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 대통령이 취임된 날이다.
목청껏 외치는 소리들이 스피커를 타고 카랑카랑 울리던 이곳이 모처럼 조용하다.
어쩜 하늘도 이렇게 청명한지...
간혹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었다.
한낮의 기온만 보면 한여름 날씨였지만 그야말로 산책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거리가 조용해지자 비로소 음악이 들린다.
어디선가 가스펠 음악이 흘러나왔다.
조금 더 걸어가자 또 어딘가에서는 한 국악인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모두 희망 찬 멜로디였다.
누군가 키 높은 풀들을 일부로 심어놓았나 보다.
풀 덕분에 먼발치 공사 현장이 도보자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언젠가 브런치스토리에서 김수진 작가님의 개인전을 다루면서
김수영 시인의 <풀이 눕는다>를 인용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기다란 풀들이 가득한 풍경을 보니 마치 파도를 보는 듯했다.
왠지 감동적이다.
꽃밭이 한없이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나는 수레국화꽃을 가장 좋아한다.
붉고 화려한 양귀비꽃도 예쁘지만,
다른 더 화려한 꽃들도 많았지만,
역시 푸른빛 보랏빛 꽃을 터뜨리며 하늘하늘 춤추는 수레국화가 내 눈에는 가장 예쁘다.
이렇게 많은 수레국화는 올해 처음 봤다.
어느 커플이 이곳에 누워 사진이라도 찍었던 걸까.
안국동에 다다르니 이번에는 북소리가 났다.
방문객들이 북채를 주고받으며 번갈아가면서 치고 있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보니 시류가 일정한 사이클을 타고 도는 것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날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부푼 기대를 안고 살았던 날들도 더러 있었다.
202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