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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Dec 14. 2022

사표를 냈다

있잖아. 나 엄마 좀 때려치우려고



숨고 싶은데 숨을 곳이 없다

몸과 마음이 단단할 수만은 없다

그런 날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쉽게 지치고 피로하다


쉬는것 말고 모든 역할을 다 멈추고 싶다


숲이 될 마켓 후기도 남기고, 자원순환 감사인사도 해야하고, 그것말고도 기본적인 먹고사니즘도 해야하지만


나란 인간은 도무지 몸과 마음이 단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하게 글을 쓸 수 없다


모든 감사인사와 사회 속 페르소나 안에서 남기고

주고 받아야 할 말들도 해야 한다는 이유 만으로는 할 수 없는게 나란 사람이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어떠한 상태에 내가 머무르지 못하고 그 상태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면

아무리 사회적인 일이라 해도 거짓된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까지 만들면서까지 살고 추구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많이도 높이도 멀리도 못쌓는거 같다


어찌되었건 나는 울고싶고 가만 있어도 눈물이 줄줄 났다

사는건 고되고 부던히 노력해도 수많은 모순과 부조리 속에 놓이게 된다

그것을 피할 생각은 없지만

오늘은 너무 지친다는 거지


레흐드쥬가 태어났고,

나는 이제 인스타라는 이 공간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일기를 쓰는게 고민도 됐지만


삶에는 여러모습이 어우러져 있고

지랄맞은 날이 존재하는 것을 굳이 숨길 필요 뭐있나 싶었다


내가 그렇게 '잘' 된 장면과 모습과 상태만 나누어야 했다면 난 애시당초 내 모든 채널들을 폭파 했을거다

보여지는 면들, 그 안에 존재하는 의도하건 아니건 있을 이미지들 속에서

예전처럼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기분이 들게 환상을 만들고 싶지도 않고, 솔직해도 보여지는것 안에서 각자 저마다 만들어지는 정서나 이미지 같은건 어차피 내 통제밖이니

눈치보지도, 걱정하지도 말고 지껄이자



다 멈추고 벗어 던지고 싶어서

유일무이 알몸인 날 던져도 안심이 되는 살아있으면서 보이는 존재인 (하나님은 보이는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제외시키고) 정재성에게 사표를 보냈다


사표를 내도 한두시간? 길어야 반나절 쉬다가 제자리로 와 비어있는 시간 동안 쌓인 일거리들을 해결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내고 싶었다 사표


나 오늘 엄마 좀 때려치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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