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을 기다리는 것 만큼

너와 나는 다르다

by 김혜진


우리에게 생일과 같은 날은 서로 다르다.


별에는 퇴근한 아빠에게 책을 들고와서 “아빠. 이거 만들어줘.” 한다.

그건 다름아닌 제기였다.

비닐, 동전, 있는 재료를 이용해 제기를 만들어 주는 아빠 옆에서도

별에는 빨리 제기를 만들어 달라고 재촉한다.

아이의 재촉에도 한결같이 다정한 내 남편은 “별에. 아빠가 지금 별에 주려고 제기 만들고 있지? 조금만 기다려봐.”라고 말한다.

별에는 아랑곳 않고 여전히 재촉중이다.

눈앞에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도 빨리 만들라니 그 광경이 보고만 있어도 답답해 별에에게 물었다.


“별에야. 그거 기다리는게 그렇게 힘든 일이야?”라고

그러자 아이는 대답한다.

“응. 그러니까 이건 (생각 중) 내 생일날 기다리는 것 만큼 힘들어.” 라고


그때 알았다.

아이에게 놀이란, 그 놀이를 위한 장난감을 아빠가 만들어주는 시간이란

생일 만큼이나 설레이고 기다려지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그정도라니

아이의 삶에 있어서 가장 기다리는 날 중 하나는 생일인데 생일을 기다리는 것 만큼 이라니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소소한 소중함이 짙게 전달 되었던 날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별 것 아닌게 아니구나. 라고 선명하게 인식되었다.



모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족욕을 하며 일기를 쓰고 책을 읽은 후

나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이 글을 쓰는 순간에 어젯밤 11시가 넘어서 잔 정별에가 일어났다

다정함이 사라지려 하는 순간이다

어쩜 이리도 나의 다정함은 쉽게 사라지려는 걸까?


새벽의 시간을 이렇게 빨리 끝내게 될 줄이야.

엄마도 이 시간을 생일 만큼이나 기다렸는데 말이야.

설레임을 내려놓아야 함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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