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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현 Feb 08. 2023

#13. 당했어요, 전세사기

달님에게 

제가 쓰는 내용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100% 정확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저 저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개인적인 견해로 남기는 기록입니다.


3월 12일 집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으나 당연하게도 전세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허그 주택도시 보증 공사에서 보험 이행을 통해 보증금을 구해내야 한다.

 그러나 집 계약이 종료됨과 동시에 보험 이행을 신청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달, 한 달이 지나야만 보험 이행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니까 4월 12일. 


그래도 미리 내용증명부터 공시송달까지 산들을 넘어왔기에 이만큼이라도 결과가 보이는 건데 사실 내가 들어가 있는 피해자 단톡방에는 11월에 계약이 종료된 이후 보험 이행을 기다리고 

계시지만 아직도 돌려받지 못하는 분도 있고, 12월에 종료된 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건지 아직도 여전히 생고문은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 3월이 안 올 것 같았는데 어느새 2월이고, 첫 주가 벌써 지나갔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 11월까지만 해도 모든 걸 내려놓고 당장이라도 고향에 내려가 엄마 뒤에 

숨어있고 싶었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알기에, 내 자리에서 바쁘게 지내고자 노력, 

그래 노력하고 있다. 최대한 잊어보자 생각하고 12월을, 1월을 겨우 넘겨왔다. 

다음 주에는 은행에 가서 대출 연장을 해야 한다. 솔직히 떨리는 게 당연하고 아직도 내가 

전세사기에 당해 은행을, 법원을, 우체국을 들락날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 뿐이다.

 연장이 가능해야 하는데 만약 불가능하다고 할 경우 진짜 신불자가 되어버릴까 

두려움도 있고 진짜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여기서 쿵 저기서 쿵 머리를 울려댄다. 


두통약은 여전히 떼지 못했다. 내성이 생겨 그만 먹어야 한다던 의사선생님의 말은 저기 멀리 하늘 위로 보냈나 진작 잊어버렸다. 지금 생각났네. 그런 거 하나하나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두통약 없이는 이 사태들을 해결하기엔 내가 너무 개복치다. 이사를 가고 싶다. 

어서 다 털어내고 따듯한 봄날에 기분 좋게 이사 가서 새집에서 발 뻗고 자고 싶다. 

아 사실 잠은 언제 어디서 그 어떠한 장애물이 있어도 잘 잔다. 


브런치에 전세사기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벌써 10개가 넘어갔다. 

사실 이렇게 기록을 남기며 뭐 자랑이라고 떠드나 싶어 그만할까도 생각했고,

 이렇게 쓴다고 누가 봐주나 싶어 삭제할까도 했는데 돌아보면 이야기를 쓰며 누구보다

 위로받고 힘을 얻었다. 나중에 소중한 기록이 될 거라고,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다른 많은 응원보다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싶다고 말해 주시는 작가님들의 댓글을 보고 

다시 힘내서 나아가보자, 마음먹고 일어나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 모두에게.


얼마 전 정월대보름에 달을 보며 또 소원을 빌었다. 전세사기가 무사히 마무리되게 해주세요. 

달님도 계속 얘기하니까 살짝 지겨우시려나요? 조금만 더 들어주세요, 

나중에 좋은 소식도 많이 들려드릴게요. 달님 저 행복하고 싶어요.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지금을 남겨두고 싶어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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