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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Jun 30. 2024

이빨의 세계

임플란트가 뭐길래

 길을 걷던 60대 후반의 친구에게 40대 정도의 서양 남자가 번호를 따려고 했다는 희한한 일이 있었다. 아무리 동양 여자 나이를 가늠을 못 하고 마스크를 썼다해도.

때는 마스크를 쓰던 어언 몇 년 전의 코로나 시대의 일이었다.   워낙 날씬이에다 얼굴은 조막만 할 뿐만 아니라   이마에 주름이 한 개도 없다는 것이 압권인 친구이다. 게다가 동그란 이마가 반짝반짝 광까지 난다는.

아무리 친구라도 하도 신기해서 만날 때마다 화장품을 도대체 뭐를 쓰냐고 물어보곤 했다.

젤 열받는 대답 ' 아무거나 써도' 도자기 피부와 ' 아무거나 먹어도' S라인을 유지하는 할줌마들을 최강 동안이라고 쓰고 공공의 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친구야 마스크를 쓰나 안 쓰나 눈밑 꺼짐도 없고 입가 주름도 없는 초동안이라는 특수 유전자를 타고났으니 예외로 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와 중력을 이기지 못해 신체의 여러 곳이 흘러내린다.


마스크 전 후의 상태가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코부터 입 외에도 턱 모양이 인상을 좌우하는데 얼굴 상층부의 눈은 크고  청초하지만

턱에 살이 많아 두 턱이거나 사각턱이거나 하면

완전히 상반된 인상을 준다.

그래서 코로나 시절에 마스크 때문에 웃고 우는 해프닝이 많이 벌어졌었다. 눈화장만 잘하고 립스틱은 안 바르고 마스크를 써 버리면  풀메를 안 해도 되니까 소소하게  화장품 값 절약 이득을 빼고 말이다.


마스크 시절이야 그렇다 치고 평소에도 입을 다문 인상과 웃거나 말할 때의 인상이 너무 상이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 원인은 치아에 달려있다고 단언한다. 인상은 두루뭉술하게 그저 그런데 웃을 때 치열이 곱고 스마일 라인이 예쁜 사람을 보면 호감이 간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옛날 배우들은 한국이나 서양이나 치아가 삐뚤빼뚤하고 엉망인 사람들이 많더라. 완벽남인 배우도 카메라 앵글에 따라  삐뚤어진 아랫니가 보이더라. 하긴 옥에도 티가 있으니.

임신하면 임산부만 보인다더니 치과에 관심을 갖고 스크린을 보니 연기 보다도 배우들의 이빨만 보이는데 그야말로 천태 만상.

 요즘이야 어릴 때부터 치아교정을 많이 하고 나조차도 치과에서 치아 미백을 할 정도니 지나치게 못 생긴 이 때문에 혐오감을 주진 않는다.

나의 초등 친구들 중엔  덧니도 많았고 입안이 좁고 치아는 커서  자라면서 인상이 변한 친구도 있었다.


치아교정도 잘 안 하던 때에 사춘기를 보낸 노인들은 그냥 생긴 대로 살면서 벌어진 잇사이로 음식물이 끼면서도 관리에 신경을 못 써서 풍치가 생기는 등 고생을 했다.


얼굴 안에 있는 부위, 눈, 코, 입, 귀등에 생긴 통증은 뇌와 가까워서인지 심하면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로 심각한데 그중에서 치통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항생제와 진통제로 버티다 버티다  신경치료에다 별짓을 다해도 안되면  이를 갈아내고 브리지에다, 틀니에다 종국에는

발치 후에 인조 이를 넣는 임플란트 하는 수순이다.


내가 50대 때에 나보다 십 년 정도

 어린 아기 엄마들에게 듣던 많은 말이 '임플란트'였다.

친정 부모 얘기는 별로 없고 시부모의 임플란트 얘기였다.

시아버지가 요번에 임플란트 하는데 400만 원 든다고  돈 좀 보내라고 했다고 회사원 월급으로 감당하기 힘든데 보너스 나오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 하면서 얼굴은 울쌍, 마음은 울분이었다. 임플란트=비싼 치과비용이면서 며느리에겐 골치덩어리라고 나에게 각인되었다.

 

나는 이빨은 작고 못생겼지만 단단한 이라고 자부했었다. 

그러나 앞니가 부정교합이라서 어릴 때 교정기를 하룻밤 끼우고는 예민한 성격에 잠을 못 자고 울고불고하는 바람에 다 빼서 팽개치면서 교정은 물 건너갔다.

큰 애가 모계 유전으로 부정교합이라서 초등 때 교정을 해 주었는데 사춘기 때  턱이 자라면서 다시 틀어진 이를 2년 동안 교정을 하고 큰 턱뼈를 귀 밑에서 양쪽 뼈를 잘라내서 티타늄으로 묶는 양악 수술을 해서 인상도 바뀌고 치아 때문에 위장 장애도 생기지 않았다. 밴쿠버의 담당 치과 서양의사의 손이 솥뚜껑만 했다는데 입안의 수술을 어찌했는지 아들도 신기했다는 후기.


치과를 가려고 하면 우선 비용이 걱정이 된다. 이를 갈아내거야 마취를 해서 아프진 않지만 드륵드륵 가는 소리가 공포감을 준다.

직장인들은 치과 보험이 있으니 부담이 없는데 은퇴자들의 치과 나들이는 정이 태산이다.

노인들은 웬만하면 참는

 인고의 세월을 지나온 끝이라서  죽을 지경 아니면 치과에 가지 않다 보니 아파서 가면 거의 발치 수준이다.

내가 사는 밴쿠버의 임플란트 비용은 1개에 평균 2500불에서 뼈가 부족해서 뼛가루를 심으면 1000불 추가이다.


나다 정부에서는 2024년부터 예방 차원인지(치아 질병은 모든 병의 원인, 위장 장애, 치매, 통증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사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으면 안되니, 소득에 따라  치과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1년에 1회 스케일링, 발치, 충치치료, 진단료등 간단한 것부터 저소득층 시니어들은 거의 무료로  치과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임플란트는 적용이 되지 않지만 이가 시리거나 쑤실 때 부담 없이 치과에 가서 선생님이 보고 만져주면 실제로 좀 낫지 않나?


7자를 달고 나니  부드러운  불고기의 힘줄에 작은 어금니가 금이 가서 잘라내지를 않나, 임플란트 1개를 하고 또 한 개에 나사를 박질 않나.

눈에 안 보이는 안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겠지만

 입 벌리면 보이는 이빨들이 이제는 칼슘이 빠지는지 언젠가 기회만  되면 흔들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시애틀 가면 내가 좋아하는 허쉬 아몬드 초콜릿을 꼭  사다 주는 아들한테 이제는 아몬드 없는 플레인 초콜릿을 사 오라고 했으니 아몬드를 좋아하던 내가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신세가 되었구나.

아몬드를 와작와작 깨물어 먹다간 큰일 날테니.

이상하네, 작년까지도 잘 먹었는데.


예전에 '샌드라 블록'이 나오는 영화에서 언더커버로 요양원에 갔다가 테이블 위의 캔디 통에 아몬드가 있어서 먹었더니

지나가던 사람이, 할머니들이 겉의 초콜릿은 다 빨아먹고 속의 아몬드만 남은 것이라고 해서 그 장면을 보던  당시의 나는 앞일을 모른체 교만하게 토할 .

이것도 못 먹는 날이 오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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