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곳으로

처음 시내버스

by 김혜진

최근 우리 삶에 작은 변화가 생겼는데 숲에와 뜰에가 스스로 버스를 타고 내리며 조금 멀리 있는 검도장에 다녀온 것이다. 작은 변화이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돌아보니 내가 처음 시내버스를 탄 것은 중학교 2학년때로 기억한다.

선명히 기억할 수 있는건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비슷한 위치에 있어서 우리집으로부터 거리도 비슷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정도 거리를 걷는단 말이야?’할만큼의 거리이지만

그때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를 마칠때까지 시내버스를 탈 일이 없었다.

아빠는 나에게 꽤나 열성적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셔서 무슨 일이 있으면 태우러 오곤 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시내버스란 거리가 먼 것이었다.


시내버스 같은걸 혼자 타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일단 차 안에 여러 사람이 타고 내리고, 정류장마다 정차를 하는데 어디 쯤에서 내려야 하는지며 놓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부터 사람이 많을 때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아차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 시내버스란 내게 설레임보다 두려움의 존재였다.

시내버스를 타본적이 없던 나는 버스를 탄다고 생각하면 타지도 않으면서 걱정이 태산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중2때 친구가 시내에 나가자고 했는데 시내라는 곳도 나가본적이 없었다.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는데도 ‘집-학교-집-학교’만을 오가던 내가 시내라니

일단 시내가 뭔지도 잘 몰랐다.

영화도 볼 수 있고, 옷도 살 수 있고, 재밌는 것이 많은 곳 쯤으로 여겼던거 같다.

친구가 시내에 있는 노래방에 가자고 할 때 너무나도 궁금해서 처음 용기를 내서 버스를 타본게 나의 첫 시내버스 그리고 동시에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시내경험 이었다.


그런 시내버스를 나의 두 딸들이 타고 간다니 갑자기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그 두려운걸 내 딸들이 탄단말야? 우와- 대단하다.’

엄마인 내가 버스타는 법을 알려주는 걸 미루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나서서 검도장까지 버스타고 가는 걸 안내했다. 그리곤 그 다음날은 내가 버스 정류장까지만 안내하고 버스노선을 보는 것, 버스 앱을 이용하는 것(왜 버스앱은 버스 도착 시간이랑 안맞는 걸까?), 카드금액이 찍히고 잔액이 찍히는 것, 환승에 대한 것, 내릴 때 주의할 점 들을 버스장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안내하고

나는 내가 처음 버스 탈 때보다도 더 두렵고 왠지 모를 설레임으로 마음이 요란스러웠다.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엄마 우리 잘 내렸어.”라고 숲에가 전화가 왔을 때는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걱정과 설레임 속에서 시작 되었는데

어느샌가 자연스러운 하나가 되어간다.

시작의 두려움이 익숙함이 되어가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걱정은 되지 않지만 여전히 설레인다.

‘우와, 우리 딸들이 버스를 탔어. 멋지다.’ 그런데 정작 나만 멋져한다.

‘그정도야 당연한거 아니야, 엄마?’라고 말하는 숲에 왠지 더 멋지다고 생각이 든다. 요란한 나와 다른 아이들의 반응이. 엄마인 내가 아이들을 가두어 생각했구나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따르는 믿음 이루어 가는 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