 돈하루방은 인증된 제주돼지고기를 파는 곳이다.


두 차례에 걸친 라이다 스캔은 성공적이었다. 충분한 데이터를 얻었고 사무실에서 데이터를 병합해 영구적인 자료로 아카이브 하는 과정을 남겨두고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 만찬을 즐기기 위해 숙소인 제주칼호텔 주변을 뒤졌다. 호텔 프런트에서 알려준 제주 돼지고기 집은 문을 닫았다. 코로나 여파로 보여 씁쓸했다. 탐라국 발상지 삼성혈을 지나 헤매다 생근고기전문점 ‘돈하루방’이란 간판을 발견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들어섰으나 아뿔싸 내부에 대기 손님이 있다. 동네 맛집이란 의미다.      


제주 돼지고기는 결코 싸지 않다. 일반 삼겹살의 두배 가격이다. 대신 그만큼 맛이 보장된다. 제주 돼지고기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판매인증을 한다. 제주산 돼지고기를 100% 사용한다는 것이 인증 골자다. 인증서는 2년에 한 번씩 갱신함으로써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 돼지는 고기를 구울 때 숯불 위에서 함께 팔팔 끓인 멜젓과 궁합이 딱이다. 돈하루방은 숯 대신 연탄불로 굽는다. 고기는 겹겹이 선명하게 나뉜 삼겹 부위와 목살이 섞여 나오는데, 두 부위는 육즙과 맛의 차이가 제법 난다. 식당 측에서 초벌을 해서 제공하는 데 처음과 마지막을 질 좋은 삼겹으로 구워 다 준다. 제주에서의 식사는 다행히 모두 만족스러웠다. 제주와 서귀포 칼호텔 조식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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