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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Jan 14. 2024

카지노에서 밥 먹고 카지노 공연 보고

영국판 카지노

도박에 미친 남편을 찾으러 남동생들과  카지노에 갔다가 처음 머신을 당겨 본 동생 한 명이 하는 말, 주변에서 한 번만 게임해 본 사람도 중독된다고 했다며 기분이 오묘하다고. 그 지인의 남편은 결국 자신이 도박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재산을 부인에게 다 주고 이혼을 했다.

가끔씩  아이들에게 나타나서 도박비(?)를 아이들에게 구걸하는 등 비참한 노후를 보내고 있단다.


밴쿠버에도 대형 카지노가 몇 개 있는데

마침 집 근처의 카지노 안에  있던 뷔페 레스토랑이 없어지고 고든 램지 버거가 지난 12월에 오픈해서 가 보았다.

 밴쿠버에 중국 사람들이 많은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역시 도박장 안의 식당이라 그런지 중국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마작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그런가.

명품을 두른 아줌마부터 까치집 머리에다 허름한 스웨터 입은 아저씨, 악 빼 입은 아가씨들이 열심히 버거와 셰이크를 먹고 있었는데.

서비스도 좋고 버거도 패스트푸드의 골판지

 씹는 맛이 아닌 육즙이 촉촉한 패티에다 부드러운 브리오슈 빵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뻑뻑한 감은 없었다.

밀크셰이크는 어찌 양이 많고 달던 거의 설탕 고문 수준.

북미 사람들의 단짠 사랑은 만병의 원인이라고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버거를 30불씩 주고 먹을 정도는 아닌데.

고든 램지 이름 때문에 참아야지.


밴쿠버 다운타운의 3000석 규모의 래된 클래식 한 오페라 극장에서 하는 공연 티켓을 작은 애가 사 주어서 가 보았다.

007 시리즈야 즐겨 보기도 했지만 특히 '다니엘 크레이그'가 데뷔해서 흥행에도 성공한 '카지노 로얄'을 재밌게 봤었는데.

마침 그 영화를 화면에 띄어 놓고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캐주얼한 콘서트였다.

내가 예전에 근무하던 밴쿠버 중앙일보에서 조수미 씨 공연을 유치한 적이 있었는데 공항 픽업부터 호텔, 연습, 사전 리허설, 분장, 드레스까지 무대 뒤의 일까지 준비해서 공연한  적이 있는 극장이었다.

주최 측으로 바쁘고 공연에 차질이 있을까 봐 노심초사하다가 조수미 씨와  공항에서  무사하게 헤어질 때 안도감이란. 조수미 도 공연 작전 무대뒤에서 입을 크게 벌리며 껌을 씹는 워밍업을 할 정도이니 나는  그녀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같은 극장에서 그런 저런 부담감 없이 공연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관객들도 캐나다 사람들의 교복인 후드 달린 패딩 혹은 젊은 연인들은 드레스업 하던가 아니면 노인들 중에 몇십 년 전의 밍크코트를 입고 즐기러 온 분위기였다. 나도 뽀글이 테디베어 빨간색 트를 과감하게 입고 나서 보았다.

영화 반, 연주 반이라 그런지 팝콘도 팔고 음료수에 약간 일반 멀티 플렉스 극장 같은 느낌?

공연 자체가 자유스러워서인지 영화에서 유머, 그것도 하루쯤 뒤에 웃는 영국 유머에도 극장이 떠나가라 박장대소를 하는 것을 보니 노인층이 많은 게 확실했다.

게다가 인터미션도 있고 

화장실 줄이 말도 못 하게 길더라니.

차이코프스키나 드뷔시 작품을 듣는 거였다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찬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했을 텐데 영화와 겸하니 분위기가 가볍고 경쾌하더라.

액션신에서 웅장하고 격렬한 연주가 많고 대사 장면에서는 연주자들도 화면을 보던데 속으로야 다음 악장을 준비해야 하는 등 긴장했겠지만 객석에서 바라보니 즐기는 것 같아서 관객이나 연주자들이나 다 같이 편한 콘서트였다고 본다.

그러나 내 몸 하나는 편치 은 않았다.

일반 영화를 보는 시네플렉스 영화관을 가면 경사가 진 좌석이라서 앞이 트이고 자도 뒤로 젖혀지고 팔걸이에 음료수 꽂는 자리에다 옆 사람과도 닿지 않아 편하다.

그런데 이 오래된 극장은 클래식하지만 의자 앞도 좁고  좌석과도 붙어 있어서 꼼짝달싹을 못 하니 한 시간쯤 되니 몸이 뒤틀리고 양쪽 어깨가 쑤시기 작하더라는.


비도 비좁고 장식물들도 보수를 정교하게 못 한 채 빛바랜 카펫에다 화장실 수도꼭지도 전체적으로 갈지 못하고 고장 난 것 만 새것으로 갈아서 버스 터미널 화장실만도 못한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퇴락한 귀족부인 같이 옛날의 명성에 연연하는 듯한 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더라.


주로 클래식 대가의 작품을 주로 공연하던 극장이라서 007 영화의 연주를 한다는 것에 의아해했었다.  다음 프로에는 '인디애나 스'와 '블랙 팬서'도 이런 콘셉트로 한다는데 나는 안 올 것 같다. 다운타운이라서 주차도 너무 힘들고 노화되어 가는  청력에 비해 크고 웅장한 연주 소리에 골이 흔들릴 정도인데 '인디애나 존스'액션이 많아서 더욱더 음악이 클 테니 말이다.


오케스트라와 영화가 접목되어서 대중화를 모색하는 좋은 기획에 편승해서 극장 나들이를 해 보았다.


집에 돌아오니 몸이 펴지면서 어깨가 쑤시던 것도 나아졌다.  '내일 반찬은 뭐 하지'를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 무슨 공연 관람을? 몸만 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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