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21시부터 일요일 4시까지 7시간 일하는 동안 32분 휴식함.
맥도널드 스위스는 5.5시간 일하면 17분, 7시간은 32분, 10시간 이상이면 61분 휴식이 있다.
휴식할 때도 지문인식으로 출퇴근카드를 찍는다.
애매하게 5시간 일하면 휴식도 없다는 얘기다.
택시를 탈 수 있는 나라도 아니면서 차 운행을 안 하는 걸 뻔히 알면서 4시에 퇴근하라고 하다니!
그리고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새벽이니 뭐, 짐 정리하거나 간간히 주문들어오면 만들면 되겠지, 토요일밤에 누가 맥도널드 따위에 오겠어? 좀 편하겠다 싶었는데 왠걸,
주말의 10배는 바빴다!
22시부터 손님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아니 그전 시간에도 사람이 벅적거리긴 했다.
낮에는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줘야 했는데, 밤에는 그런 건 거의 없고 주문표 들고 손님이 직접 가져가야 한다.
그래서 로비에 사람들이 시끌시끌 벅적벅적!
오더패널의 숫자 개수가 안 줄어든다. 기본 10개는 계속 남아있다.
주로 오는 손님은 밤 11시까지는 가족단위다.
그 안에 2-3살 꼬맹이도 있고, 초등학생도 있다.
아니, 11신데?
스위스는 밤 8시 전에 애들 다 재우는 문화 아니었음?
그래서 밤 11시에도 해피밀 주문이 꽤 있다.
역시나 자세히 보면 동유럽이나 터키 인도 쪽이다.
그리고 12시가 넘어가니 젊은이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젊은이들이 떼 지어 몰려온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남자들 네다섯 명이 건달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 네다섯 명이 탱크톱에 미니스커트나 레깅스를 입고, 진한 마스카라를 하고 빨간 립스틱에 화려한 머리를 하고 들어온다.
라스베이거스나 강남, 이태원, 해운대 이런데서 밤문화를 즐기는 패션을 하고서는
아주 건전하게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거다.
테이블 가득가득 클럽용 패션에 화장을 하고 햄버거를 먹고 있고,
테라스 테이블에는 담배/마리화나 연기가 가득했으며,
술에 취해 옆 테이블 모르는 남녀에게 말을 걸며 하하 호호 즐거워하는 모습이 흡사 새벽의 클럽거리를 연상케 했다.
상상해 봐라. SNL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거기 예쁜 아가씨~, 맥날 빅맥 어때?"
"콜!"
참 건전하기 그지없다.
얼마나 갈 데가 없으면 이런 데 오나 싶어서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한국에 한번 가봐.
강남 이태원 광안리 한번 가봐.
눈 핑핑 돌아갈 거다.
한국은 불금부터해서 토요일 밤에 음악 흘러나오는 길거리에 돌아다니기만 해도 좋고, 포장마차부터 오락실, 피시방, 소주방, 노래방, 야시장, 카페, 클럽, 뭐 밤문화를 즐길 것이 엄청나다.
건전한 파트에서 날라리 파트까지 실로 다양하기 그지없다.
근대 여기는 그런 곳이 없다.
밤에는 영업하는 곳이 거의 없다.
거리는 조용하다.
근대 이 나라 젊은애들도 사람인데 에너지 넘치고 친구들이랑 몰려서 밤문화를 즐기고 싶고 술 마시고 꽐라 돼 보고도 싶고 예쁘게 꾸미고 싶은데
갈 곳이 없어서 취리히 시내에 있는 (어디 있는지 실제로 본 적 없음) 나이트나 클럽 가기 전/후에 배 채우러 오는 곳이 고작해야 맥도널드 정도라니.
안 됐다.
라비돌고, 청소하고, 감자 튀기고, 트레이 닦고, 7시간을 일하고 새벽 4시, 퇴근하는 그 시간까지도 끊이지 않는 손님을 보면서 "들어가서 자라. 쫌."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불토 잘 보내고 조심히 들어가라."
라는 생각이 오버랩되었다.
이 와중에도 술 마셨다고 꽐라 돼서 진상짓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예의 바르고 DANKE같이 인사도 참 잘한다.
"나 어디가 좋아?"
처음 만났을 때 마르셀에게 물었다.
"노말(normal)해서."
"엥? 어떻게?"
"스위스애들은 너무 똑똑하거나 너무 바보거나 둘 중 하나거든. 너무 바보는 마약이나 하고, 너무 똑똑하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거처럼 이상한 소리만 해."
이 말이 이해가 가려고 한다.
중간레벨의 유흥시설이 없으니, 마리화나 피면서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나 먹고 있는 거겠지.
최소 노래방이나 오락실 같은 거라 하나라도 있어봐라.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