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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독일어 TELC-B1

by 소류

스위스에 온 지 2년, 그동안 애 낳고 육아하면서 학원 다닐 시간도 애매하고 학원비도 너무 비싸서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2015년 7월 8일 TELC-B1시험을 쳤다.


시험준비는 인터넷으로 책 한 권 사서 공부하고 언어교환에서 알게 된 스위스인이랑 가끔 만나서 말하기 연습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떤 블로그를 보니 구입한 책과 시험유형이 전혀 달랐다.

책도 옛날걸 산 모양이다.


학원을 안 다니는 관계로 외부인이 시험을 칠 수 있는 학원을 알아보니 취리히에 ECAP이 한 달 후에 시험을 칠 수 있고 시간대도 좋아서 여기로 신청했다.

참고로 학원수강생이 아니어서 290프랑이나 냈다.


아무튼 시험신청을 하고 시험 치기 대략 10일 전에 돈 내라고 청구서가 날라온다.


시험당일 준비물은 신분증! 하나다.

연필이랑 지우개 연필 깎기도 나눠준다.

특수 연필도 아닌 거 같은데 신기하게 시험 끝나면 다 수거해 간다.


그리고 시험 치면서 해도 되는 행동은

물, 빵, 사탕, 껌 같은 걸 씹어가면서 해도 된다는 거다. 이것은 일반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도 시험 칠 때면 긴장되니까 껌을 가져가겠다고 한다.

문화차이인가 싶다.

그리고 금지행동은 휴대폰!


교실 책상배치도 앞으로 나란히가 아니라, 빙 둘러앉게 되어 있으며 감독관은 시험 치는 내내 자기 할 일 하고 있어서 맘만 먹으면 옆사람 걸 보고 써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참 허술했다.


시험시간은 쓰기 시험 대략 150분, 말하기 시험 대략 15분이다.


우리 반에서 시험 치는 동양인은 나 혼자고 B1라 그런지 나이 많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중에 대기하는 동안 물어보니 스위스에 12년 정도 산 아줌마도 있더라. 기본이 5,6년 이상이고 말이다.

내가 제일 짧더라. 훗

하긴 젊은애들 중에 누가 B1을 치겠나.


읽기(LESENVERSTEHE)는 진짜 쉬웠다. A2인지 A1 구별 안될 정도로 쉬웠다. 시험이 90분인데 진짜 거짓말 아니고 30분 만에 다 치고 엎드려 있었을 정도다.


그런데 듣기(HöRENVERSTEHE)는 아하하! 오스트리아인이다. 발음 악센트 이런 게 다 오스트리아인인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

게다가 볼륨을 너무 크게 해서 "좀 작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귀가 너무 예민해서 어느 정도 이상의 볼륨이 되면 귀가 터질 거 같은 통증을 느끼는 인간이다.


그래서 듣기는 대충 찍고 반은 맞겠지라며 반 포기했다.


편지 쓰기의 주제는 "베를린에 친구가 사는데 내가 갈 거다. 가서 뭐 하고 싶은지, 누구랑 갈 건지, 뭐 타고 갈 건지"였다.

전혀 어렵지 않았는데 뭐라고 쓸지 생각하다가 무의미하게 30분이 흘러버린 듯하다.

결국 딱 필요한 말만 쓴 거 같다.

아 맞다!!!

지금 생각해 보니 100자 이상인데 그런 건 다 무시한 듯.


말하기 시험(Mündliche Prüfung)은 오후부터다.

오전 쓰기 시험 시작하기 전부터 짝을 지어준다.

우리 반에서 시험 치는 사람은 12명이었는데 2명씩 짝짓겠습니다. 라며 미리 짝을 지어주고 연습이나 준비도 할 수 있었다.


첫 시험은 12시부터다.

정확히 말하자면 12시부터 준비시간을 주고 시험시작은 12시 반에 시작이다.

