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라는 앱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글들을 읽다가 한 작가의 글을 읽고 나서 아니,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글을 잘 쓰는 분이 있다니 하고 정주행 하며 감탄의감탄을 했다. Ollein님의 감성을 일상에 녹여낸 아름다운 글에 놀라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에 또 놀랐다.
이민 생활을 소개 혹은 애로사항을 재미있게 써 보려고 야심 차게 시작했으나 어리바리하게 쓰면서 오다 보니 여러 해가 지났다. 글쓰기에 노루 꼬리만큼 진전이 있는 듯했으나 사람 안 변한다고 나의 글도 같은 패턴과 산만한 전개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자괴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읽어 주신 분들께 고마울 뿐이다. 글재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백일장에서 상을 한번 타면서 그 옛날 '문학소녀'를 자처하며 살아왔다.
'녹원'이라는 학교지에도 실어보고, 여성동아 장편 모집에 응모해 보았다.
열정은 없지만 실력이 안 바쳐주는 꾸~~ 준함으로 브런치 스토리에 100화를 쓴 것을 자랑해야 할지, 재주 없음을 한탄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박완서 작가같은 발칙하고도 섬세한 관찰력이나 기발한 창의력도 없이 덜렁대는 성격때문에 디테일하게 표현도 못 한다. 엉뚱한 면에서는 예민하면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버티고 있는 것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철이 없는 건지.
브런치를 통해서 여러 부문의 글들을 접하면서 섬에 갇혀있는 듯한 이민 생활에서 다양한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엿보게 되었다.
각자의 체험을 진솔하게 고백하거나 마치 고해성사처럼 날것을 끄집어낸 절규 같은 글을 읽으며 가슴이 저려오기도 했다.
깊이 있는 글을 쓸 능력이 없는 나에게 도전을 주는 글도 많고.....
나처럼 호흡이 짧은 글밖에 못 쓰는 사람은 차라리 댓글을 쓰면서 소통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내 글에 댓글은 얼마 없지만 답글을 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다가 다른 분의 글에 지나치게 긴 댓글을 달아 오버하기하는데.
아기 엄마일 때도 모 일간지에 '손거울'이란
코너에서 글을 쓰다가 캐나다에 와서도 이민일기도 쓰면서 글쓰기를 심해에서의 산소통처럼 등에 지고 있는 것에 비해 그다지 울림 있는 글을 못 쓰니 이 미련을 그만 떨어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나도 내가 발행한 글은 너무어색해서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천만 다행으로 친구나 친지, 특히 가족들도 안 들어온다. 몇 명이 구독은 했더라만.
요즘 브런치를 보면서 악플 없고 선플과 격려가 있던 초창기의 신선함이 그립다. 갈수록 라이킷은 품앗이로 변질되거나, 구독이나 응원이 브런치 앱의 참신함을 침해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