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니얼 May 27. 2022

첫번째 해외 여행

여행

세부 공항에 도착했을때, 이미 새벽이었다. 지칠대로 지쳐있었고 무겁디 무거운 몸뚱이를 빨리 누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네비게이션이 고장났고 4시간이 넘는 시간을 어깨도 펼수없는 좌석에 쪼그려 있다가 또 그만큼의 시간을 날아왔기 때문이다. 게이트를 나오면서 저가 항공을 타느니 차라리 여행을 안가겠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그런 나에게 세부의 쾌쾌 축축한 공기는 인사했다. 나의 첫번째 해외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가 묵을 리조트에서 버스를 가지고 마중 나와있었다. 버스를 타고 얼마나 이동했을까? 목적지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펼쳐지는 풍경은 예술이었다. "와! 미쳤다" 내 입에선 탄식이 절로 나왔다. 새벽녘의 어스름함과 눈앞에 보이는 풀장의 잔잔함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끝없는 바다의 망망함이 주는 감동 때문에 비행기 안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는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방으로 들어가 짐을 푼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피곤함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나의 눈치없는 소화기관들은 뭐라도 먹으라고 고동소리를 마구 마구 내질렀다. 물에 젖은 휴지마냥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조식을 먹으로 식당으로 갔다. 안에 들어서니 들뜬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관광객과 매끄러운 스테인리스 그릇에 분주하게 음식을 채우는 직원분들로 인해 북적였다. 꽤 넓은 공간에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와 육고기부터 해산물까지 수많은 요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는건 달달하고 부드러운 망고의 향뿐이다.


세부에서의 스쿠버 다이빙은 정말로 예술이었다. 제주도에서 몇번 해봤지만 세부처럼 물고기가 많진 않았다. 정말 차원이 달랐다. 준비해온 먹이를 물속에서 뿌리면 형형 색색의 물고기들과 쌔까만 물고기들이 내 시야는 완전히 뒤덮어버렸다.  한폭의 그림을 보는것 같았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이다. 또 그림 같은 바닷가 위 오두막에서 술에 흠뻑 취해 뻣뻣한 팔다리를 이리 저리 흔들었던 기억도 있다. 얕은 바닷가 위에 있는 큰 오두막이었는데 바닥이 대나무로 되어있었다. 대나무 사이 사이로 얕은 수면이 보였고 테이블에는 술과 음식들이 가득했다. 우리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렸고 분위기에 취해 먹고 마시다보니 어느덧 모두의 얼굴은 노을빛을 띄고 있었다. 분위기가 익을대로 익었을 무렵 현지분들이 전통 악기를 들고 나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신나는 음악과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술기운 때문인지 창피함은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춤을 췄다. 


여권 사진을 찍기 위해 근처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일, 여권을 만들려고 영등포 구청에서 갔던일, 마음에 드는 캐리어를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한참을 들여다봤던일, 여권이 나오면 여권을 담을 여권 지갑을 구매한일, 생각해보면 첫번째 해외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설레지 않았던 순간은 하나도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들이 생긴다. 망고를 먹을때면 세부에서 먹었던 달콤한 향의 망고가 생각나고 비가 오는날에는 강남스타일을 듣고 싶어진다. 술에 취에 기분이 좋을때면 세부에서 춤췄던 기억때문에 움찔하기도 한다. 여행이라는건 떠나기전엔 설레임을 주고 다녀온뒤에는 멋진 기억들을 가슴 깊숙히 새겨준다.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하루 빨리 끝났으면 한다. 조용한 일본의 한적한 시골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 다시 여행을 준비하면서 설레임을 느끼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