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6 디뮤지엄 전시 리뷰
디뮤지엄에서 열린 전시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디뮤지엄이 소속된 대림문화재단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림문화재단은 1996년 미술관 운영과 학술 연구활동 지원을 위해 설립되었다. 대림미술관은 사진적 시각으로 현대미술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미술관으로,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다룬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사업 내용을 보면 1)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 있는 추구, 2) 국내외 사진 예술의 국내 소개, 3) 지역의 예술 활동 직작 / 재즈 콘서트, 4) 경복궁 연계 프로그램으로 나와있다.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의 1차적 역할과 함께 지역 문화, 주변 공간을 연계를 목표로 사업을 구상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편, 디뮤지엄은 대림미술관 설립 20주년을 맞이하여, 더 다양한 콘텐츠로 문화예술의 높은 수준의 감성을 제시하겠다는 이념 아래 설립되었다. 대중적이며 친근한 소통 중심의 문화를 지향하면서도 국내 젊은 아티스트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전시와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이 한국 문화예술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을까?
필자가 실제로 공간을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힙하다’는 것이다. 공간들은 전부 ‘핫플레이스’로 유명하고, 주변에 카페와 맛집도 많아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활발한 홍보와 콘텐츠, 이벤트로 젊은 층을 유인하고 있다. 대외적인 이유 외에도, 전시콘텐츠가 젊은 층의 관심사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고 느꼈다. 종종 ‘인기 있는’ 디자이너나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유명 패션 브랜드나 디자인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한다. 덕분에 입소문 또한 빠르게 퍼져 관객이 몰리게 되는 것 같다. 통계적으로 2018년 디뮤지엄의 연간 관람객이 100만 명을 훌쩍 넘겼으며, 미술관으로서는 실 험적이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이 미술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공간들은 대체로 모던하고 힙한 내부 인테리어를 갖고 있으며 전시 마지막에는 필수적으로 굿즈샵을 들러야만 나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굿즈는 젊은 층의 소유욕과 취향을 반 영하여 인기가 많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보았을 때, 겉보기에 화려하고 시선을 끄는 작품이 많으며, 마케팅이 잘 접목되어 상업성을 띄는 미술관이라고 생각된다. 상업성은 동시에 대중성, 그리고 문화적 경험의 확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순히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분명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관객의 안목이 올라갈수록 미술관의 가치가 과연 높게 평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디뮤지엄에서 관람한 전시는 공감각을 다루는 전시이다. 새로운 장르임과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약하는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이 눈여겨볼 만했다. 이 분야의 개척자들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신선했으며 좋은 작품들도 많았으나 어딘가 아쉬웠다. 투자한 비용에 비해 전시 방식이나 내용이 미약하다고 느껴졌다. 작품들은 전부 사운드&비주얼 아트였는데, 사운드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시키거나, 정신적인 몰입을 유도하거나, 낯선 충격을 주는 등 다양한 감각을 상기시켜 주었다. 특히 무향실을 구현한 작품이나 정글 사운드를 전시한 방, 바람을 불면 빛이 들어오는 샹들리에 등이 인상 깊었다. 작가의 고집과 완성도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있는 반면, 조금은 작품 구현 방식이나 전 달 방식이 이미 너무 익숙하고 흔한 작품들도 있었다. 그런 작품들은 포장이 조금 과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웠다.
작품 자체가 아닌, 전시 관람 경험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관객 수가 제한되기도 했지만, 각 방마다 방음이 잘 되어 다른 작품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한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방을 지날 때마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온 것만 같이 느껴졌고, 마지막 공간에는 작가들 인터뷰가 상영되어 있어서 스스로 전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매우 유용했다.
이번 전시를 접하면서, 기존의 필자가 잘 안다고 느꼈던 사운드는 극히 일부임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목소리, 혹은 공간 노이즈, 혹은 특정 사운드를 흉내는 것, 정적, 리듬 등 사운드는 다양하며, 소리의 ‘결’, 데시벨, 듣기 방식 등에 따라 전달되는 감성 또한 다르다. 미술 작품 또한 무궁무진한 감성을 표출하고 있지만, 사운드는 상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힘이 있는 것 같다. 사운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듣기만 하는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닌, 상상을 하는 창조자가 되도록 유인한다. 그리고 사운드는 비물질이지만, 공간감, 깊이감, 물성 등 물질이 가지는 성질을 갖는다. 사운드를 통해 더욱 직관적으로 공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빛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움으로서 몰입감과 현존감 또한 강렬했다.
요약하면,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이 가지는 상업적 측면에 분명한 아쉬움을 느낀다. 그러나 문화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했으며, 실험적인 작품을 수용하고 접근 문턱을 낮추어 전시를 구성했다는 점 등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사운드 전시는 분명 늘어나고 있으며, 감각을 자극시키는 효과적인 도구임을 감안할 때 필자도 더 공부하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적절 히 조화를 이루는 작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