이런 식으로 6파트 만들어서 가장 마지막 타임이 15시 준비해서 15시 반이었다.


시험 치기 전에 "오후에 일하러 가야 하거나, 아기를 봐야 하는 사람 손!!!" 그런 사람은 우선순위를 줬다.

나는 어벙하게 굴다가 마지막 타임 3시 반에 시험을 쳤다.


이것도 참 웃긴 게 준비하는 교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시험 치고 나온 사람에게 "뭐 나와요? 뭐라고 하면 돼요?" 하고 물어보면 된다. 시험 패튼이 다 똑같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도 나는 어벙하게 굴다가 물어보기는커녕 준비시간 30분에도 다른 거 하다가 준비도 못하고 시험 치는데 엄청 긴장했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감독관이 2명이었다.

Teil1,2,3으로 나눠져 있는데 시험유형은

1은 자기소개, 2는 프레젠테이션, 3은 파트너랑 대화식으로 계획 세우기

이런 식이다.

Teil1에서 자기소개를 줄줄줄 말할 줄 알았는데 파트너랑 프리토킹식으로 하란다.

-. 안녕 나는 줄리아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 난 소류고 한국인이야. 남편과 애기가 있고 00에서 살아. 넌 어디 살아?


이렇게 대화식으로 하라고 했는데 내 파트너는 자기 할 말만 계속해서 감독관이 "스탑, 프로토킹식으로 문답으로 하세요."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다.


하도 답답해서 내게 기회가 오길래 "블라블라... 그런데 너희 집은 어때?"라고 물었는데


파트너는 또 자기는 어디에 살고 있고, 아기를 가질 생각이고, 지난번에 런던에 갔는데 너무 더웠다.

이런 뻥친 대답이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일초도 나에게 말할 기회를 안 주다가 감독관도 지겨운지 자 다음 Teil로 넘어가요!


Teil 2가 프레젠테이션인데 내 주제는 "운동을 안 좋아하는 여자에 관한 설명"이었다.

이건 뭐 혼자서 설명하면 되는 거니 괜찮았다.


문제는 Teil 3 이건 파트너와 계획 세우기다.

주제가 "회사 파티 플란 세우기"인데 파트너가 또 자기 혼자 언제 할 건지, 광고란에 붙일 건지, 누구를 초대할 건지, 실컷 혼자 떠벌떠벌 말하다가 갑자기 나에게 그럼 우리 파티에 이벤트는 뭘 준비할까? 라며 뜬금포를 발사해서 전혀 생각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

이것도 질문이라고 저딴 걸 묻다니 ㅠㅠ

뭔 이벤트!! 그냥 회사에서 파티하면 되는 거지!

0.0 이런 표정으로 한 30초 있다가 "모르겠다. 생각 안 해봤다. 그냥 술 마시고 춤추고 얘기하고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마무리지었다.


말하기 시험에서는 누군가는 말을 많이 하는게 좋다고 하는데, 사실 중요한건 조금만 말해도 문법적으로 잘 맞고,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재대로 알아듣고 답하는거 더라.



아~. 이날 좀 억울해서 꿈속에까지 나왔다.


시험 끝나고 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그 파트너가 쫄래쫄래 따라와서 말을 거네.


-. 너 독일어는 어떻게 공부하냐?

-. 혼자 하는데?

-. 뭘로?

-. 동화책 보고 그러지 뭐.


그랬더니 아니 그럼 안된다면서!!! 너는 A2부터 학원 다녀야 해. 라며 역까지 가는 대략 20분 내내 조언질이었다. 아... 알겠다고 안 한다고~. 계속 말해도 안 듣고 자기 말만 반복한다.


니나 잘하라고...!!!


이래서 라틴계 여자는 별로다. 오지랖이 너무 절어서 싫다.



결국 합격했고 결과는 252/300점이었다.


그 후 1년 후 TELC B2도 시험을 쳤는데 학원을 1년이나 다녔다.

B2는 천지차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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