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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애도

임민욱, 하이퍼 옐로우, 2025

by 정윤희
KakaoTalk_20250305_001813897_01.jpg ©임민욱, 솔라리스 Solaris, 2025, Cork, LED light,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일본의 나라에는 8세기경에 지어진 도다이지라는 사찰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승려들은 천 년이 넘도록 민중을 대신해 참회하고 구세를 기원하고 있다.


이곳은 활주로이다.

바닥에 작은 조명들이 박혀 있어 길을 안내해 준다.

작가가 도다이지 사찰을 매핑해 평면도에 따라 조명들을 배치했다.



KakaoTalk_20250305_001813897_05.jpg ©임민욱, 상동



바닥면은 굴곡져 있다. 그것을 따라 무엇인가 흐를 수 있도록.

우리에게는 익숙한 고향의 황톳빛이다.

그 위에 여러 기호들과 오브제들, 생명체의 흔적이 놓여 있다.

따뜻한 안내를 받으며 여러 겹의 세월과 공간을 향해 활강해 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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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욱, 삼체문제 The Three Body Problem, 2024-2025, Acrylic paint, fabric ink on printed silk, wood panel, 263X130cm



트라우마를 향해 간다.

아픔이 큰 만큼 의지는 강렬하다.

형상은 원폭의 불기둥을 연상하게 한다.


또한 이것은 얼굴이 열한 개인 십일면관음보살의 형상이다.


KakaoTalk_20250305_001813897_14.jpg ©임민욱, 동해사 East Sea Story, 2024, 3 Channel video, sound, color, 9 min


KakaoTalk_20250305_001813897_20.jpg ©임민욱, S.O.S-달려라 신신(콘셉트 드로잉), 2024, Pastel on black paper, 72X102cm



십일면관음보살은 기억과 기억을 연결하기 위해 공간을 넘나들며 달린다.



KakaoTalk_20250305_001813897_18.jpg ©임민욱, 독산스튜디오-태양에 사는 새, 2024-2025, Epoxy resin, acrylic paint on wood panel, 240X108cm, 작품의 일부



수없이 뭉개지고 덧붙여진, 세월을 닮은 공간이다. 도시란...



KakaoTalk_20250305_001813897_23.jpg ©임민욱, S.O.S-달려라 신신 S.O.S-Run Shin Shin, 2024-2025, Single channel video, sound, color, 30 min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 듯한 도시.



KakaoTalk_20250305_001813897_22.jpg ©임민욱, 상동



하지만 그곳에는 물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물가에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함께 걷거나, 혼자서 달린다.



KakaoTalk_20250305_001835161_02.jpg ©임민욱, 수월 Water & Moon, 2024, Acrylic paint, golden powder, printed silk on wood panel, 162X130cm



물속에는 수없이 많은 형상들이 담겨 있고,




KakaoTalk_20250305_001835161.jpg ©임민욱, 정원의 작업장 Garden & Field, 2025, Personal object, glass, wood, 240X300X40cm



도시에는 타인의 유산을 조용히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 본 원고는 일민미술관 학예실(백지수, 윤율리)이 발간한 전시 자료집 <하이퍼 옐로우 : 태양과 바다의 몽상>의 내용을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시 정보>

하이퍼 옐로우 _ 2025.2.28-4.20

일민미술관 1, 2, 3전시실, 프로젝트 룸



<작가 소개>

임민욱 _ 역사에서 지배적 질서에 의해 억압되어 온 미약한 것, 취약한 것을 해방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러한 작업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해방하는 일이며 또한 스스로를 해방하는 일이다. 인간과 자연, 사물과 기술이 유기적으로 포괄된 오늘날의 환경 속에서 시적인 내러티브를 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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