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6 사진전 리뷰
전시를 매주 보는 게 삶의 소중한 일부분이 되었다. 전시를 보다 보면 시간이 멈추고 고민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전시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고른다. 이번에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을 다녀왔다. 사진전은 사진을 작가가 의도한 사이즈로, 그리고 그 흐름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집보다도 사진의 호소력이나 전달력이 강한 것 같다.
무려 70억 원에 거래되면서 세상에서 제일 비싼 사진으로 명망을 높인 계기가 된 사진, 라인강 II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으나 그 후속작 라인강 III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실물로 만나볼 수 있다. 유럽 중북부를 흐르는 라인강이 담긴 사진에서 낮은 채도와 구름과 땅의 질감이 적막감을 극대화한다. 전시 흐름상 인간군상이나 사물이 가득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을 보다가 이 작품을 마주하게 되는데, 비유하자면 매운맛 단맛 짠맛을 맛보던 중 갑자기 평양냉면을 먹은 것처럼 밍밍했다. (작품 앞에 앉을 수 있게 벤치를 놓은 것도 그렇고 평냉을 좋아하는 나로선 전시 구성이 참 좋았다.)
이렇듯 작가는 파도의 밀물과 썰물처럼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가득 채우고, 그리고 핵심만 빼고 모두 비우는데 능숙하다. 작가는 자신의 언어를 사진으로 시각화하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작품을 처음 보는 관람객도, 현대미술을 잘 몰라도 한두 번 그의 작품을 해독하다 보면 나머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능력을 가진 작가가 드물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작가는 많은데 언어가 너무 어려워서 관객이 흥미를 느끼다가도 이내 포기하고 현대미술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언어를 한국어로 해석해 주는 것이 큐레이터의 역할이지만, 작가 입장에서 어떤 화법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것이냐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가깝지만 먼 나라, 북한을 찍었다. 색감이나 배치가 워낙 시선을 끌지만, 가장 눈에 밟히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한 공연을 위해 합을 맞추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까? 이 공연을 구경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 한 사람이라도 틀리면 얼마나 혼이 날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네모난 전광판이 모여있는 것 같이 보이는 배경이 모두 사람이 하나하나 들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되고 나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날로그 시대 공연을 만드는 방식이었고, 여전히 21세기에도 자행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우리나라에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모니터가 북한은 아니겠지.. 싶지만 이렇게 기술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 또한 무척이나 씁쓸하게 다가온다.
독일 사진가의 눈에 비친 평양이 한국인에게 어떻게 해석되는지 그는 몰랐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진을 큰 스케일로 직접 마주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