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배 개인전, 작은 것들의 낯선 세계
햇빛이 형태를 여러 갈래로 쪼개면
그 형태는 여러 차원으로 나뉜다
세상 가볍고 단순한 존재가 된다
내 안에서 무언가를 덜어내면
비로소 산새와 친해질 수 있을까
매사 바지런한 날갯짓으로 제 몸을 가누고
온몸을 꿀렁꿀렁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착하게 열심히 사는 예쁜 새가 나에게 곁을 내줄까
햇빛이 형태를 여러 갈래로 쪼개니
분주하게 바라는 마음이 드러났다
고양이를 불렀다
온 마음을 다해
야옹야옹하고 불렀다
모든 걸 꿰뚫고 있으면서도 늘 새침한
세상 보드랍고 유연하지만
또 가끔은 톡 쏘아붙이기도 하는 고양이를 불렀다
나의 부름에 응답하진 않아도
간절히 부르는 내 마음은 알아주려나
형태를 여러 갈래로 쪼개는 햇빛을 따라
이웃들을 바라보았다
식물을 북돋는 그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다 보면
무언가를 북돋는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려나
형태를 여러 갈래로 쪼개는 햇빛을 따라
자연이 되어보려고 했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과
솔솔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초록은 상상이 가는데
작은 생명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아직은 좀 막막했다
<전시 정보>
작은 것들의 낯선 세계 _ 2025.4.17-5.27
MASS GALLERY _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20 청담스퀘어 G121
<작가 소개>
이웅배 _ 나는 줄곧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훨씬 크고 본질적이란 것에 동의하며 이를 작품에 표현하고 싶어 했고 초월적 신비에 대한 이런 관심을 근년 들어 유리의 투명성에 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환경의 각종 환대가 저 너머의 큰 가치는 고사하고 바로 앞에 있는 것이라도 제대로 보고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아 겸연쩍게 웃고 있는데 우리 동네가 내 작품에 성큼 들어왔다.
(작가 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